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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그룹 재건]③박삼구·박찬구 회장 화해할까

  • 2015.09.25(금) 09:52

2009년 '형제의 난' 이후 반목 지속
각종 소송 얽혀..화해 여부 불투명

금호고속에 이어 금호산업 인수에 사실상 성공하며 그룹 재건을 목전에 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가족간 화합'을 언급했다. 동생인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과의 갈등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박삼구 회장은 24일 금호산업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한 후 내놓은 공식자료를 통해 "본인의 부덕한 탓으로 가족문제 때문에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부분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도 가족간 화합을 위해 더욱 더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박 회장은 박찬구 회장에게 먼저 연락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박삼구 회장이 먼저 화해 제스처를 취한 모습이 됐지만 두 형제간 갈등이 해소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박삼구 회장과 박찬구 회장은 과거 금호그룹 위기이후 각종 소송 등을 통해 극한 대립을 해왔고, 여전히 갈등관계가 지속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박삼구 회장의 발언에 대해 아직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 '형제의 난' 그 시작은

 

박삼구 회장과 박찬구 회장의 갈등은 지난 2009년 그룹 경영권을 둘러싸고 본격화됐다.

 

이들 형제가 엇갈리기 시작한 것은 이른바 '65세 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금호그룹은 고(故) 박인천 창업주 타계이후 65세에 경영을 승계하는 룰이 이어졌다. 주요 계열사의 지분도 동일하게 보유한다는 공동경영 합의도 있었다.

 

창업주의 장남인 고 박성용 명예회장은 65세에 회장에서 물러났고, 고 박정구 회장도 공교롭게 65세에 세상을 떠나며 지난 2000년 9월 박삼구 회장이 경영권을 물려받았다. '65세 룰'이 적용될 경우 2010년 박삼구 회장은 그룹의 회장 자리를 넘겨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2009년 박삼구 회장과 박찬구 회장은 금호그룹의 경영권을 놓고 충돌하기 시작했다.

 

박삼구 회장 주도로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등을 잇따라 인수했지만 그 여파로 그룹 전체 유동성 문제가 불거졌고, 박찬구 회장이 위기 타개를 위해 대한통운 매각 등을 건의했지만 박삼구 회장은 이를 묵살했다.

 

이에 반발한 박찬구 회장은 금호석유화학의 분리를 추진했다. 형제간 동일한 지분을 보유한다는 합의를 깨고, 금호석유화학의 지분을 10.01%에서 18.47%까지 높였다. 그러자 박삼구 회장은 임시 이사회를 소집해 박찬구 회장의 해임안을 처리하고, 본인도 회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른바 '금호 형제의 난'이다.

 

◇ 갈등은 진행중

 

유동성 위기와 형제간 갈등으로 인해 과거 금호그룹은 박삼구 회장이 경영하는 금호아시아나그룹과 박찬구 회장의 금호석유화학그룹으로 분리됐다. 하지만 이후에도 형제간 갈등은 계속 이어졌다.

 

검찰이 금호석유화학 비자금 수사를 시작하자, 박찬구 회장은 그 배후로 형인 박삼구 회장을 지목했다. 박찬구 회장은 2심에서 집행유예 5년을 판결받고 현재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박삼구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사내이사로 복귀하는 과정에서도 양측은 충돌했다. 박찬구 회장은 선임 절차가 정상적이 아니라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결국 법원은 박삼구 회장 측의 손을 들어줬다. 박삼구 회장 역시 금호석유화학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매각하라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금호' 브랜드를 둘러싼 갈등 역시 아직 진행중이다. 금호산업이 계열사들에게 상표권 사용료를 높이겠다고 하자, 금호석유화학이 이를 낼 수 없다고 반발했다. '금호'라는 상표는 창업주의 아호인 만큼 형제들이 공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결국 금호산업은 금호석유화학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1심에서 패소후 항소한 상태다.

 

과거 부실계열사의 기업어음(CP) 매입과 관련한 소송도 진행중이다. 금호석유화학은 지난해 8월 박삼구 회장을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고, 올해 6월에는 103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제기했다.

 

◇ 화해는 이뤄질까

 

박삼구 회장이 '가족간 화합'을 언급하며 박찬구 회장과의 화해 가능성을 거론했지만 박찬구 회장이 이를 받아들일지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평가다.

 

특히 그동안 대립과정에서 감정의 골이 깊어질대로 깊어진 상태다. 박삼구 회장과 박찬구 회장은 이미 독립경영을 하고 있고, 경제계 신년 인사회 등 공식적인 자리에서도 마주치지 않는 상황이다. 고 박성용 회장 10주기 추모행사 역시 각자 진행하기도 했다.

 

최근 금호산업 인수 과정에서는 채권단과 단독협상이 진행되는 가운데 금호석유화학이 인수의향을 내비치자,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매각을 방해한다며 비판하기도 했다.

 

박삼구 회장의 화합 발언이 전해졌지만 아직 금호석유화학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박삼구 회장의 제안을 박찬구 회장이 전격적으로 받아들일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과거 형제간 갈등이 그룹 전체 경영권을 놓고 시작된 만큼 이 부분이 해소되지 않고선 접점을 찾기 쉽지 않아 보인다는 관측이 우세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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