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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의 승부수 'N' 브랜드..현대차에 약? 독?

  • 2015.09.15(화) 09:21

독일서 고성능차 브랜드 'N' 공식 론칭
정의선 부회장 진두지휘..성공 부담도 커

현대차가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N브랜드' 론칭이다. 'N브랜드'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진두지휘해 내놓는 고성능 모델의 브랜드명이다. 현대차는 'N브랜드'를 통해 본격적인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대중차 이미지에서 벗어나려는 것이 정 부회장과 현대차의 생각이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현재 현대차가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아서다. 국내외 판매가 부진한 상태다. 작년에는 사상 최다 판매를 기록했지만 올해는 목표 달성이 어려워 보인다. 고성능 모델은 탄탄한 판매량이 기반이 됐을 때 가능하다. 'N브랜드' 성공 여부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는 까닭이다.

 

◇ 글로벌 메이커로 도약

 

현대차는 15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고성능차 브랜드인 'N'을 발표한다. 모터쇼에서 'N비전 그란투리스모 쇼카'를 통해 현대차의 고성능차에 대한 비전을 제시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는 이번 'N브랜드' 론칭 행사를 인터넷으로 생중계한다. 현대차가 모터쇼 발표 현장을 생중계하는 것은 처음이다. 현대차의 'N브랜드'에 대한 기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N브랜드'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직접 진두지휘한 프로젝트다. 'N'은 현대차 연구의 본산인 '남양연구소'에서 따왔다. 현대차의 기술력을 집중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정 부회장은 'N브랜드' 론칭에 심혈을 기울였다. 작년 12월 BMW 고성능차량 개발 총괄이었던 알버트 비어만(Albert Biermann) 부사장을 직접 영입했다. 기아차 사장 시절 피터 슈라이어를 영입해 큰 효과를 봤던 그다. 이번에는 '비어만 효과'를 노리고 있다.

 

정 부회장은 오래 전부터 현대차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큰 관심을 가져왔다. 더 이상 대중차 이미지만으로는 진정한 글로벌 브랜드로의 성장이 어렵다는 판단때문이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고성능 차량이다. BMW의 M, 벤츠의 AMG와 같은 고성능 차량을 생산해 시장을 넓히고 동시에 현대차의 이미지를 한단계 업그레이드 하겠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의 고성능 차량 브랜드. 현대·기아차는 글로벌 5위권 업체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고성능 차량을 내놓지 않았다. 이에따라 정의선 부회장은 이번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현대차의 고성능 차량 브랜드인 'N'을 공식 론칭하고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나설 계획이다.
 
현대·기아차는 글로벌 5위권 업체임에도 불구 고성능차를 생산하지 않는 유일한 브랜드였다. BMW와 벤츠 이외에 아우디는 'RS', 폭스바겐은 'R', 렉서스는 'F'라는 고성능 차량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현대차의 위상에 걸맞는 고성능차 브랜드 보유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고성능차 브랜드를 보유한다는 것은 단순히 브랜드 이미지 제고 효과만 있는 것이 아니다. 파워트레인 부문의 기술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현대차는 이미 고성능 차량에 대한 실험을 진행해왔다. 대표적인 예가 자동차 경주대회인 WRC(월드 랠리 챔피언십) 출전이다. WRC는 1년간 4개 대륙에서 13개의 대회로 치러진다. 일반도로에서부터 산길, 눈길 등 다양한 도로 환경에서 장거리 경주로 진행돼 자동차 경주의 '철인 경기'로 불린다. 그만큼 대회에 참여하는 차량들에는 제조업체의 기술력이 집약된다. WRC는 업체간의 기술력 경쟁의 장이기도 하다.
 
현대차는 월드랠리팀을 꾸려 작년부터 WRC에 참여하고 있다. WRC를 전담하는 자회사도 세웠다. 이후 유럽 시장 전략 모델중 하나인 i20을 랠리카로 개조해 경쟁에 나섰다. 지난 2월 끝난 2015 WRC 2차 대회에서는 제조사 부문 1위에 올랐다. 현대차는 이때 i20 랠리카에 'N브랜드'를 장착했다. 이미 고성능 차량 개발이 진척되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올해 대회 결과는 현대차의 기술력이 궤도에 올랐음을 의미한다. 정 부회장이 'N브랜드'론칭을 밀어붙일 수 있었던 이유다.
 
◇ '제네시스'에서 시작된 꿈
 
현대차의 브랜드 이미지 제고 노력은 지난 2008년 '제네시스'의 출시부터 시작됐다. 현대차가 내놓은 고급 세단 '제네시스'는 기존 현대차의 세단과는 달랐다. 당시 현대차가 보유하고 있던 최첨단 기술력을 총동원했다. '현대차=대중차'라는 이미지를 씻기 위해 수입차들에만 적용됐던 고급 사양들도 대거 장착했다.
 
'제네시스'는 국내 시장에 '제대로 된 고급 세단'의 시작을 알린 모델이었다. 5년간 현대차의 연구진이 총동원 되다시피 했을 만큼 현대차는 '제네시스' 개발에 총력을 기울였다. 차량 콘셉트도 종전과 달랐다. 오너가 뒷좌석에만 앉는 고급세단이 아닌 '직접 운전하는 고급 세단'으로 잡았다.
 
