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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지배구조 `거미줄` 걷어낸다

  • 2015.08.11(화) 17:41

신동빈, 지주사 전환·호텔상장등 지배구조 개편 예고
지주사 전환비용 7조·자회사 요건등 선결과제 '수두룩'
`계열사 헤쳐모여`..호텔롯데·롯데쇼핑 합병할 가능성도

 

거미줄식 출자구조를 지닌 롯데그룹이 지배구조를 대수술한다.

불투명한 지배구조와 복잡한 순환출자를 기반으로 총수일가가 그룹을 장악해왔다는 비난여론이 겉잡을 수없이 확산되자 신동빈 회장이 내놓은 고강도 수습책이다. 개편 과정에서 롯데그룹 계열사 전반에 합병이나 매각, 지분이동 등 여러 이슈가 불거질 수 있어 '새로운 롯데'를 위한 산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신 회장은 11일 형제간 경영권 다툼의 원인을 그룹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정비하지 못한 복잡하고 불투명한 지배구조에서 찾고, 그 해결책을 제시하는데 사과문의 주안점을 뒀다.


◇ 사업확대의 그림자 '순환출자'

롯데는 신격호 총괄회장이 1948년 설립한 회사로 일본에서 사업을 확장한 뒤 1967년 한국으로 건너왔다. 지금은 한국 롯데의 매출과 자산규모가 일본 롯데를 크게 앞서지만 롯데가 한국에 첫발을 내디딜 때 한국은 1인당 국민소득이 200달러도 안되는 빈국이었고 일본 롯데는 껌과 초콜릿으로 일본시장을 제패한 경쟁력있는 제과업체였다.

국내에서 번 돈으로는 사업확대에 어려움을 느낀 신 총괄회장은 일본에서 자금을 들여왔고, 새로운 계열사를 설립하거나 인수할 땐 여러 계열사가 돈을 대는 식으로 사업을 확대했다. 롯데그룹이 현재 400개 이상의 순환출자고리를 갖고 있고, 지배구조 최상단에 롯데홀딩스와 광윤사라는 일본 법인을 두고 있는 것도 1960년대 이후 국내에서 사업확대에 골몰해왔던 롯데의 역사적 배경과 관련이 깊다.

롯데는 IMF 외환위기 때도 다른 재벌들과 달리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덜했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는 식음료와 유통 등 내수산업 위주로 성장해 외부영향이 크지 않았고  외환위기 때는 5억 달러를 국내로 들여올 정도로 해외에 든든한 자금줄을 둔 덕택에 지배구조의 문제점이 부각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1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지배구조 개편방안을 담은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 쉽지 않은 지주사 전환.."비용만 7조"

하지만 50년 가까운 기간 동안 몸집을 키우면서 부작용도 속속 커졌다. LG·GS·SK·CJ 등 다른 재벌들이 지주회사 전환으로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갈 때 롯데그룹은 복잡한 순환출자가 발목을 잡았다. 지주회사는 순환출자보다 진일보한 지배구조로 평가받지만 자회사 지분요건(상장사 20%, 비상장사 40% 이상 보유) 등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만약 A라는 지주회사가 상장계열사 B를 자회사로 두려면 최소 20% 이상의 지분을 확보해둬야하는데 그 비용이 만만치 않다. 게다가 지주회사의 증손회사에 해당하는 회사는 그 위 손자회사가 지분 100%를 보유하거나 아예 매각해야 해 롯데처럼 어디가 손자회사고 어디가 증손회사인지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그룹에는 지주회사 전환이 쉽지 않은 문제가 생긴다.

 

여기에 현행 공정거래법은 일반지주회사의 금융계열사 보유를 금지하고 있다. 따라서 롯데카드·롯데손보 등 금융계열사들의 처리방안도 롯데그룹이 해결해야할 숙제로 남는다. 

이날 신 회장이 "지주회사 전환시 연구개발과 신규채용 같은 그룹의 투자활동 위축이 우려된다"고 밝힌 것도 지주회사 요건을 충족하려면 넘어야할 산이 만만치 않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롯데그룹은 지주회사 전환시 그룹 전체의 2~3년치 순수익에 해당하는 7조원 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꿩먹고 알먹는 호텔상장..지분확보 '관건'

롯데는 일단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하되 수년의 시간이 걸리는 만큼 사전작업의 일환으로 호텔롯데 상장과 순환출자구조 해소를 먼저 추진하기로 했다. 롯데는 ▲호텔롯데→롯데물산→롯데케미칼→롯데건설 ▲호텔롯데→롯데쇼핑→롯데하이마트 ▲호텔롯데→롯데알미늄→롯데제과→롯데칠성 등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이러한 지배구조 꼭대기에 호텔롯데가 자리잡고 있다.

신 회장이 한국 롯데를 안정적으로 지배하려면 호텔롯데 지분확보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호텔롯데는 일본 롯데가 대부분의 지분(99%)을 보유한 상태로 신 회장 개인 지분은 전혀 없다.

이 때문에 증권가에선 롯데그룹이 호텔롯데를 상장한다면 이 과정에서 신 회장이 지분 13.46%를 보유한 롯데쇼핑과 합병할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하고 있다. 신 회장으로선 합병법인 지분을 지주회사에 현물출자하면 적은 비용으로 그룹 지배권을 강화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별도로 롯데그룹은 호텔롯데 상장을 통해 막대한 상장대금을 확보, 나중에 지주회사 전환비용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 기존 대주주인 일본 롯데 역시 상장으로 벌어들인 돈으로 일본 사업에 재투자할 재원을 마련하게 된다. 롯데그룹으로선 경영투명성 확보라는 명분과 돈이라는 실리 모두를 취할 수 있는 방편이 호텔롯데 상장인 셈이다.

▲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관 (2013년 말 기준)

 

◇ 롯데 "연내 순환출자 80% 해소, TF 가동"

신 회장이 발표한 지주회사 전환과 호텔롯데 상장은 큰 틀에서 보면 계열사간 복잡한 순환출자 해소를 목표로 한다. 극소수의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는 오명을 벗고 새로운 롯데로 탈바꿈하겠다는 선언인 셈이다.

특히 롯데는 연말까지 순환출자의 80% 이상을 해소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롯데그룹의 계열사간 지분정리 작업이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는 지난해도 호텔롯데·롯데쇼핑·롯데제과가 계열사 지분을 사들이며 지배구조를 단순화하는 작업을 해왔다. 신 회장은 이 같은 지배구조 개편안을 짜기 위해 그룹내 태스크포스팀을 출범시키겠다고 약속했다.

시민단체의 반응은 아직 미온적이다. 하지만 지배구조 개편에 시동이 걸렸다는 점은 높이 샀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관계자는 "늦었지만 사회 개혁 요구에 응답한 데에 의미가 있다고 본다"며 "그렇지만 그간의 불법·부당·불공정 행위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않고 지주회사로 체제를 전환하는 게 마치 '만병 통치약'인 것처럼 말한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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