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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de story] 국세청에 반격 나선 대기업들

  • 2015.09.01(화) 08:15

롯데 3사 등 대기업 100곳, 지급보증 과세불복 '기각'
삼성·현대차·LG도 세금환급 신청..법원 '반전' 가능성

요즘 대기업들이 국세청에 세금을 돌려달라고 요청하는 사례가 부쩍 많아졌습니다. 국세청의 시선은 해외에 자회사를 둔 대기업들에게 집중되고 있는데요.

 

삼성과 현대자동차, LG와 롯데까지 웬만한 대기업 계열사들은 국세청의 과세 방침에 불만이 가득합니다. 국세청이 세금을 무리하게 걷고 있는 걸까요. 아니면 대기업들이 터무니없는 주장을 늘어놓는 것일까요.

 

 

#1. 롯데의 '지급보증' 불만

 

가장 최근에 등장한 세금 불복 기업은 롯데그룹입니다. 과세의 잘잘못을 가려주는 조세심판원에선 지난 20일 롯데케미칼과 롯데제과, 롯데리아의 심판청구를 모두 '기각' 결정했습니다.

 

롯데 계열사들은 해외 자회사에서 받은 지급보증 수수료가 너무 적었다는 이유로 거액의 세금을 통보 받았습니다. 해외 자회사가 현지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릴 때 국내 모회사의 지급보증이 있으면 이자를 낮출 수 있는데요.

 

국내 모회사는 줄어든 이자의 일부를 수수료로 받아야 하는데, 국세청이 정한 '정상가격'에 한참 부족했다는 의미입니다. 롯데는 법무법인 율촌을 대리인으로 선정해 불복에 나서봤지만, 결과는 뒤집지 못했습니다.

 

#2. 대기업 100곳의 '블랙홀'

 

지급보증 수수료는 2013년 이후 대기업 100여곳에서 심판청구를 냈지만, 대부분 기각 통지서를 받아야했습니다. 삼성과 현대차, 포스코, LG, CJ, 효성 등 굴지의 대기업들도 속수무책이었죠.

 

이들 대기업은 수백억원대에 달하는 세액을 부과 받고도 대부분 돌려받지 못했습니다. 국세청이 자체 개발한 신용평가 모델이 지급보증 수수료를 정확하게 계산해냈기 때문인데요. 조세심판원에서는 "국세청의 과세가 맞다"고 결정했지만, 기업들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향후 법원에서 다시 한번 진검승부를 가려낼 전망입니다.

 

#3. 중국기업 입소문..국세청도 '긴장'

 

지급보증 수수료에 대한 과세가 대기업들을 긴장시키고 있는 반면, 국세청을 난감하게 만드는 이슈도 있습니다. 바로 '간주 외국 납부세액'이라는 개념인데, 국내 기업이 외국에서 감면받은 세액을 실제로 납부한 것으로 간주해 공제해주는 제도입니다.

 

예를 들어 중국에 5%의 세금을 낸 기업이 국세청에는 10%를 납부한 것으로 인정받아 세금을 돌려받는 겁니다. 실제로 2008년 국세청의 중국기업 세무안내 책자에도 기업들이 간주외국납부세액을 활용해 세금을 환급해가라고 적혀있었습니다.

 

▲ 2008년 중국기업 세무 안내 책자 표지 및 본문(출처: 국세청)

 

대기업들은 국세청의 과세 빈틈을 찾아 심판원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데요. 현대자동차가 돌려달라는 세액은 116억원, 삼성전자는 87억원, LG이노텍 27억원 등입니다. 최근에는 기아자동차를 비롯해 삼성전기에서 분리된 에스맥(휴대폰용 터치스크린 모듈 제조업체)까지 세금 환급을 신청할 정도로 기업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퍼지고 있습니다.

 

#4. 만만치 않은 조세심판원

 

심판청구 결정이 어떻게 내려질지 여부도 중요한데요. 만약 대기업들의 인용(납세자 승소) 결정이 나오면 천문학적인 국고 손실은 물론, 국세청은 부실과세의 오명을 뒤집어쓰게 됩니다. 반면 중국에 진출한 대기업들은 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될텐데요.

 

조세심판원에선 국세청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대기업들이 얽혀있는 중대 사안인 만큼 합동회의까지 열어서 심사숙고했는데요. 실제로 납부한 세금만큼만 돌려받는 게 맞다는 판단입니다. 국세청이 안내 책자에 적어놓은 내용도 법적인 효력이 없다고 결론지었습니다.

 

상식적으로도 중국에 세금 5%만 낸 기업이 국세청으로부터 10%씩 가져간다면, 국가 재정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기획재정부도 지난 5월 "중국 자회사에서 받은 배당소득은 간주외국납부세액으로 공제받을 수 없다"는 해석을 내리면서 국세청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습니다.

 

#5. 대기업의 '믿는 구석'

 

대기업들은 심판청구에서 기각 결정을 받았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닙니다. 법원에서 반전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죠. 실제로 법원에서 유사한 사례로 세금을 돌려받은 받은 기업이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우전앤한단(휴대폰 부품업체)은 대법원에서 역삼세무서장을 상대로 한 법인세부과처분취소 소송에서 승소했습니다. 행정법원과 고등법원에 이어 3연속 승소였는데, 오히려 국세청의 항소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겁니다. 우전앤한단은 중국 자회사인 대련우전에서 배당받은 3800만위안(약 62억원)의 5%인 3억여원의 세금을 돌려받았죠. 추가로 5%의 간주납부세액을 공제받은 겁니다.

 

현재 대기업들은 저마다 우전앤한단과 똑같은 사례를 입증하면서 세금 공제에 나서고 있는데요. 대기업들과 국세청의 한판 승부가 법원에서 어느 쪽으로 기울어질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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