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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깜짝 개편, 말 많은 이유

  • 2013.08.05(월) 19:02

박근혜 대통령이 파격을 택했다. 여름 휴가를 마치고 국정에 복귀한 첫날 내놓은 작품이 청와대 전격 개편이었다. 5일 비서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참모진 10명 중 5명을 교체했다. 대통령 취임 162일만에 2기 비서진을 출범시킨 것이다.

새 비서실장에는 검찰총장과 법무장관, 3선 의원을 역임한 김기춘 전 장관이 임명됐다.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원로급 핵심 참모들 모임인 '7인회' 멤버다.

 

이밖에 2개월여간 공석이었던 정무수석에 박준우 전 대사, 민정수석에는 홍경식 전 법무연수원장을 선임하는 등 4명의 수석비서관이 청와대에 입성했다.

관심은 비서실장에게 집중되고 있다. 그동안 거쳐온 이력, 국민들의 머릿속에 각인된 이미지 등을 감안하면 당연한 관심일 지도 모른다. 그를 비서실장으로 택한 대통령의 의중과 향후 국정운영 방향 등을 읽어내는 핵심 포인트로서도 의미를 갖는다.  

여당은 김기춘 신임 실장의 '탁월한 경륜과 역량'에 기대감을 표시했지만 야당과 시민단체 등에서는 그가 1992년 부산 '초원복집' 사건의 주역이었다는 사실에 특히 주목한다.


1992년 12월 대선을 일주일 앞둔 상황에서 김기춘 당시 법무장관은 초원복집에서 대책회의를 가졌다. 국가안전기획부 부산지부장과 부산지방경찰청장이 동석한 이 자리에서는 지역감정 조장과 관권선거 등이 주로 논의됐다. "우리가 남이가, 이번에 안 되면 영도다리에 빠져 죽자", "민간에서 지역감정을 부추겨야…" "검찰에서도 (관건선거를) 양해할 것" 등등의 말들이 오갔다.

20년이 지난 2012년 대선에서는 국정원이 댓글을 통해 선거에 부당하게 개입했고, 경찰은 이를 눈감아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를 규명하기 위한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는 증인채택 문제 등으로 표류하다 야당이 거리로 뛰쳐나가 촛불대열에 합류하는 양상에까지 이르렀다.

야당이 장외투쟁을 벌이고, 찻잔속에 머물던 촛불이 꺼지지 않고 세력을 키워가는 시점에서 이번 인사는 단행됐다. 온건파로 분류되는 허태열 실장이 물러나고 대통령의 최측근 원로그룹 멤버가 청와대 참모진의 사령탑을 맡게 됐다. 


이번 인사의 배경에 대해 청와대 이정현 홍보수석은 "하반기에 보다 적극적인 정책추진과 새로운 출발을 위해 새 청와대 인선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참모진 개편을 통해 하반기 국정운영을 다잡기 위한 심기일전 차원 내지는 국정 전반에 대한 쇄신의 계기를 마련하는 차원에서 이뤄진 인사로 풀이된다.

하반기 국정운영에서 가장 민감한 이슈는 국정원 국정조사다. 야당의 가세로 촛불이 확대되면  과거 보수정권의 트라우마가 재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전임 이명박 정부는 출범직후 쇠고기 파문이 몰고 온 '촛불 사태'로 국민적 저항에 부딪쳤다. 이명박 대통령은 정권 출범 117일만에 류우익 대통령 실장과 수석비서관 전원을 물갈이 하는 청와대 개편을 통해 국면전환을 모색해야 했다.

이번 인사와 관련, 청와대 주변에서는 국가정보원 국정조사 문제로 대치를 거듭하는 대야관계의 정상화를 위해서라도 참모진을 일신할 필요가 있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외에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방, 4대강 사업 대운하 추진 논란 등 정치적인 악재는 곳곳에 포진해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김기춘 비서실장 카드는 국정철학에 대한 공감대를 갖고 있는 인사를 통해 청와대는 물론 국정전반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고 실질적인 성과를 내겠다는 포석으로 읽힌다.

문제는 김기춘 실장이 국정 관리과 국면돌파용 카드로 적합할 지 모르지만 대통령이 표방한 국정운용과는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과거는 시빗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김 신임 실장은 유신헌법 제정 과정에 참여했고 2004년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으로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주도하기도 했다.

대통령이 지난 대선때 내걸었던 3대 국정운용 화두는 경제민주화와 국민대통합, 국민행복이었다. 경제민주화는 이미 경제활성화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새만금에 투자한 기업인을 등에 업은 퍼포먼스는 경제에 관한 정부의 스탠스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줬다.

국민대통합은 지역과 계층 갈등, 이념의 대립을 불식시키는 것이 관건이다. 하지만 이번 비서실장 인사를 통해 나타난 박근혜 정부의 향후 국정운용은 국민대통합 보다는 그들만의 대통합으로 흐를 조짐이 농후해 보인다. 남은 것은 국민행복인데, 가계부채가 1천조원에 달하고 정부의 세제개편이 월급쟁이·서민들에 대한 증세로 받아들여는 상황에서 국민들이 행복을 어느 정도 체감할 지는 미지수다.

☞7인회 : 고 박정희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계기로 박 대통령을 돕는 7명의 원로그룹. 강창희 국회의장(67)을 비롯해 김기춘(74) 신임 비서실장, 현경대(74)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김용환(81)·김용갑(77)·최병렬(75) 전 의원, 안병훈(75) 전 조선일보 부사장 등이 멤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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