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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은 `일본롯데` 어떻게 장악했나

  • 2015.08.17(월) 11:15

롯데홀딩스 대표 취임전부터 임원들과 `스킨십`
공격적 경영이 실적으로 이어져..日경영진에 어필

 

"한 달에 한 번씩 롯데 일본 임원진들과 저녁식사 자리를 가지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3월 보스턴컨설팅그룹과 가진 인터뷰 中)

 

롯데가(家) 경영권 분쟁이 시작된 후 처음으로 열린 롯데홀딩스 주주총회가 신동빈 회장의 완승으로 끝났다. 롯데그룹은 17일 오전 일본 도쿄에서 열린 롯데홀딩스 임시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 선임·기업지배구조 등 경영투명성을 둘러싼 안건이 통과됐다고 밝혔다. 롯데그룹 측은 "이번 임시주총은 주주들로부터 신동빈 회장의 한일 통합 경영의 정당성을 인정받는 자리가 됐다"고 전했다. 

 

지난 2010년까지만 해도 일본은 신동주, 한국은 신동빈 체제의 한일 분리경영이 기정 사실로 받아들여졌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 2010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일본 롯데는 형님(신동주 롯데홀딩스 전 부회장), 한국 롯데는 저로 오래전에 정해져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임시주총으로 한일 분리경영의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졌다. 재계에 따르면 이같은 변화는 이미 예견돼 왔다는 평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일본 롯데를 장악하기 위한 사전 준비가 이미 수년 전부터 시작됐다는 관측이다. 재계에서는 신동빈 회장이 형이 일본 대표에 있던 상황에서도 일본 임원들과 만나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키며 사전 접촉을 통해 꾸준한 물밑 작업을 진행해 왔다고 보고 있다. 

 

◇신동빈, 한일 분리경영.."생각 달랐다"

 

신동빈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의 경영권을 두고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못하는 이유는 롯데홀딩스가 사실상 한국 롯데그룹을 지배하는 구조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한일 분리경영 체제가 굳을 경우 한일 롯데 그룹의 소유권을 형인 신동주 전 부회장이 가지는 구조가 된다. 신동빈 회장의 입장에서는 한국 롯데그룹의 매출이 일본의 10배를 웃돌지만 그룹의 최정점에 형인 신동주 전 부회장이 앉아 있는 격이 된다.

 

신동빈 회장이 한국롯데 대표로 활동하던 시절에도 일본롯데와 '양다리'를 꾸준히 걸쳐 왔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일본 롯데홀딩스에 따르면 신동빈 회장은 지난 2009년 6월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직을 맡았다. 신 회장으로서는 실상 일본 임원들과 접촉을 유지할 수 있었던 '끈'이 있었던 셈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미쓰비시 상사 출신인 신동주 전 부회장과 달리 신동빈 회장은 증권회사 출신이라 숫자에 굉장히 밝고 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감각이 철저하다"며 "일본 롯데홀딩스의 경영권을 차지하기 위해 어떤 작업이 선행돼야 할 지 일찌감치 파악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는 형인 신동주 전 부회장의 말에서도 엿볼 수 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지난달 29일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형제 간 한일 분업이 있다고 생각해서 (한국 롯데 경영에) 불필요한 참견을 하거나 사업에 손을 대는 일이 없었다"며 "다만 저 쪽(신동빈 회장)은 달랐던 것 같다"고 밝혔다. 신동주 전 부회장에 따르면 동생과 달리 한일 분리 경영을 확신해 한국 롯데그룹 임원들을 규합할 필요성을 느끼지는 못했을 것으로 보인다.

 

◇"'법칙과 성과'로 日 경영진 규합했을 것"

 

 

신동빈 회장은 일본 경영진과의 '소통'을 통해 세력을 다져왔다. 그는 보스턴컨설팅그룹과의 인터뷰에서 "대부분의 지도자들은 똑똑하지만 효율적으로 소통하는 데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부하 직원들과 소통하는 능력이 리더로서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본래 '신격호의 남자'였던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롯데홀딩스 사장이 신동빈 회장 측으로 돌아서게 된 배경에는 이와 같은 '소통'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해석이다. 일각에서는 쓰쿠다 사장이 신격호 총괄회장의 '카리스마'에서 벗어나 신동빈 회장이 강조하는 '법칙과 성과'를 경영방침으로 내세우기까지 신동빈 회장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동빈 회장의 공격적 경영스타일 또한 쓰쿠다 사장의 지지를 이끌어낸 요인이다. 신 회장은 지난 2011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기업 인수합병(M&A) 등과 같이 신속한 판단이 필요할 때 한국식 경영방식이 더욱 유리하다"며 "일본 기업 특유의 '합의제'에 따라 임원들과 회의를 거쳐 판단을 내릴 경우 적절한 시기를 놓치게 된다"고 밝혔다.

 

이는 전형적인 보수적·방어적 일본식 경영스타일을 구사한다고 알려져 있는 신동주 전 부회장과 대조적이다.

 

형제의 서로 다른 경영방식은 그룹의 매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2013년 기준 롯데의 매출 규모는 한국이 83조원, 일본 5조7000억원이다.  2013년 한일 양국의 매출 격차는 15배 정도로 벌어졌다. 외환위기 무렵인 1997년부터 2014년까지 한국 롯데의 연평균 성장률은 14.8%에 달한다.

 

일본의 한 업계 관계자는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이 일본에서 M&A를 통해 회사를 성장시킬 수 있었던 비결도 한국계 특유의 공격적 경영에 힘 입었다는 평가가 나온다"며 "일본 임원들이 뚜렷한 경영성과를 보이고 있는 신동빈 회장을 '대세'로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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