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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 지방분양]下 경착륙 땐 버블 터진다

  • 2015.09.10(목) 08:20

고분양가·분양권 전매로 거품 유발
경착륙 우려에 규제도 쉽지 않아

신호등에 처음 노란불이 들어왔을 때 차들은 속도를 줄였다. 하지만 눈치보던 차들이 하나 둘씩 그냥 달리자 노란불은 있으나마나 해졌다. 부산·대구 분양시장이 꼭 그렇다. 작년 상반기부터 청약과열, 공급과잉 등에 대한 경고음이 나왔지만 청약경쟁률은 오히려 더 뛰었다. 왜 이렇게 과열됐는지, 리스크는 없는지 짚어본다. [편집자]

 

지방 청약시장에서 나타나는 높은 청약경쟁률은 그 자체로 부정적인 신호는 아니다. 신규 주택에 대한 수요가 충분하고, 또 시장에 활기가 있다는 방증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과열된 청약 분위기 속에서 언제 갑자기 꺼질지 모르는 '거품(Bubble)'이 생긴다는 것이다. 높은 청약경쟁률을 근거로 건설사들은 아파트 분양 가격을 높이고, 이른바 '떴다방(이동식 중개업소)'들은 분양권에 높은 웃돈(프리미엄)을 붙여서 전매한다. 거품이 꺼지면 비싸게 아파트를 분양받거나 분양권을 산 수요자들은 순식간에 '하우스 푸어'로 전락할 수 있다.

 

◇ 분양가 인상 '도미노'

 

대구 부산 등지에서는 청약시장이 '대박' 행진을 이어가면서 분양가 상승세가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10일 분양업계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에 따르면 올 들어 대구 지역 민간택지 아파트 분양가는 평균 914만원으로 작년 평균 870만원보다 44만원(5.1%) 상승했다. 같은 기간 수도권 분양가 상승률 0.7%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특히 이달 초 대구 수성구에서 분양한 '힐스테이트 황금동'의 분양가는 3.3㎡ 당 평균 1269만원으로 6월말 기준 수성구 평균 분양가인 1030만원보다도 20% 이상 높았다. 발코니 확장비용 등을 포함하면 3.3㎡ 당 1350만원 선이었다. 하지만 이 아파트는 '622.1대 1'이라는 올해 전국 최고의 청약경쟁률로 입주자 모집을 마감했다.

 

▲ 자료: 주택도시보증공사

 

대구 부산을 포함한 광역시 지역은 계약도 다른 지역에 비해 빠르게 마무리되고 있는데 이 역시 건설사들의 분양가 인상을 유도하고 있다.

 

HUG의 민간 아파트 초기분양률 조사 결과 지난 2분기 말 기준 6대 광역시 민간아파트의 분양 3~6개월내 평균 분양률은 99.8%로 '완판'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는 전분기 대비 3.8%포인트, 전년동기 대비 18.3%포인트 상승한 것이며 수도권 91.7%, 광역시를 제외한 지방 91.2%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청약경쟁률이 높게 나타나고 계약도 일찍 마무리되고 있어 건설사들은 가능한 한 분양가를 높여 이익을 늘리자는 분위기"라며 "1~2년전만 해도 미분양 불안에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분양가를 책정한 아파트가 많았지만 요즘은 그런 분위기가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 분양권 전매시장 '폭탄돌리기'

 

높은 청약경쟁률은 분양권 거래 시장도 과열시키고 있다. 수도권 외 지역은 전매제한도 없어 계약 직후 바로 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에 분양 초기 달아오른 열기가 곧바로 분양권 거래시장으로 전해지기 쉬운 환경이다.

 

분양대행업체 솔렉스마케팅이 부산지역에서 올해 분양한 아파트(전용면적 84㎡ 기준)의 지정계약 직후 프리미엄을 조사한 결과, 6월 해운대구에서 분양된 '해운대자이 2차'는 8000만원, 같은 달 서구에 공급된 '대신 더샵'은 7900만원의 웃돈이 붙었다.

 

이어 4월 수영구에 분양한 '광안 더샵'이 7600만원, 7월 남구에서 선보인 '대연 SK뷰 힐스'와 연제구 '연제 롯데캐슬&데시앙'은 각각 7000만원, 6월 분양한 남구 '대연 파크 푸르지오'는 5000만원 선이었다.

 

▲ 지난 6월23일 해운대자이 2차 특별공급을 진행한 연산자이갤러리 내부(사진: GS건설)

 

대구에서는 지난 5월 반도건설이 분양해 273대 1로 마감한 '동대구 반도유보라'에 5000만~6000만원의 웃돈이 붙어 있으며, 힐스테이트 황금동의 경우 계약 후 1억원 이상의 웃돈이 붙을 것이라는 예상이 시장에 돌고 있다.

 

하지만 분양권은 입주 때 가격이 하락하는 경향이 있어 자칫 '폭탄 돌리기'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분양권은 시세를 파악하기 어렵고 가격 변동성도 크다"며 "2~3차례 전매를 거쳐 프리미엄이 높아진 뒤 입주시 거품이 빠지면 결국 마지막 매수자가 피해를 떠안게 되기때문에 거래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매매시장에도 '거품' 주의보

 

대구 부산 지역은 분양시장 호조와 맞물려 기존 주택 매매시장에도 거품 우려가 제기된 상태다.

 

지난달 13일 열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 금통위원은 "최근 대구, 부산 등 일부지방의 주택가격이 경제여건에 비해 상당히 높은 상승세를 보이는 등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 같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 8월 주택 매매가격 상승 상위 지역(자료:KB국민은행)

 

KB국민은행의 주택가격 동향조사에서 지난 8월 전월대비 주택매매가격 변동률은 대구 0.99%, 광주 0.57%, 부산 0.48% 등으로 전국 평균(0.39%)을 상회했다. 특히 대구 집값 상승률은 작년말 대비 8.14%, 전년 동월 대비 11.58%로 전국 최고 수준이다. 같은 기간 전국 평균은 각각 2.95%, 3.94%이었다.

 

이 금통위원은 "경제의 안정성을 저해하는 거품이 생겨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며 "주택시장의 이상 징후를 조기에 포착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관련 당국과의 정책협의나 정책제언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정부도 딱히 손을 대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국토부 한 관계자는 "지방 광역시 일부 지역이 다소 과열 양상을 보이는 것은 감지하고 있지만 자칫 잘못 건드렸다가는 열기가 한번에 날아갈 수 있다"며 "일단은 모니터링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신규 분양시장의 과열 우려가 있지만 경기 변동성이나 금리 상승 우려 등이 있기 때문에 탄탄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분양시장에 인위적인 규제를 가할 경우 자칫 과도하게 시장 심리를 위축시켜 경착륙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대구·부산 연내 분양 예정 단지(자료: 함스피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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