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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황금주·포이즌 필, 아시나요?

  • 2015.10.02(금) 16:22

지난 6월과 7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추진과 관련해 미국 헷지펀드인 엘리엇이 반대를 하면서 결국 주주총회에서 표대결까지 벌어졌던 일을 기억하시죠? 당시 재계를 중심으로 국내기업들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수단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었는데요.

 

사실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가 있을때 국내기업들이 대처할 수 있는 수단은 미국이나 일본 등에 비해 제한적인 상황인데요. 미국이나 일본 등의 경우 주주총회 표대결외에 다양한 수단들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는 기업들의 '자금조달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종류주식 도입이 필요하다는 자료를 내놨는데요. 다른 나라들에 비해 발행할 수 있는 주식의 종류에 제한이 있어 주식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전경련이 이 자료에서 언급한 주식들은 자금조달외에 경영권 방어에도 사용될 수 있는데요. 현재 우리나라에서 허용되지 않지만 어떤 주식들이 있는지 한번 알아보시죠.

 

 

우선 '차등의결권' 주식입니다. 보통 주식은 1주당 1개의 의결권을 갖게 되는데요. 주주총회에서 이 의결권을 행사해 중요한 사항을 결정하게 됩니다. 반면 차등의결권은 1개의 주식에 여러개의 의결권을 인정합니다. 주로 적대적 인수합병 방어수단에 사용되지만 기업공개, 신규투자 유치, 전략적제휴 등 다양한 상황에서 이해관계를 조절하는데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우량기업의 상장과정에서도 사용되는데요. 미국 구글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구글은 나스닥 상장시 창업자들에게는 B클래스 주식을, 일반 투자자들에게는 A클래스 주식을 발행했는데요. A클래스 주식은 1주당 1개, B클래스 주식에는 1주당 10개의 의결권이 부여됐습니다. 구글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 세르게이 브린, 에릭 슈미트 등은 B클래스 주식을 통해 총 60%가 넘는 의결권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거부권부주식', 이른바 황금주로 불리는 주식도 있습니다. 소수지분으로 회사 주요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특별한 권리를 부여한 주식인데요. 극단적인 경우 1주에 대해서도 부여할 수도 있습니다.

 

정부가 공기업을 민영화한 후에도 자산처분, 경영권 변동, 합병 등 중요한 의사결정에 대한 거부권이나 승인권 행사를 통해 영향력을 갖기 위해 도입된 제도인데요. 지난 1984년 영국정부가 공기업인 브리티시텔레콤을 민영화하면서 처음 사용했습니다.

 

'신주인수선택권제도'는 포이즌 필(poison pill)이라고도 불리는데요. 외부에서 적대적 인수합병 시도가 생기면 기존 주주들은 미리 정해진 가격에 신주를 살 수 있는 권리를 행사해 지분을 늘리는 제도입니다. 적은 부담으로 지분을 확대해 대응하는 겁니다. 공격자 입장에서는 그만큼 부담이 늘어나는 셈이지요.

 

 

'임원임명권부주식'이라는 것도 있습니다. 이사회를 구성하는 이사나 감사를 선임 또는 해임하는 과정에서 행사할 수 있는 권리가 다른 주식을 말합니다. 어떤 주식은 이사나 감사를 선임하거나 해임할 수 있고, 그 수를 따로 정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기업의 중요한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이사회를 구성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 셈입니다.

 

'트래킹주식'은 특정사업부문이나 자회사 실적에만 연동되도록 설계한 주식을 말합니다. 예를들어 모(母)회사가 자금조달을 위해 자(子)회사를 공개하는 경우 지분율이 줄어들면서 지배력이 상실되는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는데요. 트래킹 주식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면서도 지배력은 유지할 수 있는 겁니다.

 

'의결권제한주식'은 우리나라에서도 허용되는데요. 주주총회에서 의결권 행사가 가능한 주식과 그렇지 못한 주식을 따로 발행하는 겁니다. 이 주식은 경영권 상속 과정에서 지분분산을 피할 수 있는 이점이 있습니다. 

 

가령 후계자에는 의결권이 있는 보통주, 다른 상속자에게는 의결권제한주식을 상속하면 됩니다. 극단적인 경우 모든 의결권을 가진 1주의 보통주를 후계자에게만 상속할 수도 있습니다.

 

 

'전부취득조항부주식'도 있는데요. 발행주식 전부를 회사가 주주총회 결의를 통해 강제적으로 취득할 수 있습니다. 발행주식을 모두 취득해 소각하는 방법으로 소수주주들을 교체할 수 있습니다. 적대적 인수합병이 생기면 매수자 주식을 강제적으로 취득하고 그 대가로 의결권 제한주식을 지급하는 방법을 통해 대응할 수도 있습니다.

 

어떻습니까? 생각보다 다양한 종류의 주식들이 존재하고 있지요? 물론 이 주식들의 도입에 대해 찬반여론은 엇갈립니다. 법무부도 과거에 거부권부주식, 임원임면권부주식, 차등의결권주식, 신주인수선택권 등을 도입하려고 했지만 경영권 방어수단 남용이 우려된다는 시민단체 등의 반대로 무산됐습니다.

 

이런 경영권 방어수단들이 채택될 것인지 여부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전경련은 이런 수단들이 일상적인 자본조달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는 만큼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입니다. 다만 최근 롯데그룹 사태 등에서 보듯 국내 대기업들의 지배구조에 대한 불신도 많은 상황입니다. 새로운 제도 도입에 따른 사회적 합의도 필요한 것으로 보입니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고 해도 장점과 함께 단점도 있는 법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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