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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 숨겨왔던 부실 터졌다

  • 2015.07.15(수) 17:33

해양부문 부실 최소 2조원 예상
2분기 실적에 반영..시장 패닉

대우조선해양이 최소 2조원대 부실을 안고 있다는 사실이 정부와 금융권에서 흘러나오면서 시장이 패닉에 빠졌다. 대우조선해양 주가는 15일 하한가(8750원)로 직행했다. 대우조선해양이 조만간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면 파장은 더 커질 전망이다. 채권단 일부에서는 벌써 워크아웃 검토설까지 나온다.

 

대우조선해양의 부실 은폐 의혹은 그동안 업계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때마다 대우조선해양은 공사손실충당금을 쌓는 방식이 다르다는 대답을 내놓곤 했다. 하지만 실제로 대규모 부실을 안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나면서 그 배경과 이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대규모 부실 진원지는

 

대우조선해양의 대규모 부실은 해양 부문에서 나왔다. 대우조선해양은 경쟁업체인 현대중공업이나 삼성중공업에 비해 해양비중이 높다. 작년 기준 대우조선해양의 해양비중은 전체 매출의 절반을 넘는다. 작년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해양부문 부실로 실적이 급락했다. 반면 대우조선해양은 홀로 양호한 실적을 발표했다.


작년 현대중공업은 3조2495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삼성중공업의 영업이익도 전년대비 80% 감소한 1809억원에 그쳤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해양부문의 부실이 드러나면서 대규모 공사손실충당금을 쌓았고 이것이 실적 악화의 원인이 됐다. 하지만 이들보다 해양비중이 높은 대우조선해양은 작년 4711억원의 흑자를 냈다. 업계에서는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업계와 시장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의 부실은 지난 2011년 9월 노르웨이 송가오프쇼어로부터 수주한 반잠수식 시추선 4척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대우조선해양은 척당 5억5000만달러씩 총 22억달러에 수주했다. 인도시기는 작년 하반기였다. 하지만 첫 인도는 지난 6월에야 이뤄졌다. 나머지는 올해 하반기에서 내년 상반기에 인도될 예정이다. 납기일이 최소 6개월 최대 1년가량 지연된 것이다.

▲ 업계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의 대규모 부실은 지난 2011년 수주한 반잠수식 시추선에서부터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해양플랜트의 특성상 발주처의 설계변경이 잦았고 이것이 비용으로 연결됐지만 대우조선해양이 실적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국내 조선업체들은 해양플랜트 관련 고급 기술을 보유하지 못한 상태다. 해양플랜트 업계는 발주처인 오일 메이저들과 독보적인 기술력을 가진 소수의 엔지니어링 업체들이 주도한다. 이들이 조선업체들에게 하청을 주는 형태다.

기술이 부족한 국내 조선업체들은 설계 변경 등 이들의 요구를 따라야 한다. 문제는 이런 설계 변경이 결국 비용으로 연결된다는 점이다. 이미 공정이 진행됐더라도 설계변경 요구가 있으면 전부 뜯어내고 다시 건조해야 한다.

대우조선해양의 송가오프쇼어의 인도 시기가 늦어진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해양 비중이 높은 만큼 이런 사례는 더욱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은 해양플랜트 건조 당시 발생한 비용을 실적에 오롯이 반영하지 않았다. 이런 것들이 모여 결국 눈덩이 부실로 커졌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 숨길 수 밖에 없었던 이유

그동안 대우조선해양은 여타 경쟁업체와 달리 흑자를 낼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공사손실충당금을 쌓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밝혀왔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은 공사손실충당금을 한꺼번에 쌓는 반면 대우조선해양은 분기별로 그때 그때 반영한 만큼 다른 업체에 비해 손실폭이 적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대우조선해양은 "이 때문에 경쟁업체들이 좋은 실적을 낼 때도 우리는 이익 규모가 크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의 설명과 달리 대규모 부실이 숨겨져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동안 대우조선해양이 내놨던 해명은 무색해졌다. 결국 대우조선해양은 대규모 손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실적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는 얘기가 된다.

그렇다면 대우조선해양은 왜 부실을 숨겼을까. 업계에서는 작년 대우조선해양 내부에서 진행됐던 고재호 전임 사장의 연임 추진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대우조선해양은 임기 만료를 앞둔 고재호 사장이 연임될 것으로 보고 있었다. 고재호 사장이 연임하기 위해서는 실적이 중요했다. 이런 이유로 대규모 부실을 숨겨 온 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 고재호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왼쪽)과 정성립 현 대우조선해양 사장.

 
하지만 상황이 바뀌었다. 예상과 달리 고재호 사장은 물러났다. 그 자리에는 정성립 사장이 부임했다. 과거 대우조선해양의 워크아웃을 1년만에 졸업시킨 주인공이다. 대우조선해양이 대규모 부실에 대해 '고해성사'를 한 것은 정성립 사장의 과거 청산 의지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정성립 사장은 최근 있었던 기자 간담회를 통해 “상식적으로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3사가 해양 쪽에서 비슷한 포션이었는데 대우조선해양만 적자요인이 없다는 점에 의문이 생겼다"면서 "실사를 통해 대우조선해양도 해양 쪽에서 상당한 손실을 보고 있었다는 것을 파악했다"고 밝혔다.

◇ "올 것이 왔다"

"솔직히 예상했던 일이다. 같은 흙탕물에서 놀던 고기였는데 혼자만 깨끗하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 아닌가. 대우조선해양으로서는 올 것이 왔다."

업계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의 대규모 부실이 드러난 것에 대해 "올 것이 왔다"고 했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의 실적 호조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비록 지난 1분기에 8년만에 처음으로 영업손실을 냈지만 그것만으로는 대우조선해양의 실적 움직임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문제는 부실 규모가 최소 2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대우조선해양의 재무구조는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대우조선해양에게는 올해 하반기 인도해야 할 해양플랜트 물량이 여전히 많이 남아있다. 드릴십 5기, 반잠수식 시추선 2기, FLNG(부유식액화천연가스설비) 1기 등 총 50억 달러 규모다. 또 대표적인 부실 자회사인 루마니아 대우망갈리아중공업의 실적까지 반영되면 대우조선의 재무구조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아울러 올해에만 5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가 도래한다. 산 넘어 산이다.
 
▲ 대우조선해양은 2분기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올해 안에 인도해야 할 해양플랜트 물량이 50억달러 어치에 달하는 데다 5000억원의 회사채 만기도 도래한다. 대규모 손실이 실적에 반영될 경우 대우조선해양의 재무구조는 취약해질 수 밖에 없다.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이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고강도 구조조정을 검토하고 있는 이유다.

대우조선해양의 부실이 드러나면서 가장 곤혹스러운 곳은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이다. 대우조선해양은 현재 주인이 없다. 채권단이 관리하고 있다. 실적이 무너지면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다. 채권단의 지원도 한계가 있다. 산은과 채권단이 대우조선해양에 대해 고강도 구조조정을 검토하고 있는 까닭이다.
 
현재 산은은 대우조선해양의 대규모 부실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산은 관계자는 "아직 결산 중인 만큼 어떤 식으로 간다고 방향을 말하기는 어렵다"면서 "부실이 예상되는 것은 맞지만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정도 밖에는 언급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산은은 대우조선해양에 대해 채권단 공동관리, 워크아웃, 손실을 내는 해외 자회사 매각 등의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최대주주인 산은이 오래 전부터 대우조선해양의 부실에 대해 알고 있었을 것"이라며 "고재호 전 사장의 연임이 불발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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