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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계家]<10>푸른 ①LS家의 딸

  • 2013.08.05(월) 07:20

구혜원 회장, 故 구평회 E1 명예회장 막내딸
남편 주진규 회장 1999년 작고로 그룹 승계

우리나라 대기업들의 후계 승계는 부자(父子)간 대물림이 전부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딸에게 총수 자리를 물려주는 예(例)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삼성의 방계그룹 신세계나 한솔처럼 딸 몫으로 계열사를 떼 준 경우만 있을 뿐이다. 딸들을 제쳐두고 한 평생을 두고 늘 어렵다는 ‘백년손님’에게 절대반지를 끼워준 경우도 있다.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 등은 재계의 대표적인 사위 오너들이다.

여성 총수가 등장하는 것은 남편이 후계 승계를 매듭짓기도 전에 일찍 세상을 떠나 어쩔 수 없이 경영권을 물려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 이어룡 대신증권 회장 등을 들 수 있다. 여기에 LS가(家)의 구혜원(54) 푸른그룹 회장도 빼놓을 수 없다.

◇ 신용금고업계의 기린아

구 회장의 남편 고(故) 주진규(1956~1999) 푸른그룹 회장은 1990년대 상호신용금고(옛 상호저축은행) 업계에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던 인물이다. 주진우(64) 사조그룹 회장이 그의 친형이다. 주 회장은 서울대 영어교육과를 졸업하고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마친뒤 버클리대에서 경영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귀국후 형의 권유로 사조산업에서 일을 하게 된 주 회장은 1989년 12월 사조축산 사장에서 사조신용금고(현 푸른저축은행) 사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신용금고 시장에 발을 들여놓았다. 그의 나이 33살 때였다.

젊은 학구파 출신으로 취임 당시부터 주목을 받았던 주 회장은 영세 기업이나 서민을 상대로 영업을 해 온 신용금고업계에 새 바람을 일으켰다. 업계 최초로 연봉제와 성과급제를 도입했고, 외국 대형은행과 제휴를 추진하는 등 갖가지 선진 경영기업으로 화제를 뿌렸다. 특히 1998년 외환위기 당시에는 모기업 동서증권의 부도로 극심한 자금난에 빠진 극동금고(현 오릭스저축은행)를 인수해 사조금고를 서울지역 대형금고로 탈바꿈시켰다.

주 회장은 같은 해 5월 사조금고의 간판을 푸른금고로 바꿔달고 마침내 푸른그룹을 출범시켰다. 푸른그룹은 금융부문의 푸른금고·극동금고, 제조부문의 사조축산(현 푸른에프앤디)·사조마을(블루밸리리조트)·그린앤블루(G&B) 등의 계열사들을 아울렀다. 형의 그늘에서 벗어나 공식적인 분재(盆栽)가 이뤄진 셈이다.

주 회장은 야심가였다. 사조그룹에서 독립한 데서 한 발 더 나아가 대형화를 통해 푸른금고를 지방은행으로 한 단계 더 도약시킨다는 비전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주 회장은 자신의 꿈을 채 펼쳐보기도 전인 1999년 8월 불의의 사고로 43세의 창창한 나이에 생을 마감했다.

◇ 각별했던 막내딸

주 회장이 작고한 지도 14년이 흘렀다. 세간의 관심은 부인 구 회장이 저축은행업계가 맞닥뜨린 시련에서 벗어나 푸른그룹의 옛 위상을 회복할 수 있을지에 모아지고 있다.



구 회장은 LS그룹 공동창업주인 고 구평회(1926~2012) E1 명예회장의 3남1녀중 외동딸이다. 구 명예회장은 막내딸 사랑이 각별했다. 생전에 가지고 있던 푸른저축은행 지분 2.4%(35만주)에서도 엿볼 수 있다. 구 명예회장은  2000년대 초 이 지분을 사들였는데 회장을 승계한 지 얼마되지 않은 딸의 경영권 안정을 위한 것이었다. 지난해 10월 구 명예회장이 별세한 뒤로 이 지분은 고스란히 구 회장에게 상속됐다.

구 회장 또한 학력이 쟁쟁하다. 성신여고, 이화여대 영어영문과를 졸업한 뒤 1985년 미국 뉴욕대에서 석사 과정을 마치고 1993년에는 이화여대에서 교육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재계의 딸 답게 구 회장은 경영에도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박사 학위를 받은 그 해 사조금고 경영에 참여하기 시작해 남편의 든든한 조력자로서의 역할을 했다.

 

이 같은 맥락에서 보면 주 회장이 작고한 지 한 달 뒤 구 회장이 회장을 승계한 것은 구심점이 없던 푸른그룹에서 어찌보면 너무나 당연한 수순이었는지 모른다.

푸른그룹의 외형은 예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축소됐다. 2010년 12월 푸른2저축은행(옛 극동금고)을 매각한 데 이어 레저 계열사 사조마을과 그린앤블루를 잇따라 처분했다. 현재 그룹 울타리 안에 남아있는 계열사는 푸른저축은행, 푸른에프앤디, 푸른통상 정도다. 저축은행업계 전반의 공통적인 상황이기는 하지만 주력사인 푸른저축은행은 부동산 경기침체 등 영업환경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구 회장 앞에는 푸른저축은행의 견실화라는 ‘발등의 불’이 놓여있다는 의미다.

구 회장은 아들이 성장하면 자연스레 총수 자리를 넘겨줄 것으로 보인다. 모자 승계는 신세계 이명희 회장-정용진 부회장, 한솔 이인희 고문-조동길 회장, 애경 장영신 회장-채형석 부회장 등이 대표적이다. 신홍·은진·은혜씨 등 구 회장의 1남2녀중 외아들인 신홍(30) 씨의 경영권 승계 시기에 관심이 모아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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