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STX에서 대우조선까지…산업은행 잔혹사

  • 2015.07.16(목) 17:14

구조조정 기업 잇달아 무너지면서 산업은행 책임론

대우조선해양이 올 상반기 수조 원대의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되면서 2001년 워크아웃 졸업 이후 14년 만에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

그러면서 최대주주인 산업은행 책임론도 불거지고 있다. STX와 동부그룹, 대우조선해양에 이르기까지 구조조정을 맡았던 대기업에 잇달아 문제가 생기면서 관리 능력에 허점을 드러내고 있어서다.

낙하산 인사에 따른 폐해라는 지적도 나온다. 대우조선해양이 사실상 주인 없는 회사로 방치되면서 사장은 물론 주요 임원들이 낙하산으로 채워지다 보니 위기 상황에서 적절한 대응이 어려웠을 것이란 평가다.

◇ 대우조선해양 또다시 중대 고비

대우조선해양은 올 상반기 2~3조 원대 적자를 예상하고 있다. 특히 해상 플랜트 등에서 발생한 2조 원대의 누적 손실을 재무제표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그러면서 시장에선 자율협약이나 워크아웃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반면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은 선을 긋고 있다. 자율협약이나 워크아웃보다는 유상증자를 통해 급한 불을 끄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금융권 익스포져 규모가 24조 원에 이르는 데다, 워크아웃에 들어가면 영업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고, 기존 수주 계약이 취소되면서 정상화가 더 어려워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 산업은행 책임론도 부각

산업은행 책임론도 불거지고 있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의 지분 31%를 보유한 최대주주이기 때문이다. 특히 대우조선해양 최고재무책임자(CFO)는 5년 이상 산업은행 부행장 출신이 내리 맡아 왔다.

실제로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의 이사회 안건을 일일이 관여하고, 임직원들의 해외 출장 때 비행기 좌석까지 체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산업은행이 사전에 부실을 몰라도 문제가 되고, 부실을 알고도 묵인했다면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특히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등 경쟁사들이 지난해 이후 대규모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와중에 대우조선해양만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더 그렇다.

◇ 구조조정 성적 낙제점

실제로 산업은행은 최근 몇 년간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관리 능력에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STX그룹은 분식회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9000억 원을 대출해줬다. 그러면서도 지원 여부를 두고 오락가락하다가 손실만 더 키웠다.

동부그룹 역시 산업은행이 주도적으로 구조조정에 나섰지만, 결과는 낙제점에 가까웠다. 동부제철을 시작으로 주요 계열사가 줄줄이 법정관리로 넘어가면서 산업은행의 서툰 칼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시중은행들 사이에서도 산업은행이 예전 같지 않다는 불평이 나올 정도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이리저리 눈치를 보다 결국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는 얘기다. 홍기택 산업은행장은 STX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지원에 따른 면책특권을 요구하면서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었다.

◇ 낙하산 인사에 따른 폐해 지적도

물론 STX나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업종의 부실은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영향이 가장 크다. 산업은행의 경우 국책은행으로서 사회적 파장을 비롯해 이런저런 요소를 고려하다 보니 신속한 대응이 어려웠을 것이란 현실론도 제기되고 있다.

그럼에도 산업은행이 예전처럼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일부에선 낙하산 인사에 따른 폐해라는 지적도 나온다. 사장에서 임원에 이르기까지 낙하산 인사로 채워지다 보니 제대로 된 관리도, 견제도 쉽지 않았을 것이란 분석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은 민간이 아니라 산업은행이 최대주주로서 관리하는 만큼 상황이 그렇게 심각하진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면서 대우조선해양 부실 사태에 당혹감을 내비쳤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