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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중국쇼크]下 SUV로 새 길 열어라

  • 2015.08.20(목) 13:42

세단 중심의 안일한 전략이 패착
로컬업체 SUV시장 장악..대응전략 절실

현대·기아차의 성장이 둔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현대·기아차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이었던 해외시장에서부터 적신호가 켜져서다. 특히 그동안 현대·기아차의 텃밭으로 인식됐던 중국에서의 판매가 급감하고 있다. 중국의 경제성장률 저하에 따른 수요부진과 로컬 업체들의 성장이 맞물리면서 현대·기아차의 위치가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자칫 13여년간 중국에서 이뤘던 신화가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중국 시장 상황과 부진한 이유, 향후 전망 등을 짚어본다.[편집자]
 
 
현대·기아차가 중국 시장에서 고전하는 이유는 시장 환경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소득 수준이 높아진 중국 소비자들은 이제 자신들의 생활 방식과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차량을 찾기 시작했다. 최근 중국 시장에서 SUV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로컬 업체들의 성장세가 무섭다. 해외 합작 업체들도 변화된 중국 자동차 시장 트렌드에 발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현대·기아차은 이런 시장 변회에 둔감했다. 그 결과 극심한 판매 부진을 겪고 있다. 중국 시장의 변화는 현대·기아차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 격변하는 중국 시장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에 따르면 작년 중국 시장 자동차 판매량은 1913만대다. 전 세계 자동차 판매량의 22.8%가 중국에서 판매됐다. 중국 시장은 그동안 양적인 성장을 거듭해왔다. 성장률도 높았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중국의 자동차 판매는 지난 2002년부터 매년 두 자릿수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심지어 지난 2009년에는 전년대비 45.5% 증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2010년부터 판매 증가율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판매량은 매년 늘었지만 증가율은 줄어들고 있다. 올해는 전년대비 8% 증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중국 자동차 시장이 단순히 양적 성장만 거듭하던 단계를 넘어섰다는 것을 의미한다. 불과 10여년 전처럼 공급이 수요를 못따라가 차가 나오기가 무섭게 팔려나가던 시기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 자료:중국자동차공업협회, 중국승용차연석회의

중국 자동차 시장의 변화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악된다. 우선 그동안 중국 자동차 시장의 성장을 이끌었던 대중차의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중국 정부는 신창타이(新常態 : 중국판 뉴노멀, 질적성장)를 추진하고 있다. 성장 속도를 줄이는 대신 질적인 성장을 도모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때문에 경제 성장은 예전에 비해 둔화되고 대중차 소비층의 소비여력이 줄어들면서 신차 수요도 감소하고 있다.
 
또 하나는 수요층이 젊은층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중국의 자동차 주요 수요층은 높아진 소득과 폭발적인 소비력을 갖춘 80년대와 90년대에 태어난 젊은이들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차량에 대한 구매에 나서고 있다. 또 기존 세단에 이어 세컨드 카로 SUV 구매에 나서고 있다. 이들이 중국 자동차 시장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 비해 중국 자동차 시장의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중국 자동차 시장 변화의 키워드는 양적 성장은 멈추고 질적인 성장으로 넘어가는 단계라는 점이다.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도 이 점에 초점을 맞추고 전략을 짜고 있다"고 밝혔다.

◇ 새롭게 열린 SUV 시대

시장의 변화는 곧 자동차 업계의 변화를 불러왔다. 수십년간 중국 시장을 장악해왔던 해외 합작회사들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기 시작했다. 중국 로컬 브랜드들이 약진하면서 해외 합작 회사들이 차지하고 있던 자리를 조금씩 빼앗기 시작했다. 물론 해외 합작회사들과 로컬업체 간의 기술 차이는 여전히 존재한다. 하지만 로컬 업체들도 이제 자체 브랜드의 모델을 내놓을 만큼 크게 성장했다.

사실 그동안 로컬 업체들은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기술력이 떨어져서다. 실제로 중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작년 중국 시장에서 로컬 업체들의 시장점유율은 38%였다. 지난 2010년에 비해 8%포인트 감소했다. 특히 세단 모델의 판매량은 지난 2010년 31%에서 작년 22%로 감소했다. 로컬 업체들이 내놓았던 세단 모델의 인기가 시들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 로컬 업체들은 아직 이렇다 할 파워트레인(엔진·변속기) 기술을 보유하지 못한 상태다. 그렇다보니 품질면에서 결함을 보였다. 아울러 해외 합작사들에 비해 브랜드 파워도 떨어졌다. 소득 수준 향상으로 높아져만 가는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따라갈 수가 없었다. 고심하던 로컬 업체들은 중국 자동차 시장의 변화를 면밀히 살폈다. 젊은층이 주요 수요층으로 부상하고 있었다. 그들은 개성있는 차량을 원했다. 그래서 빼든 카드가 'SUV'다.
 
