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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실주 열풍..동원이 웃는다

  • 2015.09.08(화) 15:21

소주병 납품 계열사 실적↑..‘순하리’ 반사익
주력 계열사, 참치 가격 하락으로 실적 부진

(그래픽 = 김용민 기자)

 

동원그룹 직원은 ‘참이슬’과 ‘처음처럼’ 중 어느 소주를 마실까? 개인의 취향 문제지만, 회사 입장에선 직원들이 ‘처음처럼’을 마시길 원할 가능성이 크다. 힌트는 동원그룹 실적 속에 숨어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동원그룹의 지주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의 올 상반기 매출(연결)은 2조255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6.5%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076억원으로 18.9% 늘었다. 국내 식품업계가 정체된 상황에서 규모와 내실이 모두 좋아졌는데, 원동력은 동원그룹의 핵심제품인 '참치'가 아닌 '처음처럼 순하리'에 있다. 

동원엔터프라이즈는 수산·식품·포장 등 6개 사업부문을 운영하고 있는데, 핵심 계열사의 실적은 좋지 않았다. 참치 등 수산물을 어획하는 동원산업은 올 상반기 순손실을 낼 정도로 실적이 악화됐다. 참치어 가격이 떨어지면서, 올 상반기 동원산업 영업이익은 188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32% 감소했다. 특히 미국참치제조 계열사인 스타키스트(Starkist)가 2012년 제기된 제품함량 미달 집단소송 합의금 132억원을 일회성 비용으로 반영하면서, 동원산업은 올 상반기 8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이 가운데 동원엔터프라이즈가 선방할 수 있었던 이유는 지난해 인수한 포장전문업체 테크팩솔루션 덕분이다. 테크팩솔루션은 유리병과 캔, 페트(PET) 등을 제조하는 국내 최대 포장회사다. 동원그룹은 작년 8월 동원시스템즈를 통해 테크팩솔루션 지분 56%를 1400억원에 인수하며, 포장사업을 키웠다.

테크팩솔루션은 인수 1년 만에 효자 계열사가 됐다. 작년 한해 97억원에 머물던 영업이익은 올 상반기 만에 233억원을 넘겼다. 테크팩솔루션은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연속 순손실을 냈는데, 올 상반기엔 131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실적 개선의 배경은 ‘처음처럼 순하리’에 있다.


롯데칠성음료가 올해 3월 선보인 ‘처음처럼 순하리’는 출시 100일 만에 4000만 병이 팔리며, 국내 주류시장에 과실주 열풍을 만들었다. 경쟁사인 하이트진로와 무학 등도 잇따라 과실주를 출시했다. 이 과실주 열풍이 롯데칠성음료에 소주병을 납품하는 테크팩솔루션에 전달된 것이다.

아울러 테크팩솔루션은 ‘클라우드’ 효과도 보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출시한 '클라우드'로 하이트와 오비맥주 틈바구니에서 성공적으로 맥주 시장에 안착했는데, 테크팩솔루션은 롯데칠성음료에 맥주병도 공급하고 있다. 동원F&B 관계자는 "'클라우드'와 '처음처럼 순하리'가 잘 팔리면서, 롯데칠성음료에 병을 납품하는 테크팩솔루션의 실적이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동원엔터프라이즈 측도 “참치어가 하락에 따른 동원산업 수산부문의 적자에도 불구하고 포장재부문에서 호실적을 냈다”며 “테크팩솔루션은 최근 롯데주류의 과실주 판매호조로 소주병 생산물량 확대에 따라 '규모의 경제' 효과를 봤다”고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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