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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 수업료 내게 생긴 KB금융의 대우증권 인수전

  • 2015.08.28(금) 08:45

빈약한 비은행에 뼈아픈 우투 실패 경험까지
마지막 대형 증권사 매물에 묘수 찾기 분주

KB금융지주가 우리투자증권 인수 실패를 설욕할 수 있을까.

산업은행이 대우증권과 산은자산운용 등 자회사 매각을 공식화하면서 벌써 시장의 관심은 뜨겁다. 잠재 인수 후보군 가운데 가장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는 곳은 KB금융이다.


비은행 부문의 강화 방침을 이미 여러 차례 밝혔고, 지난 2013년엔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패키지 인수에 나섰다가 고배를 마시기도 했다. 게다가 대형 증권사로는 대우증권이 사실상의 마지막 매물이어서 KB금융으로선 더욱 절실한 형편이다.

 


◇ 문제는 가격인데... 

KB금융은 이미 대우증권에 대한 관심을 공공연하게 밝혀왔다. 다만 지난해와 비교해 지난달까지 주가가 크게 오른 점은 부담이다.

연초(올해 1월 2일)만 해도 대우증권 주가는 종가 기준으로 1만 100원. 산은의 대우증권 지분 43%(보통주 기준 약 1억 4048만 주)를 전량 매각한다고 하면 약 1조 4188억 원이다. 지난달 1만 6000원까지 치솟았던 때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2조 2477억 원에 이른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생각하지 않더라도 최근 주가 변동에 따라 8000억 원 넘게 차이가 나는 상황이다. 그나마 최근 가격(27일 종가 1만 2650원)이 다시 떨어졌지만 대외변수 등에 따른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주가가 연초 수준으로 떨어진다 해도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하면 매각가는 최소 2조 원 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중국 시틱그룹이나 안방보험그룹이 관심을 보이는 것도 KB금융으로선 부담이다. 이들 중국 금융 자본들이 막강한 자본력을 무기로 높은 가격을 써낼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이대현 산업은행 부행장은 "외국계 자본을 원칙적으로 배제하지 않는다"면서도 "어떻게 국내 자본시장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까 하는 부분을 제대로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KB금융 입장에선 중국 자본의 가격변수는 물론이고 비가격 요소 또한 고려해야 하는 치열한 전략 싸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 1조짜리 놓치고 2조 대우증권 살피는 현실


KB가 2조 원대의 가격이 부담스러운 데에는 우리투자증권 인수 실패라는 아쉬움이 녹아 있다. 1조 원가량의 우투 인수에 실패하고, 2조 원대에 이르는 대우증권을 인수해야 하는 웃지 못할 상황에 놓였다. 게다가 대형 증권사로는 마지막 매물이어서 더는 선택의 여지도 없다.


금융권 한 고위관계자는 "이젠 의미 없는 얘기이겠지만 그때 우리투자증권 인수를 못 한 것이 뼈아프게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입찰 과정에서 KB금융은 우리투자증권에만 1조 2000억 원 정도를 적어 내면서 단일 매물에 대한 가격으로는 농협금융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우리아비바생명과 우리금융저축은행의 가치를 '마이너스'로 제출하면서 우투 패키지는 농협금융의 품으로 들어갔다. 임종룡 당시 농협금융 회장(현 금융위원장)은 우리아비바생명을 700억 원 가량에 재매각하기도 했다.

KB금융은 이미 생보와 저축은행을 자회사로 두고 있어 우투 단독 인수를 염두에 둔 전략이었지만 이것이 실패의 원인이 됐다. 임영록 전 회장 때의 일이다. 이번에도 산은은 증권과 자산운용의 패키지 매각과 개별 매각 가능성 둘 다 염두에 두고 있다.


중국 자본의 등장으로 변수는 더 많아졌다. 전략통이자 재무통인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어떤 묘안을 낼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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