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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구 우리은행장의 앞날은 정찬우 손에?

  • 2015.08.31(월) 11:20

여건 그대로인데 민영화 군불만 재점화
아부다비 의사 '불명확' 협상 가늠키 어려워
이견 못 좁히면 이광구 행장에 역풍 가능성

민영화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점쳐졌던 우리은행의 매각 이슈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중동 국부펀드인 아부다비 투자공사가 우리은행 인수 의향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진 데다가, 정찬우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이를 확인하러 직접 중동 출장길에 오르면서다.

일각에서는 우리은행 매각이 다시 가속하는 것이 아니냐는 기대감이 나오지만, 너무 성급하게 불을 붙인 감도 없지 않다. 정부의 매각 의지와 우리은행 가치 제고 문제 등 여러 가지 여건이 재정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인수 의향자만 공개적으로 거론되고 있어 오히려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 "중동 국부펀드 의사 불명확"

금융위원회는 지난 28일 "우리은행에 대한 투자수요 점검 차원에서 중동 출장을 준비 중이나, 투자자들로부터 투자의향서(LOI)를 받은 사실은 없다"는 내용의 해명 자료를 내놨다. 일각에서 중동 국부펀드인 아부다비 투자공사가 금융위에 투자의향서(LOI)를 보내왔다고 잘못 알려진 데 따른 대응 차원에서다.

금융당국과 은행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우리은행 매각 이슈를 다시 끌어올린 것은 매각 당사자인 우리은행 측이다. 매각 성사 여부에 앞날이 걸려 있는 이광구 우리은행장이 적극적으로 주도해 아부다비 측의 의향을 재차 끌어낸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은행 측은 앞서 지난 5월에도 중동 국부펀드 등의 인수 의향을 타진했다가, 긍정적인 답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금융당국에서도 정찬우 부위원장이 직접 지난 30일 중동 출장길에 나섰다. 지난 5월에는 공적자금관리위원회의 박상용 위원장이 중동에 다녀왔는데, 이번에는 정부 고위 관리가 직접 나선 셈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우리은행이 전달해 온 것은 아부다비의 투자 의향 정도로 알고 있다"며 "매각 주체인 공자위나 예금보험공사 차원에서 접촉한 적이 없고, 매각 방식이나 가격 등 구체적인 의향도 모르는 만큼 매각이 진전됐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 우리은행 주가 제자리, 국감까지 예정

금융권에서는 이번 출장을 통해 상황이 극적으로 진전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오히려 매각 환경은 나아진 게 없는데 우리은행과 금융당국이 너무 조급하게 추진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우선 금융당국이 지난달 우리은행 민영화 추진 방향을 내놓으면서 못 박은 "매각을 위해서는 기업가치 제고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이 여전한 과제로 남아 있다. 우리은행의 주가만 보더라도 31일 기준 9050원 정도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정부의 공적자금 회수 원칙(1만3500원)과는 거리가 멀다.

 

▲ 우리은행 주가 추이, 28일 오전 11시 기준. 네이버


정부가 공적자금 회수 원칙에 얽매이지 않기 위해서는 정치권과 여론의 동의가 필요한데, 이런 과정도 진척된 게 없다. 조만간 열리는 국회 국정감사와 내년 총선까지 고려하면 오히려 정부의 보폭은 더욱 제한될 수밖에 없다.

 

결국 지난 5월 박상용 위원장이 중동 국부펀드와 만난 뒤 달라진 점은, 정부가 지난달 '과점주주 매각방식도 추가로 추진한다'고 발표한 점뿐인 셈이다.

◇ 정찬우 부위원장이 들고 올 것은?

이번 정부의 출장길이 오히려 우리은행 매각의 무기한 연기를 확정하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정찬우 부위원장을 비롯한 정부 실무진이 이번 협상에서 중동지역 인수의향자들과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 그나마 있던 가능성도 줄어들 수 있다.

 

게다가 우리은행 같은 대형 매물의 인수 과정이 공고가 나기도 전에 사실상 '공개적'으로 진행하는 점도 악재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투자의향서는 사실 매각 공고가 나온 뒤에 정식으로 받아야 하는데, 이렇게 공개가 되는 것은 좋은 현상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광구 행장이 이번 정찬우 부위원장의 출장으로 궁지에 몰릴 가능성도 점쳐진다. 취임 당시 민영화 성공이라는 과제를 떠안은 이 행장의 바람과 다르게, 이번 출장으로 매각 작업의 '무기한 연기' 기류가 강화하면 앞으로의 보폭은 좁아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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