현대차는 '제네시스'를 개발하면서 자신감을 얻었다. 글로벌 시장에서 겨룰만한 고급 세단을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었다. 실제로 '제네시스'는 출시 1년만인 지난 2009년 '북미 올해의 차'로 선정됐다. '제네시스'는 현대차가 고급 세단에서 가능성을 찾았던 계기였다.

 
▲ 지난 2008년 현대차가 출시한 고급 세단 '제네시스'는 현대차가 브랜드 이미지 고급화를 염두에 두고 개발한 모델이었다. 현대차는 당시 국내 시장에서는 제네시스에 현대차 엠블럼이 아닌 제네시스 독자 엠블럼을 장착해 출시하는 등 당시로서는 다소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하지만 검토 끝에 제네시스를 통한 브랜드 이미지 고급화 전략은 잠시 유보하기로 했다. 그 이후 다시 현대차가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위해 빼든 카드가 'N브랜드'다.
 
현대차가 '제네시스'를 통해 노린 것은 고급차 시장 확대만은 아니다. 사실 현대차의 속내는 따로 있었다. 현대차는 '제네시스'를 통해 브랜드 이원화를 고민했다. BMW, 벤츠처럼 차량 소유자가 해당 브랜드의 차량을 소유하는 것만으로도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그런 브랜드로의 도약을 염두에 뒀다.
 
현대차는 이를 위해 우선 국내에 출시된 '제네시스'에 현대차 엠블럼을 달지 않았다. 대신 '제네시스'만의 고유 엠블럼을 적용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현대차는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인 '프라다'와 손잡고 '제네시스 프라다 에디션'을 출시하는 등 브래드 고급화에 심혈을 기울였다. 당시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브랜드 고급화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현대차의 이런 꿈은 실현되지 못했다. 우선 브랜드 고급화를 위해선 막대한 비용이 드는 데다 오히려 소비자들에게 반감을 살 수도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고민을 거듭하던 현대차는 결국 제네시스를 통한 브랜드 이미지 제고의 꿈을 보류키로 했다. 이번 'N브랜드' 론칭은 이런 현대차 노력의 연장선상이다. 다만 방향이 바뀌었을 뿐이다. 당시에는 브랜드 '고급화'가 목적이었다면 이번에는 '글로벌화'에 방점이 찍혀있다.
 
◇ 기대만큼 부담도 커
 
업계에서는 정 부회장과 현대차의 모험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내부적으로 정 부회장 후계 체제를 조금씩 준비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정 부회장이 직접 나서 승부수를 던진 것인만큼 성공에 대한 부담감이 크다. 'N브랜드'가 성공적으로 안착하지 못한다면 정 부회장의 경영능력이 도마에 오를 수 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현대정공 사장 시절, 현대정공이 개발·생산한 '갤로퍼'와 '싼타모'를 성공시켰다. 이는 정 회장이 선친인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으로부터 현대차를 가져올 수 있었던 중요한 계기가 됐다. 이 때문에 'N브랜드'는 정 부회장이 정몽구 회장으로부터 확실하게 인정 받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현대차가 지금 고성능차 개발에 매진할 때냐는 이야기다. 현대차는 현재 국내외에서 판매 부진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현대차는 올들어 지난 8월까지 국내외 시장에서 323만5494대를 판매했다. 이는 전년대비 2.8% 감소한 수치다. 내수는 1.6%, 해외는 3.1% 줄었다.
 
▲ 지난 2월 2015 WRC 2차 대회에서 주행하고 있는 현대차의 i20 랠리카의 모습. 이때 이미 i20 랠리카에는 고성능차 브랜드인 'N'이 새겨져 있었다. .
 
현대차는 작년 사상 최다 판매를 기록했다. 올해 글로벌 판매 목표는 505만대다. 기아차와 합쳐 올해 총 820만대 판매가 목표다. 하지만 여건이 어렵다. 현재와 같은 추세라면 현대차의 올해 판매 목표 달성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 현대차의 'N브랜드' 론칭에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는 이유다. 지금은 브랜드 이미지 제고가 아니라 판매 확대에 주력해야 할 시점이라는 지적이다.
 
또 고성능 차량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판매량을 확보해야 한다. BMW나 벤츠와 같은 글로벌 메이커들의 경우 안정적인 판매량을 기반으로 고성능 차량을 개발해왔다. 따라서 판매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 시점에서 현대차가 고성능 차량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것은 성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현대차의 생각은 다르다. 고성능 차량 개발은 현대차의 기술력을 대외적으로 알릴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이다. 이는 곧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보탬이 됨과 동시에 장기적으로 판매 확대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고성능 차량 개발은 대외적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 이미 오래 전부터 준비해온 것"이라며 "판매 확대 전략과 별개로 진행되는 만큼 큰 걱정은 안해도 된다"고 말했다. 
 
■ 고성능차란
기본 자동차 모델에 엔진, 기어, 브레이크, 서스펜션 등의 성능을 강화한 고사양 모델이다.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집약한 고성능차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AMG, BMW의 M시리즈, 아우디의 S시리즈 등이 대표적이다.
 
자동차 업체들이 고성능 모델에 주목하는 것은 기술력을 과시함과 동시에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어서다. 아울러 고성능 모델은 기존 모델에 비해 가격이 1.5배~2배가량 비싸다. 따라서 수익성 제고에도 큰 도움이 된다. 최근 국내에서도 해외 유명 메이커들의 고성능 모델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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