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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고개숙인 신동빈의 약속

  • 2015.08.11(화) 14:25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11일 최근 경영권 다툼에 대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11일 오전 10시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2층 크리스탈볼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대국민 사과문 발표를 한시간 앞둔 시점이었지만 발표장소 안에 마련된 기자석은 국내외 기자들로 이미 3분의 2가량이 차있었다.

롯데 관계자는 "취재기자와 카메라기자를 포함해 300명 이상이 모인 것 같다"고 전했다. 롯데는 전일(10일) 오후 5시께 신 회장이 대국민 사과를 할 것이라는 사실을 출입기자들에게 문자로 통보했고, 장소는 이날 오전 7시에 알렸다. 그럼에도 발표 30분 전 롯데측이 마련한 150석의 기자석은 만석이 됐다.

호텔 복도에선 보안요원으로 보이는 30대 남성 서너명이 신 회장의 예상동선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경호요령를 익히고 있었다. 그랜드볼룸 안에 줄지어 서있는 카메라만 50여대는 족히 돼보였다. NHK 등 일본 방송사들의 카메라도 눈에 띄었다. 롯데 사태는 한국만의 일이 아님을 일깨워주듯 일본에서 온 한 방송기자는 환한 카메라 불빛을 받으며 리포팅 연습에 열중했다.

신 회장은 지난 3일 김포공항에서 대국민 사과를 했고, 이날 8일만에 다시 기자들 앞에 섰다. 매출 80조원이 넘는 재계 5위의 그룹이 경영권 다툼을 계기로 국적논란에 휩싸이고 정치권과 정부가 사태해결을 압박하자 국민들에게 또다시 고개 숙일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은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사과문의 운을 뗀 뒤 "다시 한번 짐심으로 사과드린다"는 말로 끝을 맺었다. 45도 이상 허리를 숙이는 그의 모습에 사진기자들의 플래시가 번쩍번쩍 터졌다.

신 회장은 이날 호텔롯데 상장, 순환출자 해소, 지주회사 전환 등 굵직한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했다. 형제간, 부자간 다툼은 롯데의 기업이미지에 큰 상처를 남겼지만, 이번 일이 아니었다면 과거의 묵은 때를 벗겨내는 것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새로운 롯데로 거듭나겠다"는 신 회장의 약속이 지켜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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