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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엔 시대]韓경제와 불편한 관계..이번에는?

  • 2013.04.23(화) 13:41

일본 엔화가 달러대비 100엔 돌파를 눈앞에 뒀다. 100엔이 워낙 상징적인데다 심리적인 저항선으로 작용하면서 쉽게 뚫리지 않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중장기적으로 100엔선에 올라설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주말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 선진국들은 일본의 엔화 약세에 사실상 면죄부를 부여했고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의 승리로 표현했다. 최근 시장에서는 아베노믹스로 불리는 일본의 경제적 실험에 섣불리 맞서지 말라는 얘기가 나돌 정도다.

 

◇엔저 암묵적 용인 쐐기..달러-엔 100엔 시대 눈앞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은 G20 회의를 통해 아베 신조의 야심찬 계획이 글로벌 정책가들의 지지를 얻었다며 각국 지도자들이 일본의 디플레 타개 노력을 독려하고 새로운 글로벌 성장 엔진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고 평가했다. 구로다 총재 역시 "국제사회의 지원을 얻게 되면서 확신을 갖고 부양책을 수행할 수 있게 됐다"며 당당함을 내비쳤다.

 

앞서 지난 2월 G20 회의에서 일본의 엔화 약세에 대해 암묵적 용인을 하는 모습을 보였던 선진국들은 지난 주말 재차 관용을 보이며 쐐기를 박는 역할을 했다.

 

이에 따라 최근 약세가 주춤했던 엔화는 다시 하락세를 재개했고 100엔 돌파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달 하락폭만 4%에 달한다. G20 회의를 모멘텀으로 장중 한때 99.89엔까지 내린 달러-엔 환율은 지난 11일 기록했던 4년 최저치인 99.95엔 돌파도 머지 않았다.

 

엔화는 지난해 11월 아베 신조 정권이 들어선 후 5개월간 달러대비 24%나 급락했다. 1995년 이후 가장 가파른 속도의 하락세다. 엔화 값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이번주 일본은행(BOJ)의 금융정책회의는 엔화 향방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지난 회의에서 양적, 질적완화를 발표한 후 G20 회의 결과를 의식해 쉬어갈 전망이지만 시장에서는 BOJ의 향후 부양강도 해석에 더 주의를 기울일 가능성이 높다. BOJ가 재차 부양 자신감을 내비칠 경우 엔화가치 하락 압력을 키울 수밖에 없는 상태다.

 

◇엔저 히스토리..이번이 가장 세다

 

엔화가 급격한 약세 기조를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90년 엔화 약세가 심화됐던 시기는 최근까지 세 차례로 1995년 역플라자 합의와 2004~2007년 사이 일본의 대규모 외환시장 개입 때도 엔화는 날개 없이 추락했다.

 

역플라자 합의는 지난 1995년 4월 주요 7개국(G7) 회의에서 엔저 유도를 합의한 것으로 1995년 1월 발생한 고베 대지진 여파로 일본 경제가 직격탄을 맞고 직전연도인 1994년 말 멕시코 페소화 사태에 따른 달러 가치 급락 영향을 해소하기 위해 이뤄졌다. 이후 엔화 가치는 1년 사이 80엔선에서 90엔대로 직행했고 2000년 초반까지 110엔선으로 가치가 떨어졌다.

 

2000년대 들어 엔화는 다시 강세로 돌아섰다. 결국 참다 못한 일본 정부는 2004년 1분기 사상 최대 규모인 14조5000억엔의 외환시장 개입을 단행, 달러-엔 환율도 110엔대로 반등했다.

 

그러나 잠시뿐 엔고의 뿌리를 좀처럼 뽑지 못한 일본은 90엔선을 넘지 못하는 달러-엔 환율로 애를 먹었고 지난 2010년에도 4년만에 시장 개입에 나서지만 별반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아베 정권이 들어선 후 무섭게 오르고 있다. 엔저 초기만해도 전문가들은 과거 으레 있었던 일시적인 현상으로 폄하했다. 7년간 일곱차례의 총리가 바뀌는 동안 엔화 약세를 잡기 위해 무던히 애썼지만 모두 허사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5개월간 엔화 하락세는 좀처럼 멈추지 않았고 모두의 예상이 빗나가고 있다. 특히 엔화 가치가 과거에 비해서는 여전히 높다는 평가가 우세하지만 하락 속도 만큼은 과거 어느 때보다 빨라 우려를 사고 있다. 전문가들은 엔화가 100엔대를 돌파한 후 110엔선마저 넘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미 시장 전문가들을 인용해 이번주중 달러-엔이 100엔선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미국 JP모간 등 14개 투자은행(IB)들은 달러-엔 전망치 상향에 나섰으며 향후 6개월내 달러-엔 전망치를 100엔으로 제시한 곳이 크게 늘고 있다.


◇엔저의 말로는..세계 경제 부활? 제2의 외환위기?

 

지난해 11월 이후 지속된 엔화 약세를 비롯, 3번의 엔저 시기에는 공통점이 있다. 국제사회의 용인과 개별 국가들의 통화정책 변화가 심각한 엔저를 초래했다는 점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미국의 태도다. 항상 엔화의 급격한 강세와 약세 뒤에는 미국 등 선진국이 있었고 이번 역시 미국이 그들의 부양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일본의 양적완화를 용인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과거 엔고를 유발한 것은 결국 미국이 주도한 플라자 합의였고 이후 역플라자 합의 뒤에는 미국과 일본간 암묵적인 동의가 있었다. 이번 역시 이미 미국과 유럽이 금융위기 이후 경제 부양을 위해 양적완화를 주도하며 자국통화 평가절하에 나섰고 엔고를 견디다 못해 칼을 빼든 일본을 말릴 명분을 찾을 수 없게 됐다.

 

다만 최근 미국은 환율보고서 등에서 20년만에 처음으로 엔저에 대한 우려를 처음 나타냈고 달러-엔이 100엔을 돌파할 경우 미국 경제 등에도 미칠 여파 등을 고려해 속도조절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또 과거 역플라자 합의 후 달러 강세가 지속되면서 아시아 외환위기로 귀결된 만큼 엔화 약세 심화에 대한 부작용 우려도 만만치 않다. 일본 역시 공격적인 통화완화 정책이 선순환을 통해 세계 경제 부활로 이어질 수도 있지만 반대로 인플레이션을 통제할 수 없는 수준으로 끌어올리면서 금리 급등으로 이어질 경우 만성적인 재정적자 부담을 더욱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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