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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공공요금 인상 군불?

  • 2015.07.30(목) 17:07

공공요금 규제가 공기업 부채 급증 주범
공공요금 올려라 주문…정부 정책 바꿀까

한국은행이 전기와 가스, 수도를 비롯한 공공요금 인상을 주문하고 나섰다.

공공요금이 경제적 원리보다 정치•사회적 고려에 따라 결정되다 보니 자원 배분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또 공기업 부채가 급증하는 등의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서민의 생계비 부담을 고려해 지난 몇 년간 공공요금 인상을 최소화해온 정부의 공공요금 정책에 변화가 있을지도 주목된다.

◇ 공공요금 경제 원칙에 따라야

한국은행은 30일 발간한 ‘인플레이션 보고서’에서 “공기업의 재무 상황을 건전하게 유지하면서 요금 조정은 원가 등 경제 원칙에 따라 결정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은 공공요금은 불가피하게 정치•사회적 여건을 고려해 결정할 수밖에 없다고 전제했다. 하지만 지나칠 경우 자원의 비효율적 배분과 공기업 재무 건전성 악화, 투자 부진에 따른 공공서비스의 질적 저하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1970년대 미국에서도 전기요금이 정치적 압력으로 생산 비용보다 낮게 정해지면서 전력 설비에 대한 투자와 보수가 제때 이뤄지지 못한 사례가 있다.

공공요금 변동 요인이 지나치게 장기간 누적되면 물가 안정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이 감소하거나 오히려 물가 변동 증폭 요인이 될 수 있다고도 우려했다. 공공요금 인상을 제한하면 미래 세대에 부담을 떠넘기면서 세대 간 불평등 문제도 생길 수 있다.

◇ 원가에도 못 미치는 공공요금

 


실제로 우리나라 주요 공공서비스의 원가보상률은 2008년 이후 계속 100%를 밑돌고 있다. 공공요금이 원가에도 못 미친다는 뜻이다. 2013년 기준 주요 공공서비스의 원가보상률은 전기가 95.1%, 가스가 87.2%, 철도가 88.7%, 상수도가 87.4% 수준이다.

그러다 보니 공기업의 재무 건전성은 나빠지고 부채는 갈수록 늘고 있다.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보면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 등 4개 공기업에서 2007년~2011년 동안 늘어난 부채 가운데 요금 규제로 인한 부채가 37%를 차지했다. 특히 원가에서 원재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에너지 공기업은 요금 규제로 인해 부채 규모가 상대적으로 많이 증가했다.

우리나라 공공요금 수준은 다른 국가에 비해서도 절대적으로 낮다. OECD 평균 대비 가스는 88.8%, 전기 56.9%, 시내버스 50.9%, 수도 17.2%, 지하철 46.5%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수도와 지하철•시내버스 요금은 시장 환율로 환산하면 OECD 평균의 절반을 밑돌 정도다.

◇ 공공요금 인상 신호탄 되나

한국은행은 2013년에도 비슷한 주장을 편 적이 있다. 당시 한 금융통화위원은 디플레이션 우려를 완화하고, 물가가 급등할 때를 대비해 전기료를 포함한 공공요금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가가 낮은 만큼 오랜 기간 억눌러왔던 공공요금을 현실화하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얘기다. 물가가 낮을 때 공공요금을 올려놓으면 물가가 오를 때 공공요금을 덜 올릴 수 있는 여력을 확보할 수 있고, 공기업의 부채를 줄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이유도 들었다.

한국은행이 공식적으로 공공요금 인상 필요성을 거론하면서 앞으로 정부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동안 서민 부담을 고려해 공공요금 인상을 최대한 억제해온 정책 목표에 변화가 있을 수도 있어서다.

이번 보고서가 정부와 사전 조율을 거친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정부가 공공요금 인상을 위한 사전정지 작업에 나선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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