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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여름파업]①통상임금에...임금피크에...

  • 2015.09.04(금) 10:14

통상임금·임금피크제 등 굵직한 쟁점 많아
실적 부진 등 환경 악화..임단협 타결 난항

매년 여름 휴가가 끝나고 추석 연휴가 시작되기 전까지 산업계는 팽팽한 긴장감에 휩싸인다. 노사간 임금 및 단체협상 때문이다.'하투(夏鬪)'라는 말도 여름철에 노동계의 투쟁이 집중되는 것에서 유래했다. 노사 양측이 원만하게 합의하면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의견 차가 크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올해 하투 이슈는 두 가지다. '통상임금'과 '임금피크제'다. 주요 사업장별로 하투 진행상황과 사업장별 쟁점 등을 짚어본다.[편집자]

 

 

각 사업장별로 올해 임단협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일부 사업장에서는 타결 소식도 들린다. 하지만 대형 사업장들은 여전히 진통을 겪고 있다. 작년부터 계속되고 있는 '통상임금' 문제와 올해 새롭게 등장한 '임금피크제' 도입을 둘러싼 노사 양측의 대립이 첨예하다.

 

노조에게 통상임금과 임금피크제는 모두 자신들의 삶과 직결된 문제다. 임금과 정년이 걸려있어서다. 그런만큼 사활을 걸고 있다. 사측도 마찬가지다. 통상임금 범위가 확대되면 막대한 비용 지출이 불가피하다. 임금피크제도 마찬가지다. 여기에 경영 환경마저 악화되고 있다. 올해 임단협 타결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 해결되지 않은 '통상 임금'

 

통상임금 범위 문제는 작년부터 본격화됐다. 통상임금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할 것인가가 쟁점이다. 소송을 통해 법원의 판단을 받아보기도 했지만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는 못했다. 법원은 올해 초 진행된 현대차 통상임금 소송에서는 사측의 손을, 현대중공업 소송에서는 노조측의 손을 들어줬다. 그만큼 업체별로 상황이 달라 명확한 판단을 내리기가 어렵다. 범위를 넓히려는 노조와 이를 저지하려는 사측의 기싸움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통상임금은 근로자에게 정기적, 일률적, 고정적으로 소정의 근로 혹은 총근로에 대하여 지급하기로 정해진 시간급·일급·주급·월급 등을 말한다. 즉, 노사계약에 명시된 통상적인 임금이다. 통상임금에는 조건이 있다. ▲정기적 지급(정기성) ▲모든 근로자에게 일률 지급(일률성) ▲업적·성과에 관계없이 확정된 금액 지급(고정성)이어야 한다. 이 세가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통상임금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따라서 연장·야간·휴일근로에 대한 임금, 출근자 혹은 일정한 근무성적을 올린 자에게만 지급하는 성과급 등 실제 근로에 따라 변동되는 임금은 통상임금에서 제외된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특히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느냐 아니냐의 문제가 가장 큰 쟁점이다. 노조와 사측은 각각 상여금에 대해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 법원은 올해 초 현대차 노사의 통상임금 관련 소송에서 사측의 손을 들어줬다. 이후 현대차 노사는 통상임금 범위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별도의 조직을 구성해 수차례 협의를 진행했다. 하지만 노사 간의 의견차이는 여전히 큰 상태다.

 

우선 노조측은 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입장이다. 매년 열리는 임단협을 통해 상여금이 결정되고 노사간 계약에 의해 진행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임단협 타결과 동시에 정기적으로 지급되고 모든 근로자들에게 지급되며 사전에 임단협을 통해 액수가 확정되는 만큼 상여금도 통상임금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사측의 생각은 다르다. 상여금의 성격이 임금 이외에 특별히 지급되는 '보너스'인 만큼 통상임금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작년 현대차 노사가 대립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사측은 상여금 시행세칙에 15일 미만 근무자에게는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는 '지급 제외자 규정'이 있어 고정성이 결여됐다고 봤다. 반면 노조는 상여금 시행세칙 개정시 노조의 동의가 없었고 지급 제외자 규정은 실효성이 없는만큼 고정성이 있다고 맞섰다.

 

노사 양측이 이처럼 통상임금 범위 문제에 민감한 것은 임금과 직결돼 있어서다.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면 실질적으로 임금이 올라간다. 통상임금은 각종 수당의 기준이다. 임금이 오르면 각종 수당도 그만큼 오르기 때문에 사측이 부담해야 할 금액이 커지는 것이다.

 

◇ 새로운 변수 '임금피크제'

 

통상임금 문제와 함께 올해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른 것이 '임금피크제'다. 최근 정부가 노동시장 개혁을 위해 임금피크제 도입을 추진하면서 올해 임단협의 새 변수로 등장했다. 정부는 임금피크제 시행으로 확보된 재원을 청년 일자리 창출에 투입할 생각이다. 각 기업들은 정부의 시책에 맞춰 앞다퉈 임금피크제 전면 실시를 발표했다.

