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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사채의 변신, P2P 대출 '빛과 그림자'

  • 2015.08.13(목) 10:00

"억울하면 돈 갚으시든가!"


사채업자라고 하면 무서운 생각부터 듭니다. 개인이 개인에게 돈을 빌려주면서 수백 퍼센트의 고리를 붙이는 경우가 적지 않죠. 불법 사채에 잘못 발을 들여놓으면 불법 채권추심의 늪에 빠져 삶이 망가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대부금융협회의 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 불법 사채시장 규모는 10조 5000억 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 핀테크 열풍 타고 '재조명'

 

금융회사를 통하지 않고 개인이나 기업이 돈을 주고받는 사채. 이런 사채가 최근 핀테크의 바람을 타고 양지로 나와 주목받습니다. P2P(Peer to Peer) 대출 업체가 그것입니다.


P2P 대출이란 기업이나 개인이 은행과 같은 금융기관을 거치지 않고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다수의 개인으로부터 돈을 빌리는 서비스를 일컫는데요. 대출 신청인이 P2P 대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의 웹사이트를 통하면, 다수의 투자자가 십시일반으로 돈을 빌려준 뒤 이자를 받고 만기가 되면 원금을 회수하는 방식입니다.

 

▲ 전국은행연합회, P2P 대출 시장 현황과 전망


아직은 낯선 P2P 대출 서비스가 등장한 건 사실 10년이 다 돼 갑니다. 2006년 영국을 시작으로 미국과 중국 등 세계 곳곳에서 관련 업체들이 생겨났고요. 국내에서도 일부 업체가 수년 전부터 서비스를 해왔습니다. 그러다가 최근 국내 금융권에서 '핀테크 열풍'이 불면서 신생 P2P 대출업체들이 등장했고, 정부와 정치권에서도 관심을 보이면서 재조명받는 겁니다.

 

# 재테크 수단? 세계적인 '붐'

 

일단 장점만을 따지자면 대출을 받는 사람은 기존 대부업체나 저축은행, 할부금융회사 등에 비해 낮은 금리의 대출이 가능하니 좋습니다. 대출을 해주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저금리 시대 새로운 재테크 수단으로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세계적으로도 P2P 대출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으로 88억 달러에 육박하고, 최근 5년 누적 기준으로 연평균 130%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고 합니다. 말 그대로 '붐'입니다.

 

▲  전국은행연합회, P2P 대출 시장 현황과 전망

 

# 투자자 피해 우려도


다만 P2P 대출이 새로운 금융서비스로서 좋은 점만 주목받는 점은 우려됩니다. 유의해야 할 점도 있습니다. 모바일과 IT 기술로 그럴듯하게 포장하더라도 변하지 않는 건, 투자에서 이익이 크면 그만큼 리스크도 크다는 점입니다.

 


우선 투자자를 보호할 법과 제도가 아직 전혀 마련돼 있지 않습니다. 신생 P2P 대출업체들은 현재 대부업체로 '우회' 등록을 해 영업하고 있습니다. 만약 돈을 빌린 사람들이 대출금을 갚지 않으면 고스란히 투자자 피해로 이어집니다. P2P 대출 시장이 급성장한 중국도 사기·채무불이행 등 각종 부작용이 속출하자 올해부터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입니다.

 


또 투자자는 현행법상으로는 원칙적으로 대부업자로 등록해야 합니다. 물론 P2P 대출 서비스가 새로운 금융서비스로 주목받는 현실에서 위법성을 따지기는 힘든 측면이 있지만,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걸 '영업'으로 하면 대부업자로 등록하는 게 맞습니다.

 

# 관련법? 연말께 윤곽

 

돈을 빌리는 사람 입장에선 개인정보 유출 우려가 있습니다. P2P 대출업체는 돈을 빌리는 사람의 신용등급과 대출금 사용처, 직업 등을 투자자에게 공개하고 있습니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등 민감한 개인정보는 공개하지 않지만, 앞으로 업체가 우후죽순 생기면 언제, 어느 업체에서 정보가 유출될지 알 수 없습니다.

물론 부작용의 우려가 있다고 해서 P2P 대출을 안 좋게만 보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이에 금융당국도 현재 P2P 대출 관련 법제화를 위해 연구용역을 의뢰했습니다. 올 연말쯤 윤곽이 나온다고 합니다. 국회에서도 P2P 대출 서비스 업체를 전자금융업자의 하나로 등록하게 할 수 있는 법안 등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낯선 P2P 대출 서비스 이용이 찝찝하다 싶은 분들은 정부와 국회의 논의와 법제화 과정을 조금 더 지켜보는 게 좋을 듯합니다. 당장 재테크 수단으로 발을 들여놓고 싶은 사람은 서비스 업체가 믿을 만한지 꼼꼼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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