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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분양권전매]③'전매 로또' 전락한 청약통장

  • 2015.09.03(목) 14:54

내 집 마련보단 목돈 마련용..'단타족' 양산
전매 수요가 분양가 높여..실수요는 되레 위축

'단타' 방식의 분양권 전매가 늘고 있다. 주택경기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청약제도를 대폭 완화하고 전매제한 기간을 단축하면서 투자수요가 대거 유입된 것이 원인이다. 분양권 전매는 단기간에 차익을 챙기려는 '한탕주의'다. 다운계약, 전매제한 기간 내 거래 등 불법행위도 많다. 하지만 정부는 분양권 거래가 얼마나 늘어났는지 볼 수 있는 제대로된 통계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다. 과열 뒤 거품이 빠지면 후유증도 크다. 정부의 부동산 부양책 이면에 나타난 분양권 전매 실태를 들여다 봤다. [편집자]

 

D공기업 과장 이 모(38)씨는 점심을 마치고 들어오면 늘 아파트 청약사이트인 '아파트투유'(www.apt2you.com)에 접속한다. 작년부터 위례나 광교신도시에서 나오는 신규 분양 물량을 살펴보고 유망 단지가 나오면 날짜에 맞춰 청약 신청하는 게 일이다. 이 과장은 "분양가가 높아 입주까지는 엄두를 내지 못하지만 중간에 분양권을 팔면 목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 신청한다"고 말했다.

 

이 과장은 전형적인 '아파트 단타족(族)'이다. 이들에게 청약통장은 더 이상 내 집 마련을 위한 동아줄이 아니다. 당첨만 되면 분양권 전매를 통해 수천만원, 많게는 1억원대 웃돈을 챙길수 있다는 기대를 품게 하는 '복권'에 가깝다. 청약경쟁률이 높긴 해도 당첨확률이 '수십만분의 1'인 로또보다는 훨씬 높은 확률이라는 게 이들이 아파트 청약에 뛰어드는 이유다.

 

◇ 인기 단지 절반은 '전매 위한 청약'

 

분양권 전매가 활발해지면서 청약통장이 '분양권 전매를 위한 복권'으로 변질되고 있다. 살 집을 마련하기 위해 청약통장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투자를 위한 용도로 사용하는 비중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분위기는 설문조사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부동산정보업체 닥터아파트가 지난달 초 청약통장 보유 회원 429명을 대상으로 '하반기 청약 목적'에 대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분양권 전매를 위한 단기 투자'라는 응답이 38.4%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이에 비해 '새 아파트로 갈아타기 위한 것(주택 교체수요)'이라는 응답은 34.6%, '내 집 마련용'이란 답은 22.4%에 그쳤다.

 

청약통장 사용이 분양권 전매를 위한 것이라고 답한 이들 가운데는 '1년 이상 분양권 보유 뒤 전매할 것'이란 답이 (전체의) 19.9%로 가장 많았고. '6개월 이상 1년 미만 보유' 응답이 10.6%로 뒤를 이었다. '당첨 후 6개월 미만'이라는 응답도 8.3%에 달했다.

 

▲ 광교신도시 주상복합 중흥S-클래스 모델하우스를 찾은 방문객.(사진: 중흥건설)

 

최근 분양단지 중 평균 40~50대 1의 높은 청약경쟁률을 기록한 광교신도시 '중흥S-클래스'나 '광교파크자이더테라스' 등의 경우 청약자의 절반 이상이 분양권 전매를 노린 투자수요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광교 중흥S-클래스 모델하우스의 한 분양상담사는 "상당수 고객이 가장 궁금해 하는 건 어느 타입이 웃돈이 많이 붙을지, 또 어느 시점에 팔아야하는지 등 전매와 관련한 것"이라며 "인기 단지일수록 전매를 염두에 둔 방문객 비율이 높다"고 말했다.

 

◇ 실수요 가점 50점대 통장도 '무용지물'

 

분양권 전매 열기는 내 집 마련을 계획해왔던 무주택 수요자들에게는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매 수요가 가세해 청약 경쟁률이 높아진 만큼 당첨 확률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박근혜 정부가 민간 건설 경기를 살리기 위해 공공분양 물량을 대폭 줄였기 때문에(인허가 기준 2012년 5만2000가구→2013년 1만가구→2014년 5000가구) 무주택 실수요자들은 민간분양 시장 중심으로 내 집 마련 전략을 짜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청약 1순위 가입기간 요건 단축(수도권 2년→1년) 등 청약제도 완화로 청약 수요층이 불어난 탓에 민간분양 시장에서 청약 경쟁을 뚫기가 간단치 않다. 민영주택은 전용 85㎡ 초과의 경우 모두 추첨제로 당첨을 가리고 85㎡ 이하는 50%만 가점제(▲청약통장 가입 기간 ▲무주택 기간 ▲부양가족 수)로 입주자를 선정한다.

 

▲ 자료: 금융결제원, 부동산114

 

경기도 수원시 이의동 M공인 대표는 "2~3년전만해도 50점 후반대 청약통장으로 광교나 위례에서 분양을 받을 수 있었지만 요즘은 60점을 넘지 못하면 가점제 당첨을 노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달 31일 당첨자발표를 한 광교 중흥S-클래스의 경우 84㎡A형 당첨 커트라인은 69~74점, 84㎡B형은 64~69점이었다.

 

투자 수요 가세가 건설사들의 분양가 인상을 부채질하는 것도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을 가로 막는 장애물이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K공인 관계자는 "분양시장 흥행과 함께 분양가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이 상대적으로 자금이 부족한 무주택 실수요자들에게는 내 집 마련의 진입 장벽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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