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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없는 `노브랜드` 소리없이 `시장 확대`

  • 2015.09.10(목) 06:54

노브랜드, 자체브랜드에서 한 발 더 진화..`브랜드`와 경쟁
유통업체, 소비자와 접점 장점살려 제조업체 브랜드 `흡수`

이마트가 올 봄 선보인 '노브랜드'가 주목받고 있다. 노브랜드는 자체브랜드(PB·Private Brand)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이마트가 야심차게 내놓은 작품이다. 

 

우선 노브랜드는 자체브랜드(PB)와 브랜드(NB) 간의 경계를 허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자체브랜드의 인기에 힘입어 이마트가 얼굴 없는 '브랜드'를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유통업계와 제조업계의 패권 싸움이 시작됐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소비자들과 더욱 밀접한 유통업체들이 향후 패권을 거머쥘 가능성도 제기된다.


◆'노브랜드'로 브랜드와 어깨 나란히

 

▲ 이마트에서 선보인 '노브랜드' 제품 (사진=이마트)

'노브랜드'는 품질은 유지하는 대신 포장과 광고에 드는 비용은 최소화해 가격을 타사 브랜드 대비 최대 67%까지 낮췄다. 이마트는 지난 4월 9개에서 시작한 노브랜드 상품을 연내 300개까지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노브랜드'를 자체브랜드보다 한 단계 발전한 형태로 보고 있다.

 

'자체브랜드'는 제조설비가 없는 유통업체가 제조업체에 생산을 의뢰해 내놓는 상품이다. 대개 유통업체의 로고가 찍히며, 해당 점포에서만 판매된다. 이와 달리 '브랜드'(NB·National Brand)는 제조업체가 생산하는 제품으로 편의점·대형마트 등 전국적인 규모로 판매된다.

 

유통업계에서는 자체브랜드를 뛰어 넘어 아예 브랜드 격의 상품을 개발해 내놓은 사례로 '노브랜드'에 주목하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노브랜드는 대형마트 경쟁사와 편의점, 슈퍼마켓에서도 유통될 수 있도록 기획했다"라며 "현재는 이마트에서만 판매되고 있지만 앞으로는 다른 유통채널에서도 판매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 싸게.."포장·광고에서 거품 쫙 뺐다"

 

이마트는 가격을 최대한 낮추는 대신 적정한 품질을 유지하는 선에서 생산업체를 선정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기준을 맞출 수 있다면 해외 직소싱도 마다하지 않는다.

 

현재까지 알려진 노브랜드 국내 생산업체는 쌍용C&B, 크린피아, 베스크린, 한솔허브팜, 애경산업 등이다. 또 감자칩은 말레이시아, 국수파스타냄비는 중국 등 해외에서도 제품을 들여오고 있다.

 

노브랜드는 포장과 디자인에 들어가는 비용을 아껴 가격을 최대한 낮췄다. 포장단위는 한 가지로 통일하고, 포장 디자인은 단색으로 밋밋하게 만드는 식이다.


◆옛날의 자체브랜드가 아냐..품질도 만족

 

이마트가 이러한 도전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자체브랜드의 잇따른 성공에 힘입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1999년 이마트에서 자체브랜드를 내놓았을 때만 해도 가격은 싸지만 품질에 대해서는 만족도가 크지 않았던 게 사실"이라며 "상품개발을 꾸준히 진행해 이제는 품질과 가격에 대한 고객의 만족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장기적인 불황은 값싼 자체브랜드의 성공에 '순풍' 역할을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하위 80%'의 고객을 위한 가격 혁명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한다. 앞으로도 '싼 것'들이 비싼 제품을 압도하면서 자체브랜드 상품이 브랜드 제품의 영역을 파고들 거라는 전망이다.

 

지난 2013년 국내 자체브랜드 제품 비중은 평균 15% 수준이다. 유럽의 선진 글로벌유통업체에서 다루는 자체브랜드 비중이 50%에 육박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내 자체브랜드 상품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이다.

 

▲각 국가별 자체브랜드 제품 구성비. (출처: 닐슨 리서치,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유통과 제조간 패권 전쟁"..누가 이길까

 

이 과정에서 유통업체와 제조업체 간에 패권 싸움이 시작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구도로는 유통업체가 유리하다는 진단이다.

 

한국희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많은 제조업체들이 유통업체들의 자체브랜드 상품 공급자(PB provider)로 포섭되고 있다"고 밝혔다. 기존 브랜드를 생산하는 많은 제조기업들은 가격을 낮추거나 유통업체들의 자체브랜드 시장으로 편입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한국희 애널리스트는 "생필품 영역에서 급격히 확산되고 있는 자체브랜드 시장은 제조업체들 보다는 소비자를 밀착 마크하는 유통업체들이 향유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유통업체들은 대형마트, 편의점, 슈퍼마켓 등 소비자들과의 '접점'을 무기로 생필품 시장을 빠르게 잠식해 나갈 거라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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