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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 끊긴 창조경제의 숲' 코넥스 출범 한 달, 거래 부진

  • 2013.07.31(수) 13:52

코넥스 일 거래량 7만주, 거래대금 4.4억..'부진'
거래소 "코스닥·AIM 시장 초기와 비교하면 나쁘지 않다"

개장 한달을 맞은 '창조경제의 숲' 코넥스(KONEX)가 사람의 발길이 끊긴 '황폐한 숲'으로 버려지고 있다. 

31일 한국거소래소에 따르면 7월 1일부터 30일까지 한달간 중소기업 전문시장 코넥스의 하루 평균 거래량은 7만2205주,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4억4689만원에 머물렀다. 이 기간 코스닥 하루 평균 거래량과 거래대금은 각각 3억5838만1679주, 1조6194억원이었다. 상장 종목수에서 큰 차이를 보이는 코스닥(995개)과 코넥스(21개) 시장을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하지만 하루에 고작 7만주 가량 거래되는 코넥스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이달 1일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코넥스 개장식장. '코넥스 창초경제의 숲을열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있다.(사진=비즈니스워치 DB)]

 

프리보드 시장과 비교해도 그렇다. 프리보드는 2005년 중소기업 전용 장외시장으로 개장했지만, 거래량이 뜸해지면서 현재 개점휴업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29일 코넥스 거래량은 1만6800주로 프리보드(1만7430주)에도 못 미쳤다. 코넥스 시장 도입 전부터 ‘제2의 프리보드’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시장의 우려가 현실화된 순간이었다.

 


중소기업 전용시장 코넥스가 개장한 것은 이달 1일. 한국거래소는 개장식에서 ‘코넥스 창조경제의 숲을 열다’라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창조경제는 박근혜 정부의 핵심 추진 사항이다. 유가증권시장(1983년)과 코스닥시장(1996년)에 이은 제 3의 주식시장인 코넥스를 통해 중소·벤처 기업을 활성화하겠다는 전략이었다. 야심차게 출발했던 코넥스 시장은 도입 이전부터 제기됐던 문제와 맞닥뜨렸다. 바로 거래량 부진이다.

 

우다희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넥스 도입전인 지난 5월 “3억원 예탁금으로 인한 개인 투자자의 투자 제한, 100주 단위의 매매방식, 30분 단위 단일가 매매 방식 등으로 거래활성화가 다소 제한될 수 있다”며 “제 2의 프리보드가 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1일 코넥스 시장 개장 직후 한국거래소 전광판. 대부분 종목의 거래량이 '0'으로 표시돼있다.(사진=비즈니스워치 DB)]


코넥스 상장사들도 답답한 상황이다. 상장사 대표들은 거래량 부진의 주 원인으로 예탁금 3억원을 지목했다. 김창호 아진엑스텍 대표이사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예탁금 3억 원을 설정했지만, 주변에 3억 원 가진 사람은 흔치않다”며 “개인 투자자들의 기회가 봉쇄됐다”고 말했다. 김군호 에프엔가이드 대표이사는 “예탁금 3억원이 없는 기존 주주들은 한번 팔면 다시 사지 못해 팔기만 팔아야된다”며 “예탁금을 낮추는게 합리적이다”고 강조했다.

무작정 예탁금 3억 원 문턱을 낮추기도 쉽지 않다. 코넥스 시장 자체가 개인이 아닌, 기관을 위해 설계됐기 때문이다. 코넥스는 코스닥 상장 이외에 벤처자금을 회수할 방법이 없었던 시장에 새로운 자금조달 통로로 만들어졌다. 주요고객은 전문투자자, 벤처캐피탈, 엔젤투자자 등이다. 개인은 ‘여력’이 있는 투자자를 받기위해 예탁금 3억 원제도를 만들었다.

 

벤처 초기 기업이라 실패 위험이 높고, 공시의무 항목 축소, 최대주주 등의 보호예수 미적용 등의 ‘특혜’가 주어진 코넥스 시장에 예탁금은 개인투자자 보호장치이기도 했다. 손세훈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기관투자자 입장에서는 리스크가 높은 코넥스에 투자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거래소 홍보관에서 코넥스시장에 관한 설명을 듣고 있는 정홍원 국무총리. 왼쪽부터 최홍식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장, 김진규 한국거래소 이사장 직무대행, 정 총리, 정찬우 금융위 부위원장(사진=비즈니스워치 DB)]


하지만 ‘고위험’ 코넥스 시장이 개인 뿐만 아니라 보수적으로 자금을 운영하는 기관으로부터도 외면받자, 정부가 발 벗고 나서고 있다. 5일 한국거래소와 금융위원회는 공동으로 ‘코넥스 시장에 대한 10가지 오해와 진실’이란 보도자료를 내고, “언론 등에서 제기된 문제점 중 사실과 다르거나 오해의 소지가 있는 내용이 있다”며 “이제 막 첫걸음을 내딛은 만큼 섣부른 판단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거래소와 금감원이 이례적으로 언론까지 거론하며 보도자료를 내자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의 핵심 추진 사항인 코넥스가 초반부터 삐걱거린 것에 대한 두 정부기관의 초조함을 드러난 것이란 분석도 제기됐다. 이후 17일 정홍원 국무총리가 거래소를 방문해 “코넥스 시장을 다각도로 지원하겠다”며 약속했고, 18일엔 코넥스 상장 21개 대표이사를 한자리에 모아 합동 기업설명회(IR)를 열기도 했다. 하지만 '약발'은 받지 않았다.

 

이에 대해 거래소는 초기 코넥스 시장 성적이 '나쁘지 않다'는 평가다.  예로 드는 것이 초기 코스닥 시장과 영국의 AIM(Alternative Investment Market) 시장이다. AIM은 코넥스가 벤치마킹한 시장으로 전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중소기업 전용시장으로 꼽힌다. 1995년 개장 당시 121개에 머물던 상장사는 현재 1087개로 늘었고, 시장규모만 630억 파운드(114조원)에 이른다.

 

지천삼 한국거래소 신시장부 팀장은 "코스닥과 AIM 시장의 개설당시 시가총액을 코넥스 수준으로 줄여보면, 일 평균 거래대금은 코스닥이 7000만원, AIM이 2억 원 수준"이라며 "4억원이 넘는 코넥스 시장은 그와 비교하면 성과가 더 좋다"고 설명했다. 그는 "거래대금이 부진한 것은 사실이지만, 다른 시장의 초기와 비교하면 나쁘지 않은 성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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