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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의 두 얼굴]②입만 열면 거짓말

  • 2013.07.31(수) 15:29

前청장들, 뇌물수수 발뺌…서로 진실 공방
기업 금품 받고도 '공직자 처신' 강조


19세기 독일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는 "기억이 자존심에 굴복한다"는 명언을 남겼다. "내 기억은 '내가 그것을 했다'고 말하지만, 내 자존심은 '내가 그것을 했을 리가 없다'며 요지부동이다."

 

이 말은 지난 2008년 초 국세청장 뇌물 스캔들 재판에서 인용됐다. 전군표 전 국세청장은 눈물로 호소하며 부하 직원으로부터 금품을 받지 않았다고 우겼지만, 현장검증과 대질심문을 통해 뇌물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재판부는 그가 자존심 때문에 거짓말을 했다고 판단하고, 중형을 선고했다.

 

당시 부산지방법원은 "오랜 공직생활을 한 전 전 청장이 금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난 것을 못 받아들여 자기방어 기제를 발동해 혐의를 부인하고, 자신의 잘못을 제3자에게 떠넘기는 방법을 택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3년 반을 만기 복역하고 나온 전 전 청장은 최근 또 다른 뇌물 스캔들에 휘말렸다. 이번엔 CJ그룹으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검찰은 그를 출국금지한데 이어 30일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망을 좁히고 있다.

 

지난 27일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된 허병익 전 국세청 차장은 CJ그룹이 세무조사 무마 명목으로 준 30만달러를 전 전 청장에게 전달했다고 증언했다. 전 전 청장은 이번에도 혐의를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둘 중 한 사람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

 

전 전 청장은 2년 전에도 후임 국세청장이었던 한상률 전 청장과도 진실 공방을 벌였다. 전 전 청장의 부인은 한 전 청장이 차장 시절 인사청탁의 목적으로 고(故) 최욱경 화백의 '학동마을' 그림을 상납했다고 폭로했지만, 한 전 청장은 "그림을 본 적도 없다"고 발뺌하며 미국으로 도피했다. 그러나 검찰 조사 결과 한 전 청장이 직접 그림을 구입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체면을 구겼다.

 

허병익 전 차장은 2009년 초 한 전 청장이 그림로비 의혹으로 물러난 후 6개월간 국세청을 이끌었다. 그는 국세청장 직무대행 시절 직원들에게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해 국세청 내부를 성역 없이 감찰하고, 공직자로서 처신을 바르게 하라"고 강조했다. CJ그룹의 뇌물을 받고 난 직후였다.

 

그는 퇴임할 때도 "하늘을 나는 새는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며 "뒷 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으로 남고 싶다"고 소회를 밝혔지만, 실제로는 전혀 다른 행보를 보였다. 퇴임 후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과 CJ헬로비전 사외이사를 맡으며 국세청을 향한 로비 창구 역할을 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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