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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de story]어설픈 정부의 경고, 외로운 우리은행

  • 2015.09.10(목) 11:05

주택대출 자제 경고에 나 홀로 금리 올린 우리은행
뻔한 안심전환대출 부메랑에 시장 반응·효과 의문

금융당국의 주택담보대출 자제 경고는 어설프고, 여기에 나홀로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올린 우리은행은 외로웠습니다.

 

가계부채에 경고등이 켜진 지는 오래. 그동안 주택담보대출 확대를 수수방관했던 금융당국이 갑자기 은행들에 대출 관리를 주문했고요. 뜨끔한 우리은행은 금리 인상으로 화답했습니다. 두 가지 모두 어떤 효과를 낼지는 의문인 상태고요.


우리은행이 지난 3일 자로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0.2%포인트 올렸는데요. 갑작스러운 대출 금리 인상에 갸우뚱하실 텐데요.

 



 ◇ 뜨끔한 우리은행 주택대출 금리 인상

이유는 이렇습니다. 금융당국이 지난달 하순 잇따라 은행 여신담당 부행장을 불러 무분별한 주택담보대출 확대를 자제할 것을 당부했는데요. 한 번은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직접 불렀고, 한 번은 금융감독원이었습니다.


사실 이렇게 된 데에는 우리은행이 한몫했다는 후문입니다. 연간 목표 범위를 뛰어넘어 무리하게 주택담보대출을 늘렸다는 겁니다.

물론 우리은행도 할 말이 없지는 않습니다. 집단대출이 다른 은행보다 많고, 얼마 전까지 국민주택기금 총괄 수탁은행이어서 정책 상품이 많았으니까요. 대한주택보증의 보증서를 낀 대출 상품도 있었고요.

그래도 지금이 3분기인데 벌써 연간 목표를 뛰어넘었다는 것은 위험해 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아무튼, 이런 이유로 우리은행은 조금 더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 됐고, 결국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올려버린 거죠. 그래서 코픽스 연동 주택담보대출(비거치, 주택구입) 최저금리는 2.95%가 됐습니다.

 

◇ 나 홀로 관리 모드? 효과 의문


그런데 왜 우리은행이 외롭냐고요? 금융당국의 '원투펀치'를 맞은 후 나 홀로 관리모드에 들어갔기 때문인데요.

주택담보대출이 늘어난 게 어느 한 은행만의 문제는 아닐 텐데요. 지난 8월 국민, 신한, 우리, KEB하나, 농협, 기업 등 6개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327조 9801억 원으로 전월보다 무려 6조 4292억 원이나 늘어났습니다. 금융감독원의 집계를 봐도 1~7월까지 주택담보대출은 무려 39조 4000억 원(모기지론 유동화 잔액 포함) 증가했고요.

국민은행은 아직 연간 목표액을 넘지 않은 상태라 여유가 있는 분위깁니다. 신한은행과 KEB하나은행도 마찬가지고요. 문제는 우리은행만 금리를 올려서 2.95%(최저금리 기준)가 됐고, 국민은행은 2.49%, 신한은행 2.46%, KEB하나은행 2.55%라는 겁니다.

자,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려는 우리은행 고객이 '아, 금리가 올랐네. 대출받지 말아야지'라고 할 사람은 없을 겁니다. 당연히 금리가 더 낮은 다른 은행을 찾아가겠지요.

우리은행은 가계대출을 줄이는 효과를 얻겠지만, 전체 은행권 가계대출 총량엔 큰 변화가 없게 됩니다. 금융당국이 원했던 효과를 보긴 힘들다는 얘긴데요. 물론 금융당국이 '이 정도면 됐다'고 얘기하면 할 말은 없습니다. 오히려 시장의 호응(?)이 너무 좋아 대출을 옥죄게 되면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까요.

 



◇ 안심전환대출로 생긴 버퍼, 뻔했던 부메랑

그럼 은행들이 올해 들어 가계대출을 이렇게 많이 늘렸는데 여전히 여유가 있는 것은 왜일까요. 정부가 야심 차게 내놓은 안심전환대출 덕분입니다. 기존 은행권에서 갖고 있던 대출 34조 원을 안심전환대출로 전환하면서 주택금융공사로 넘어갔으니까요. 34조 원의 대출자산이 뚝 떨어져 나간 셈인데요.

덩어리가 가장 컸던 국민은행이 8조 원 정도 됐고요. 우리은행과 신한은행도 각각 4조 원이 넘습니다. KEB하나은행도 두 은행이 합쳐지면서 5조 원 가까이 되고요.

규모가 상당한데, 당연히 메꿔야겠죠. 그래서 열심히(?) 가계대출을 늘려왔습니다. 떨어질대로 떨어진 금리에 대출을 받겠다는 사람이 줄을 서 있는 상태고요. 내년엔 상환능력 심사를 더욱 깐깐하게 한다고 하니 올 하반기에 대출자들이 더 몰릴테고요.

건설사들은 또 어떻습니까. 내년엔 부동산 경기가 꺾일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분양 물량을 올 하반기에 쏟아내고 있습니다. 이런데 주택담보대출이 안 늘어날까요?

가계부채 경고등이 켜진 건 이미 오래전입니다. 그동안 대출받기 너무나 좋은 환경을 만드는 데에 금융당국도 일조했고요. 금융당국의 갑작스러운 대출 자제 경고가 오히려 더 어설퍼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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