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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민주화의 그늘]1-①'일감, 밖에서만 찾아라'

  • 2013.08.05(월) 17:43

공정거래법 개정안, 공정위 재량권 놓고 우려
총수 일가 지분율 기준따라 재계 희비

박근혜 정부 출범과 동시에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이 쏟아지고 있다. 올들어 발의되고 있는 경제민주화 법안들은 새로운 정부와 야당 등 정치권의 이해관계가 적절히 맞물린 결과라는 평가다. 반면 법안의 대상이 되고 있는 기업들의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이러다가 성장 엔진이 꺼져 초일류 기업은 커녕 2류, 3류 기업으로 전락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온다. 경제민주화 관련 주요 법안들의 내용과 영향을 3부에 걸쳐 진단해 본다. [편집자]

 

이른바 '일감 몰아주기 방지법'으로 불리는 공정거래법 개정안. 이 법안의 골자는 대기업들이 내부거래를 통해 오너일가에게 일감을 몰아주고, 이를 통해 이익을 취하는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내용이다. 지난 7월초 국회를 통과한 이 개정안은 내년 1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법안이 시행되면 일정규모 이상 자산을 가진 기업들은 내부 계열사들에게 일감을 몰아주는 행위에 제한을 받게 된다. 이를 어길시에는 과징금을 내는 구조다. 문제는 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적법과 위법의 경계가 분명하지 않다는 점은 수요자인 기업들 입장에서는 사실상 '금지'의 의미가 강하다.

 

◇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정상적인 거래보다 상당히 유리한 조건의 거래(부당지원) ▲통상적 거래 상대방 선정과정이나 합리적 경영판단을 거치지 않은 상당한 규모의 거래(일감 몰아주기) ▲회사가 직접 또는 자신이 지배하고 있는 회사를 통해 수행할 경우 회사에 이익이 될 사업기회를 제공한 거래(사업기회 유용) 등을 규제 대상으로 제시했다.

 

또 자산 5조원이상인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내에서 총수 일가가 일정 지분을 가진 계열사를 대상으로 정했다. 지원한 주체외에 이익을 얻은 회사도 함께 처벌받는다.

 

당초 모든 계열사간 거래에 적용하겠다는 방침에서 총수 일가가 일정 지분을 가진 계열사로 완화되긴 했지만 재계의 부담은 만만치 않다. 특히 '상당히 유리한 조건, '상당한 규모의 거래'를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를 둘러싼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상당하다'는 판단을 내리는 주체가 기업이 아닌 공정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정위가 계열사의 거래에 대해 지적하고 나설 경우 '상당하지 않다'는 소명을 기업이 해야하는 구조다. 효율성 증대, 보안성, 긴급성 등을 인정해주는 예외규정이 있긴 하지만 공정위의 재량이 너무 큰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한 재계 관계자는 "상당하다는 표현에는 공정위의 자의적인 판단이 개입될 수 있는 부분"이라며 "그렇다고 공정위가 사전에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주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 '지분율 얼마나..' 시행령에 촉각

 

이에따라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공정위가 마련중인 시행령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시행령에서 정하게 되는 총수 일가의 '일정 지분'을 얼마로 정하느냐가 재계의 가장 큰 관심사다. 지분율 규정에 따라 해당 계열사가 개정안에서 정한 규정에서 포함될 수도, 제외될 수도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현재 자산총액 5조원 이상 대기업 집단 계열사는 총 1519개로 집계되고 있다. 이중 총수 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기업은 405개다. 이들 405개 계열사는 공정위의 시행령에 따라 규제 적용 여부가 결정된다.

 


만일 지분율을 30%로 규정하면 대상 계열사는 195개로 감소한다. 재계에서 주장하는 50% 수준이 적용되면 131개로 줄어든다. 총수 일가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는 55개 수준이다.

 

시민단체와 재계가 가장 첨예하게 부딪히는 부분이다. 시민단체는 규제대상 지분율을 낮춰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재계는 정상적인 기업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일감 몰아주기 지분율 기준에 포함될 경우, 매출액의 5%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기존의 내부거래를 줄여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재계의 입장이다. 이같은 구조라면 해당 계열사의 매출 감소는 물론 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구축해놓은 부품수급 체계 등 정상적인 내부거래마저 흔들릴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다.

 

이와관련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달 "기업들이 상당부분 수직계열화돼 있는 만큼 이를 부인할 수는 없다"면서도 "다만 물류와 광고, 소모성자재구매대행 등이 핵심"이라고 밝혔다.

 

때문에 재계에서는 현재로선 지분율 30%선 기준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경우 SK C&C, 삼성에버랜드, 현대글로비스, 현대엠코 등 주요 대기업의 계열사들이 포함되는 만큼 과잉제재 논란을 피하면서도 규제효과를 얻을 수 있는 접점이라는 분석이다.

 

이미 주요 대기업들이 광고와 물류 등에서 일감을 개방하는 등 변화하고 있는 만큼 시행령에서까지 높은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전경련 관계자는 "자칫 일반적인 계열사간 거래까지 위축되지 않도록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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