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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베꼈지?'..샘표·대상, 미묘한 신경전

  • 2015.08.10(월) 15:44

'맛으로 떠나는 여행' 문구 표절 논란
샘표 "대상, 무단 도용"..대상 "10년전 먼저 사용"
양사 제품군 겹쳐..식초음료 ·간장등 곳곳서 경쟁

이달 5일 대상 청정원이 '맛으로 떠나는 이탈리아 여행' 행사(사진 오른쪽)를 열자, 샘표는 자사의 광고 문구 '맛으로 떠나는 여행, 폰타나'(가운데)를 대상 측이 무단 도용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상 측은 2004년 '맛으로 떠나는 세계여행'(왼쪽)으로 이미 광고를 진행했다며, 원조는 대상이라고 맞서고 있다.

 

‘스파게티 소스’ 표절 시비가 붙은 샘표와 대상이 2차전에 돌입했다. 지난 9일 샘표가 “대상 청정원이 샘표 제품을 무단 도용했다”고 선제공격에 나서자, 10일 대상이 “오히려 샘표가 우리를 따라했다”며 반격에 나선 것이다. 스파게티 소스 외에도 간장과 식초음료, 조미료 시장 등에서 경쟁하는 두 회사의 신경전이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다.

 

◇ '맛으로 떠나는 여행' 누가 베꼈나?


1차전의 포문은 샘표가 열었다. 지난 9일 샘표는 “대상 청정원이 파스타소스를 리뉴얼 출시하면서, 샘표 폰타나 제품 콘셉트를 그대로 도용했다”고 보도자료를 냈다. 표절 시비가 붙은 부분은 ‘맛으로 떠나는 이탈리아 여행’ 문구와 제품 컨셉이다.

우선 샘표는 2013년 11월 '맛으로 떠나는 이탈리아 여행'을 콘셉트로 파스타소스를 출시했는데, 최근 대상이 이와 비슷한 ‘맛으로 떠나는 이탈리아 여행’이라는 행사를 열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또 샘표는 대상이 리뉴얼된 제품 디자인과 설명문구 등을 그대로 베껴 썼다고 주장했다.

10일 샘표 관계자는 “폰타나 브랜드를 만들어 일년간 마케팅과 홍보 활동으로 이제 2%대의 점유율을 올렸는데, 1등 기업(대상)이 행사와 제품 콘셉트를 똑같이 따라했다”며 “사과를 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 샘표 측이 제공한 폰타나 파스타 소스 패키지 뒷면 설명서(왼쪽)와 대상 청정원 패키지 설명서.  샘표 측은 "나폴리, 큼직한 토마토, 바질 등 문구와 지도 등이 유사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대상 측은 "이탈리아 파스타 소스를 설명하기 위해 쓴 단어일 뿐"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대상도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 9일 대상은 “파스타 소스 1위 업체를 흠집 내 이득을 취하기 위한 노이즈마케팅”이라고 보도자료를 냈다. 또 “'맛으로 떠나는 여행'이라는 표현은 일반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 상용구로, 상표로 정식 등록되지 않았다”며 “이 문구는 2007년 출간된 국내여행 책의 제목이기도 하다”고 반박했다.


대상은 이어 ‘반전 카드’도 내놨다. 대상은 10일 “샘표 측이 주장하고 있는 제품 컨셉트와 카피(맛으로 떠나는 여행)는 2004년 대상이 먼저 활용했다”고 추가 보도자료를 냈다. 실제로 2004년 대상은 레토르트 제품 브랜드인 ‘쿡조이’를 홍보하면서 ‘맛으로 떠나는 세계 요리 여행’이라는 문구를 썼었다.

대상 관계자는 “노이즈마케팅으로 인한 후발업체(샘표)의 반사이익보다, 부도덕한 기업으로 낙인 찍히는 대상의 손해가 더 크다”고 설명했다. 이에 샘표 측은 "'쿡조이'는 현존하지 않는 10년 전 광고 문구"라며 "단지 한 단어, 한 문구 사용이 아니라, 샘표와 동일한 제품군에 동일한 콘셉트의 제품을 출시하고 동일한 콘셉트로 소비자와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반박했다.

 

◇ 샘표·대상, 간장·식초음료 등 경쟁 치열

 

두 회사가 사업구조가 겹치다보니, 곳곳에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매출 규모는 대상이 샘표보다 10배 많지만, 간장과 식초음료 등 품목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덩치로만 보면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다. 대상의 작년 연결기준 매출은 2조5888억원으로, 샘표(2502억원)의 10배가 넘는다. 대상은 2000년대 중반부터 외형 키우기에 성공했고, 샘표는 줄곧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했다.

‘체급’은 차이가 나지만, 겹치는 품목이 많아 경쟁은 피할 수 없었다. 샘표는 매출이 절반 이상이 간장 등 장류에서 나오는데, 가장 큰 경쟁사가 바로 대상이다. 작년 간장 시장 점유율 1위는 샘표(54%, AC 닐슨 기준)고, 대상이 21.4%로 그 뒤를 잇고 있다.

대상은 2005년 '홍초'를 출시하며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식초음료 시장에서 대상은 58% 점유율로 1위를 지키고 있고, 샘표는 23.5%로 2위에 머물렀다.

이 시장에서 두 회사는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박승복 샘표 회장은 30년 넘게 식초를 마실 정도로 식초 예찬론자다. 그런데 사업은 대상이 2005년 ‘홍초’라는 브랜드로 먼저 시작했고, 샘표는 2009년 ‘백년동안’이란 브랜드로 뒤늦게 식초음료 시장에 뛰어들었다. 박 회장의 각별한 식초 사랑에도 불구하고, 대상과의 시장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조미료 시장에선 샘표가 대상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대상은 1957년 국내 최초 조미료인 ‘미원’을 출시한, 조미료 시장의 강자다. MSG(글루타민산소듐)을 제품화한 미원은 국내 미원류 시장의 97%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반해 MSG에 다른 첨가물을 더한 종합조미료 시장은 경쟁은 치열하다. 대상은 '진국다시'와 '맛선생' 등으로 작년 종합조미료류 시장에서 16.1%(POS Data 기준)를 점유하는데 머물고 있다. 특히 샘표가 2010년 천연조미료 ‘연두’를 출시하며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대상의 종합조미류 점유율은 2008년 18.7%에서 올 1분기 15.3%로 뚝 떨어졌다. 반면 샘표 연두 작년 매출은 2013년보다 40% 성장했다.

이외 대상과 샘표는 각각 ‘사브작’과 ‘질러’라는 브랜드로 육포 시장에서도 경쟁하고 있다. 이번에 표절 시비가 붙은 스파게티 소스 시장은 대상이 점유율 37.3%로 1위고, 후발주자 샘표가 1.4%대에 머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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