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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멘트 쟁탈전]①과점체제 깬다

  • 2015.10.02(금) 09:41

7개 메이저업체 시장 90% 이상 장악

최근 몇 년간 전방산업의 부진으로 유동성 위기에 빠졌던 시멘트 기업들이 M&A 매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부동산 규제 완화로 건설경기가 살아나면서 덩달아 시멘트 기업들의 상황도 나아지자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인수전이 치열하다. 국내 시멘트 시장의 오늘과 내일을 살펴본다. [편집자]

 

M&A(인수·합병) 매물로 나온 시멘트 기업을 두고 시멘트 및 레미콘 기업 간 쟁탈전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시멘트 업계는 최근 몇 년 동안 전방산업인 레미콘과 건설업의 불황으로 재무구조 악화 등 위기를 겪었다. 하지만 최근 아파트 분양 시장이 살아나면서 업황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이런 이유로 쌍용양회 등 새롭게 등장할 매물이 누구의 품에 안길지 관심이 쏠린다.

 

지난 7월에는 동양시멘트를 레미콘 기업인 삼표가 가져갔다. 새로운 경쟁자의 등장으로 시멘트 업계의 긴장감은 더욱 커진 상태다.

 

 

◇ 진입 장벽 높은 내수 산업

 

시멘트의 주원료는 석회석이다. 생산지는 대부분 석회석 매장량이 풍부한 충북 및 강원 지역에 편중돼 있고, 소비지는 건축물이 많은 대도시에 집중돼 있다.

 

생산량은 연중 고르게 분포하지만 여름과 겨울은 날씨로 인해 상대적으로 공사 진행속도가 더딘 탓에 시멘트 소비는 계절적 영향을 받는다. 제품의 특성상 장기 보관도 어렵다.

 

결국 시멘트 산업은 생산지와 소비지의 연결과 계절적으로 수요가 달라진다는 점을 극복하기 위한 물류 및 저장 기능이 중요하다. 또 제품 생산을 위해 생산지에는 대규모 생산설비를 지어야 하기 때문에 진입 장벽이 높은 편이다.

 

높은 물류비용과 장기간 저장이 어렵다는 점은 시멘트 수출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실제 2000년 이후, 국내 시멘트 기업의 전체 출하량 가운데 수출 비중은 10% 미만으로 대부분 국내에서 소비하는 내수 중심 산업이다.

 

▲ 국내 시멘트 산업 수출비중 추이(자료: 한국시멘트협회)

 

이런 이유로 시멘트 시장은 메이저 7개사(쌍용양회·동양시멘트·라파즈한라·한일시멘트·성신양회·현대시멘트·아세아시멘트)가 전체 국내 시장의 약 90%를 차지하고 있는 과점체제로 굳어졌다. 작은 시멘트 기업들은 가격 경쟁과 수도권 시장 진출 과정에서 메이저 기업들에게 밀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 시멘트 업계 관계자는 “각 지방에 생산설비를 갖추고 물류망을 확보하고 있는 메이저 기업을 상대로 중소형 시멘트 업체들이 경쟁하기는 쉽지 않다”며 “또 해외시장을 개척하기 어려운 탓에 내수시장에서 최대한 많은 이익을 거두기 위한 각 기업의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 시장 장악해야 돈 번다

 

2005년 이전까지 시멘트 가격은 톤 당 6만원을 웃돌아 시멘트 기업들은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었다. 이는 메이저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출하량을 조절한 덕분이다.

 

하지만 외국계인 라파즈한라시멘트가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출하량을 늘리면서 가격 지지선이 깨져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시멘트 가격은 톤 당 5만원 중반에 머물렀다.

 

▲ 자료: 각사 취합

 

2012년 이후에는 유연탄 가격이 올라 시멘트 생산 비용이 증가하자 시멘트 업계가 공동으로 판매가격을 인상했다. 하지만 여전히 메이저 기업 간 불신이 남아있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한국기업평가는 국내 시멘트 업황에 대해 "기업 간 공조에 대한 신뢰가 약해진 상태이기 때문에 공급과잉을 불러올 수 있다"며 "구조적 변화가 없다면 가격 전가력(원가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이 회복되기 어려워 수익성을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결국 시멘트 시장은 과당 경쟁이 가장 큰 문제인 셈이다. 지난해 출하량 기준으로 국내 시멘트 메이저 7개사는 전체 시장의 88.5%를 차지했다. 이 중 쌍용양회가 19.8로 가장 많고, 한일시멘트가 13.6%로 2위다. 최근 삼표가 인수한 동양시멘트는 12.8%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점유율 상위 기업이 M&A 매물로 나오자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시멘트 업체는 물론 레미콘 기업까지 M&A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점유율 상승으로 시멘트 시장을 장악하면 판매 가격을 높여 많은 이익을 취할 수 있다”며 “이 때문에 시멘트 기업들은 매물이 나올 때마다 이를 인수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뛰어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 자료: 한국시멘트협회(2014년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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