 

기업들이 임금피크제 전면 시행을 서둘러 발표한 것에는 정부의 시책에 동조하는 것 이외에 다른 이유도 숨어있다. 기업들의 입장에서는 늘 임금이 부담이다. 특히 정년이 가까워질수록 임금이 올라가는 현재의 임금체계는 기업들에게 불리하다. 기업 입장에서는 고정적으로 높은 임금을 받아가는 정년을 앞둔 근로자가 달가울 리 없다. 이들에게 투입될 임금을 청년들에게 돌린다면 비용 절감은 물론 고용 확대가 가능하다.

 

하지만 노조는 임금피크제 전면 도입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정부와 사측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정년 보장이라는 당근을 던져주는 대신 임금 삭감의 고통을 근로자들에게 떠안기려 한다고 주장한다. 정규직의 월급을 빼앗아 기업들에게 이익을 주려는 제도라는 것이 노동계의 주장이다.

 

▲ 정부가 노동시장 개혁의 일환으로 임금피크제를 추진하자 기업들이 잇따라 임금피크제의 전면적인 시행을 선언했다. 하지만 노조 측은 사측의 임금피크제 도입에 대해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다.
 
임금피크제는 임금이 최고점(peak)에 이르는 시기를 정해두고 그 이후부터는 정년을 보장하는 대신 임금을 매년 일정 부분씩 삭감하는 제도다. 국내에서는 지난 2001년부터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이와 유사한 제도를 도입해 운용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삼성과 현대차 등 대기업들이 전면 도입에 나선 상태다.
 
임금피크제는 50대 이상 고령층의 실업을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기업 입장에서도 인건비 부담을 덜고 청년 고용 확대에 나설 수 있다. 단점도 있다. 사회 전체적으로 임금수준이 하락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싼 값에 숙련된 고령층을 쓸 수 있게되면 비숙련자들의 임금은 더 낮아질 수밖에 없다. 아울러 임금 삭감에 따른 근로 의욕 저하도 임금피크제의 단점으로 꼽힌다.
 
현재 노동계에서는 임금피크제 전면 도입에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한 상태다. 청년 고용 확대를 빌미로 기업들의 비용 부담을 줄여주려는 의도라는 것이 노동계의 주장이다. 일부 업체들의 경우 노조가 임금피크제 도입에 반대하며 전면 파업에 들어간 곳도 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각 업체별로 임금피크제 도입 여부가 올해 임단협의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 양보는 없다..첨예한 대립
 
"올해는 통상임금과 임금피크제라는 대립점이 명확한 사안이 걸려있어서 임단협 타결에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한 대기업 노무 담당 임원은 올해 임단협 타결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통상임금과 임금피크제가 근로자들의 이익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노조가 강경하게 나올 것으로 봤다. 실제로 임단협을 진행하고 있는 현대차의 경우 노조가 임금피크제 도입 반대를 공식화 한 상태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올해 현대차 노조가 이를 빌미로 파업을 벌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임금피크제 도입 문제를 두고 이미 파업에 돌입한 곳도 있다. 금호타이어 노조는 지난달 11일부터 4일간 근무조별 4시간 부분파업을 벌였다. 이어 지난달 17일부터 지금까지 전면파업에 들어간 상태다. 금호타이어 노조의 파업 기록은 사상 최장 기록이다.
 
금호타이어 노조 파업의 핵심 쟁점은 성과급과 임금피크제 도입이다. 사측은 임금피크제 도입과 성과급 지급을 연계해 단체교섭을 타결하자는 입장이다. 반면 노조는 '임금피크제 철회, 성과급 즉시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성과급의 경우 일정부분 이견을 좁혔지만 임금피크 문제는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금호타이어 노조는 지난달 17일부터 성과급 지급 문제와 임금피크제 도입 문제로 사측과 첨예하게 대립하며 전면파업을 벌이고 있다.

 

올해 각 업체별 임단협 타결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는 또 있다. 현재 임단협 타결에 난항을 겪고 있는 업체들은 대부분 실적이 좋지 않은 곳들이다. 노조는 그럼에도 불구 임금 인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사측은 경영상의 어려움을 이유로 노조의 요구를 거부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올해는 임금협상만 진행한다. 작년 사상 최악의 적자를 기록한 사측은 노조의 임금 인상 요구에 대해 불가 입장을 밝힌 상태다. 이 때문에 현대중공업의 올해 임금 협상은 교착상태에 빠졌다. 이에 따라 노조는 지난달 26일 처음으로 부분파업을 벌였다.

 

한국타이어는 지난달 26일 노사 양측이 임금협상안에 잠정 합의했지만 조합원들이 반발하면서 전면 백지화됐다. 한국타이어 노사는 현재 재협상에 들어간 상태다. 지난달 진행된 조합원 쟁의 행위 찬반 투표 결과 찬성이 압도적으로 많아 파업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한국타이어의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전년대비 6.9%, 영업이익은 20.9% 줄었다. 실적 부진에 파업 우려까지 겹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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