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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뱅크 아성 무너뜨리는 핀테크(끝)

  • 2015.08.21(금) 16:03

[기로에 선 은행](끝)
SNS로 새 관계 만드는 해외 인터넷은행
은행 대출·송금 등 영역 잠식 가속화

#페이스북 페이지의 '좋아요'를 받은 수가 은행 상품의 금리에 반영된다. 페이스북에 질문을 올리면 10센트를 받고, 다른 사용자에게 조언하면 25센트를 준다. 신규고객 모집은 온라인 채팅을 통해 이뤄진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제는 어느 정도 알려진 독일 피도르 은행의 사례다. 2009년 은행업 허가를 받아 설립된 피도르 은행은 핀테크를 언급할 때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오프라인 지점 없이 은행 웹사이트와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영업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주목받는 인터넷 전문은행의 성공적인 외국 사례로 이해하면 쉽다. 피도르 은행은 행원 40명으로 설립 7년 만에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 수 25만 명을 넘기는 등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

 

 

◇ 핀테크, '신뢰'를 노리다

피도르 은행의 사례는 일각에서 보는 것처럼 단순히 지점이 없고 SNS 등으로 독특한 영업을 한다는 점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

피도르 최고경영자인 매티아스 크로너는 한 인터뷰에서 "피도르는 웹 2.0 개발과 인터넷을 신뢰와 결합해 다른 은행과 다른 점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기존의) 은행들은 기능은 알지만, 작동 원리를 이해할 수 없는 블랙박스와도 같고, 고객 중심적이지 않다"고 비판했다.

'피도르'는 신뢰를 의미하는 라틴어 'fides'에서 따온 말이다. 피도르 은행뿐 아니라 핀테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금융사들이 내세우는 것은 IT 기술 자체가 아니라, 기술을 통한 고객과의 관계와 신뢰 형성이다. 전통 금융업에서 '금융은 신뢰의 산업'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 피도르은행 페이스북 페이지


전문가들은 은행을 혁신하리라 여겼던 현금자동입출금기(ATM)가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보조적인 역할만 하는 것은 고객의 '신뢰'가 ATM이 아닌 지점에 있는 행원들과 형성돼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인터넷뱅킹으로는 소액 송금 위주의 업무만 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대출 상품에 가입하고 거액을 송금하는 이들이 굳이 지점을 찾는 이유다.


그런데 피도르를 비롯한 새로운 핀테크 업체들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통해 고객과의 관계를 넓혀가는 데 주력하고 있다. 보수주의의 상징으로 굳어지고 있는 은행과 금융사들에 시사하는 바가 있다.

 

핀테크 업체들의 '야망'이 이뤄지면, '우리나라에선 이미 인터넷뱅킹이 발달했기 때문에 인터넷 전문은행의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말하기 어려워진다. 고객과의 관계가 '기계적'인 인터넷뱅킹과 피도르 같은 인터넷은행은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 분해하는 은행의 영역

업무 영역으로도 핀테크 업체들은 기존 은행의 다양한 기능을 잠식하고 있다. 이미 미국과 영국 등 핀테크가 발달한 국가에서는 소액금융과 결제, 장기주택담보대출, 중소기업 대출, 국제 결제 등 여러 분야의 신생 기업이 존재하고 있다.

미국에서 대표적인 P2P 대출중개회사로 올라선 '렌딩 클럽(Lending Club)'이 대표적이다. 렌딩 클럽은 지난해 말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해 지난 6월 기준 시가총액이 60억 달러에 이른다. 렌딩 클럽은 미국에서 200여 개 지방은행과 동업 계약을 체결하며 소비자신용대출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핀테크 기업 등에 개방한 해외송금업 역시 영국과 미국에서는 이미 활성화하고 있다. KB금융지주연구소에 따르면 영국의 대표적인 P2P 해외송금 업체인 트랜스퍼와이즈(TransferWise)는 금융기관을 통하지 않고 수수료를 기존 은행 대비 10분의 1 수준으로 낮췄다. 누적 송금액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45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5조 원에 이른다.

 

▲ 렌딩클럽 신규 대출액 추이, 금융투자협회

 

◇ 해외 대형은행도 살길 찾기 분주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세계의 대형 은행들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향후 5년 내 은행권의 총 1500억 달러 대출 관련 수익 중 플랫폼 대출중개업자들이 110억 달러 규모를 잠식할 것으로 보고, 내년에 자체 온라인 P2P 대출플랫폼을 내놓을 계획으로 알려졌다.


영국 바클레이즈와 스페인 산탄데르 은행은 회사 내부에 핀테크 기업에 투자하는 밴처캐피탈 펀드를 조성해 기술력을 배우거나 관련 기업을 인수하고 있다.


2012년 러시아 스베르 은행이 터키에서 SNS 뱅킹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니즈(Deniz)은행을, 2014년에는 스페인 BBVA 은행이 미국 온라인은행 심플(Simple)을 각각 인수한 것도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된다.

핀테크뿐 아니라 이익구조 개선, 해외 진출 등 다양한 방식으로 살길을 찾아 나선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스페인의 경우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마친 대형은행들이 홍콩과 남미 등 현지 회사에 지분투자를 하는 등 M&A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며 수익성을 개선하고 있다.

일본과 중국에서도 핀테크 투자는 물론 해외 진출을 가속화를 통해 새 먹거리를 창출하고 있다. 일본 은행의 해외 부문 이익은 전년 대비 평균 20%대의 높은 증가율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으며, 중국 역시 해외사업 비중을 2009년 말 6.2%에서 2014년 말 11.6%로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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