▲ 자료:중국승용차연석회의.
 
중국승용차연석회의에 따르면 작년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SUV판매량은 전년대비 27.08% 증가한 228만여 대를 기록했다. 지난 2012년 대비로는 101.3% 증가한 수치다. 전체 승용차 판매량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 2012년 0.9%에 불과하던 것이 작년에는 17.6%까지 올라갔다. 특히 소형 SUV의 경우 지난 2012년부터 작년까지 연평균 판매 성장률이 534%에 달했다.

중국 시장에서 SUV 판매 증가를 이끈 것은 로컬 업체들이다. 작년 중국 SUV 시장의 국가별 점유율을 살펴보면 로컬 브랜드가 45%, 일본 19%, 독일 13%, 미국 10%, 한국 10%, 프랑스 3% 순인 것으로 조사됐다. 로컬 업체들이 확실한 우위를 점했다.

로컬 업체들이 이처럼 대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는 가격 때문이다. 로컬 업체들이 내놓는 소형 SUV의 가격은 10만위안(약 1744만원) 수준이다. 비슷한 급의 현대차 '투싼'이나 기아차 '스포티지'보다 6만위안, 1000만원가량 저렴하다. 해외 합작 업체들이 내놓는 SUV보다 디자인이나 품질 등은 조금 떨어지지만1000만원 가까이 싼 가격에 SUV를 소유할 수 있다는 점은 소비자들의 인기를 끌기에 충분했다.

◇ 반격을 준비하다

현대·기아차는 최근 중국 담당 수뇌부를 전격 교체했다. 여기에 과거 중국 사업 개척 당시부터 현장을 직접 진두지휘했던 노재만 전 베이징현대 총경리도 재영입했다. 그만큼 중국 시장에서 현대·기아차가 처한 상황이 절박하다는 이야기다. 현대·기아차에게 중국 시장은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다. 따라서 이번 수뇌부 교체를 계기로 본격적인 반격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현대·기아차가 중국 시장에서 고전했던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세단 위주의 라인업을 고집했던 것이 컸다. 물론 현지 전략형 SUV 모델들도 내놨지만 판매와 마케팅의 방점은 주로 세단 모델에 편중돼 있었다. 이 때문에 시장 트렌드가 세단에서 SUV로 급격히 넘어가는 것에 대해 신속하게 대응하기가 힘들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시장에서 현대·기아차의 성공을 이끌었던 모델들이 대부분 준중형 세단 모델이었다"며 "그렇다보니 트렌드가 급격하게 SUV 중심으로 변화하는 것에 대한 대응 전략을 갖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 현대차의 중국 전략형 소형 SUV 'ix25'(위)와 기아차의 중국 전략형 소형 SUV 'KX3'. 업계에서는 현대·기아차가 최근 중국 담당 수뇌부를 전격 교체하는 등 현 상황에 대해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는 만큼 파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통해 반격에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다른 이유는 마케팅 측면에서의 안일함이었다. 로컬 업체들이 저가공세로 나오자 여타 해외 합작 브랜드들도 재빨리 가격인하에 나섰다. 그럼에도 현대·기아차는 가격 인하를 제때 하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그 결과 해외 합작 브랜드들은 판매량을 급감을 막아낼 수 있었다. 오히려 판매가 늘어난 곳도 많았다. 하지만 현대·기아차는 판매량이 크게 줄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현대·기아차도 조만간 파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들고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수뇌부까지 교체된 이상 최근 몇달간 이어진 판매 부진의 고리를 끊을 만한 전략을 내놓지 않겠느냐는 의견이다. 현대·기아차에게는 중국 현지에서 인기 있는 ix25와 KX3라는 현지 전략형 SUV모델들이 있다. 이들 SUV 모델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반격을 위한 새로운 전략을 짜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대차그룹 고위 관계자는 "중국 상황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내부에서도 알고 있고 많은 토론이 있었다"면서 "일단은 새로 바뀐 중국쪽 경영진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우리가 빼앗긴 시장 상황을 철저히 분석해 시장 회복에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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