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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철길 SK이노 사장의 첫 승부수 '전기차 배터리'

  • 2015.07.30(목) 17:49

서산 전기차 배터리 공장 증설
고용량 전기차 배터리에 전력 투구

“SK이노베이션 사장으로 부임한 후 처음 투자를 결정한 사업이 배터리다. 배터리 사업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정철길 SK이노베이션 사장)

 

 

지난 5월, 정철길 SK이노베이션 사장은 부임 후 첫 기자 간담회에서 배터리 사업에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당시에 정철길 사장은 주력인 정유사업이 구조적 위기에 빠진 상태로 진단하며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하던 시기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은 악화된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비핵심 자산을 매각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터리 사업에 과감한 투자를 결정했다. 이 배경에는 SK이노베이션이 집중하고 있는 순수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미래에 대한 확신이 깔려있었다.

 

◇ 고용량 전기차 배터리가 대세

 

SK이노베이션은 PHEV(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와 BEV(배터리 전기차) 등 순수 전기차 시장에 집중할 계획이다. 상대적으로 배터리 용량이 적은 일반 하이브리드에 비해 큰 용량이 필요한 전기차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이 같은 판단은 유럽과 미국, 중국 정부의 자동차 연비 및 온난화가스, 배기가스 배출량 규제와 관련돼 있다. 유럽연합은 자동차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 규제를 올해 1km 당 130g에서 2021년까지 95g으로 감축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미국은 탄화수소와 질소산화물을 합한 배기가스 배출량을 현재 마일 당 160mg에서 2025년까지 30mg으로 줄이고, 미세먼지 배출량 역시 오는 2017년부터 지금보다 70% 줄어든 마일 당 3mg으로 줄이기로 했다. 중국도 자동차 평균 연비를 1리터 당 14.5km에서 2020년까지 20km로 높일 계획이다.

 

이처럼 환경규제가 강화되면서 완성차 업체들이 순수 전기차 개발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석유제품을 기본 연료로 하는 만큼 환경규제에 대응하기가 어려운 탓에 순수 전기차보다 성장성이 낮다. SK이노베이션이 PHEV와 BEV에 집중하는 이유다.

 

김유석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부장 상무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연비가 좋기는 하지만 강화되는 환경규제를 대비할 수 있을 정도의 친환경차는 아니다”라며 “현재 대다수 완성차 업체들은 PHEV 등 순수 전기차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어 여기에 공급하는 배터리 시장을 공략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 자료: B3

 

실제 빠르게 성장하는 친환경차 시장에서 고용량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질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B3에 따르면 친환경차 시장은 연평균 21% 성장해 2020년이면 601만대, 64GWh(기가와트시) 규모의 배터리 용량이 판매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배터리 시장에선 고용량인 BEV와 PHEV 자동차 배터리가 전체의 약 94%를 점유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IT 제품에 사용되는 소규모 배터리보다 용량이 큰 중대형 배터리의 성장 속도가 더욱 빠를 것이란 분석이다.

 

김유석 상무는 “자동차 대수로는 하이브리드가 많지만 실제 배터리 용량은 PHEV와 BEV가 차지하는 비중이 훨씬 크다”며 “순수 전기차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에 이 사업에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서산 공장 두 배 증설.. 상업 가동 시작

 

SK이노베이션은 충남 서산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 설비를 두 배 규모로 증설하는 공사를 완료, 상업생산을 시작했다.

 

서산 공장은 연간 전기차 3만 대에 공급 가능한 수준(700MWh)의 설비를 확보했다. 기존에 갖춰진 대전 GT(Global Technology, 기술원) 내 100MWh(메가와트시)를 포함하면 총 800MWh 규모다.

 

이번 증설은 고객사로부터 배터리 주문량이 늘어나 이를 소화하기 위해 이뤄졌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기아차 쏘울 EV에 3000대, 베이징자동차의 전기차에 2000대 등 총 5000대에 배터리를 공급했는데 올해는 총 2만 대를 공급할 계획이다. 현재 서산공장은 24시간 동안 100% 가동하고 있다.

 

▲ SK이노베이션 서산 공장 생산라인 전경

 

향후 전기차 배터리 사업의 지속 성장을 위해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을 공략할 방침이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초 베이징전공 및 베이징자동차와 함께 ‘베이징 BESK 테크놀로지’를 설립하기도 했다. BESK 테크놀로지를 바탕으로 2017년에는 중국 내 전기차 배터리 1위 업체로 도약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SK이노베이션은 이번 공장 증설과 함께 공급량이 늘어 배터리 사업 매출이 지난해보다 3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홍대 SK이노베이션 B&I 총괄은 “올해는 현대기아차 및 베이징자동차에 2만 대 분량의 배터리 납품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공장 운영효율을 극대화하고 기존 파트너와 협력관계를 강화해 배터리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와 PHEV 및 HEV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등장한 이후 이 시장은 빠르게 성장했다. 하이브리드는 내연기관 엔진을 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면서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 전기를 보조로 사용한다. 기본적으로 석유제품을 원료로 하면서 전기 배터리는 이를 도와주는 역할을 해 일반 내연기관 차량보다 높은 연비를 갖추는 방식이다.

 

이에 반해 PHEV(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전기 자동차를 바탕으로 하며 주행거리를 연장하기 위해 내연기관을 사용한다. 외부 전기 콘센트에 차를 연결해 배터리를 충전하는 ‘플러그인 기술’ 방식이 사용된다.

 

순수 전기차인 BEV(배터리 전기자동차)는 탑재형 배터리에 저장된 화학 에너지로 움직인다. BEV 역시 내연기관이 아니라 배터리로부터 발생한 전기를 통해 전기 모터 및 모터 컨트롤러에 의해 주행한다. PHEV와 BEV는 전기 배터리의 힘을 기반으로 구동되는 만큼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비해 배터리 용량이 10배 가량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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