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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억원 넘는 개인 해외계좌는 더 이상 없다?

  • 2015.09.03(목) 17:40

국세청에 자진신고되는 해외금융계좌의 건수와 금액이 크게 늘고 있지만, 고액 자산가들의 자진신고는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더이상 신고할 고액계좌가 없거나 고액일수록 신고를 꺼리거나 둘 중 하나다. 신고를 하지 않아도 100% 적발할 수 없는 과세관청 행정력의 한계를 감안하면 후자일 가능성이 크다.

 

 

# 크게 늘어난 해외계좌 자진신고..그런데 말입니다

 

국세청이 3일 발표한 올해 해외금융계좌 신고현황을 보면 그 건수와 금액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올해 6월 한달 간 국세청에 신고된 10억원 이상의 해외금융계좌 보유자는 826명(법인 포함)이고 이들이 신고한 금액은 36조9000억원이다. 신고인원은 지난해(774명) 보다 6.7% 늘었지만 신고금액은 지난해(24조3000억원)보다 52.1%나 급증했다.

 

그런데 늘어난 자진신고금액을 개인과 법인으로 구분해서 보면 법인에 대한 쏠림현상이 크고, 개인의 경우 신고금액에 변화가 없다는 점이 눈에 띈다.

 

개인은 전체 신고인원의 절반인 412명에 이르지만 신고금액은 2조7000억원으로 전체 신고금액의 7.3%에 그친다. 대부분의 해외금융계좌 신고금액이 대기업 등 법인들의 신고액이라는 것이다.

 

# 고액 자산가들 더 이상 자진신고 안하나

 

개인의 해외금융계좌 신고 정체현상은 고액일수록 더 뚜렸해진다. 올해 해외금융계좌 신고내역을 신고금액 구간별로 분리해서 보면 20억원 이하의 경우 174명으로 지난해보다 13명이 늘었고, 20억원~50억원 사이의 금액을 신고한 인원은 125명으로 지난해보다 9명이 늘었다. 그러나 50억원이 넘는 초고액의 계좌를 신고한 사람은 113명으로 지난해에 비해 단 1명 늘어났다.

 

신고내역을 연도별로 봐도 올해는 특별하다. 50억원이 넘는 해외금융계좌를 신고한 개인은 2012년 69명, 2013년 78명, 2014년 112명으로 꾸준히 늘었다. 그런데 올해는 단 1명이 늘어난데 그쳤다.

 

 

고액 계좌의 자진신고행렬이 멈춘 것은 고액자산가일수록 과세관청의 정보망에서 벗어나려는 욕구가 강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세청에 따르면 한 번 해외금융계좌를 신고한 경우에는 그 다음 해에도 또 그 다음 해에도 계속해서 신고하며, 신고금액도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신고를 했다가 안하거나 신고금액의 변동이 발생하면 당연히 국세청의 의심을 받기 때문이다. 이런 흐름은 고액일수록 더 확실하다.
 
1년 전에 50억원을 신고했는데 올해 100억원을 신고하면 50억원이 어디서 났는지를 소명할 수 있어야 하고, 반대로 신고금액이 줄면 어디에 사용했는지를 밝힐 수 있어야 한다. 이는 그동안 신고건수와 신고금액이 꾸준히 늘고 있는 이유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한번 해외계좌를 신고하는 순간 국세청의 레이더망을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고액 자산가들은 첫 신고부터 꺼리는 것이다.

 

# '고해성사'기간에도 숨죽이고 있을까

 

고액의 해외계좌를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자진신고를 하지 않는 이유는 과세관청에 들키지 않을 수 있다는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2년 전 조세회피처 비자금 명단을 발표했던 조세정의네트워크에 따르면 국내 기업과 개인이 조세회피처 등 해외에 숨겨 놓은 자금은 900조원이 넘는다. 이번에 국세청에 자진해서 신고된 해외금융계좌는 그 4% 수준밖에 안 된다.

 

국세청은 해외금융계좌 신고기간이 되면 전년도 미신고혐의자를 추출해서 세무조사를 실시하는 등 경고의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보여주고 있지만 고액계좌 보유자들의 신고확대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가 다음달부터 6개월간 한시적으로 해외재산과 소득을 자진신고하면 가산세와 과태료는 물론 형사처벌까지 면제해주는 파격적인 고해성사 혜택을 주기로 한 것도 국세청의 자체적인 노력에 한계가 있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국가간 조세금융정보 교환여건이 확충되고, 미신고자에 대한 제도적 압박이 커지면서 신고를 주저했던 사람들도 자진신고를 하게 될 것으로 본다"며 "특히 내년 3월까지 자진신고할 경우 처벌이 면제되기 때문에 반드시 신고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해외금융계좌신고제는?

 

역외탈세를 차단하기 위해 2010년말 도입됐다. 신고기한인 6월을 기준으로 과거 1년간 매월말 해외금융계좌(예금, 주식, 보험, 채권)의 잔고가 10억원이 넘은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다면 신고대상이 된다.

 

신고하지 않으면 미신고금액의 10%를 과태료로 부과하고, 미신고금액이 50억원이 넘으면 고액체납자 명단공개와 같이 그 명단을 일반에 공개하고, 벌금이나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올해부터는 미신고금액에 대한 자금출처를 제대로 밝히지 못하면 미소명과태료를 10%까지 추가로 부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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