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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인터넷은행 ‘불안한 동거’

  • 2015.10.05(월) 16:52

1호 타이틀 큰 메리트...실익은 미지수
주도권, 지배구조 불확실성 등 걸림돌

인터넷전문은행 경쟁 구도가 카카오, KT, 인터파크 컨소시엄 등 3파전으로 압축됐다. 각 컨소시엄에는 증권사가 1곳씩 포함됐다. 증권업계에서는 당연히 이들이 얻게 될 득실이 관심이다.

 

하지만 당장은 컨소시엄 규모가 워낙 방대하고 증권사들이 주도권을 쥐고 있지 않은 까닭에 실질적인 역할이나 이익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증권사들도 신사업이 가져다줄 구체적인 이익보다 1호 인터넷은행의 타이틀을 얻는데 의의를 두는 분위기다. 그만큼 증권사들에게 인터넷은행은 불확실성이란 베일에 쌓여있다.

 

◇ 다소 시들해진 열기

 

지난달 30일~이달 1일 금융위원회의 인터넷은행 예비인가 신청 접수 결과, 총 3곳에서 출사표를 던졌다. 각각의 컨소시엄에는 예외없이 증권 중심의 전업금융사와 증권사가 주주로 참여해 자연스럽게 증권사간 경쟁구도도 형성됐다.

 

카카오가 주도하는 카카오뱅크 컨소시엄에는 한국투자증권 모회사인 한국투자금융지주, KT 중심의 K-뱅크에는 현대증권, 인터파크의 I-뱅크에는 NH투자증권이 각각 참여했다.

 

이 같은 참여도는 올해 6월 금융위의 인터넷은행 도입방안 발표 전후로 미래에셋증권을 비롯해 상당수 증권사들이 참여 의사를 피력하며 열기를 지피던 것과 비교하면 다소 시들해진 양상이다.

 

인터넷은행이 23년만에 도입되는 새로운 형태의 은행인데다 아직 은행법 개정 전이란 점이 크게 작용했다. 이번 인가는 현행 은행법에 따라 진행하는 '1단계 시범 인가' 성격으로 현행법상 은산분리 규제와 법정 은행 최저자본금(1000억원) 제도 아래에서 1~2곳에만 라이센스를 내준다. 

 

이렇다보니 ▲최저자본금 하향(정부안 500억원) ▲비금융주력자의 지분보유 한도 4%→50% 상향조정을 골자로 한 은행법 개정 이후 2단계 인가때 뛰어들겠다는 게 후발주자들의 대체적인 분위기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전에 없던 신사업 모델이다보니 증권사들의 참여가 제한적인 것으로 보인다"며 "나머지 증권사들은 선발주자들의 추이를 보려는 심리도 강할 것"이라고 말했다.

 

◇ 국내 1호 타이틀 매력

 

인터넷은행 설립을 위한 증권사들의 열기가 다소 식긴했지만 남들보다 먼저 출사표를 던진 증권사들은 나름 의미있는 효과를 가져갈 것이란 의견도 적지 않다. 금융당국 방침대로라면 최대 2곳은 1호 인터넷은행 타이틀을 거머쥐게 된다. 국내 최초란 측면에서 갖는 상징적인 의미는 상당할 수 있다. 만약 2008년처럼 은행법 개정이 무산되기라도 한다면 추가 인가 기회가 없어지기 때문에 시범인가를 받는 게 훨씬 유리하다. 

 

증권사들의 경우 출자 인터넷은행과의 각종 업무제휴를 통해 자사 고객들의 거래 편의성을 더 높이거나 다양한 자산관리 서비스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의 증권 고객뿐 아니라 광범위한 의미의 은행 고객까지 모두 아우를 수 있다는 점에서도 분명 매력적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사업 영역을 크게 확장할 수 있는 발판으로도 활용 가능하다.

 

한승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증권사의 경우 인터넷은행을 통해 고객 충성도를 높여 예탁자산을 묶을 수 있고 이를 활용해 다양한 수익기회를 창출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 증권사 관계자도 "구체적인 그림까지는 아니더라도 향후 디지털 환경 변화에 먼저 대응하기 위한 차원에서 참여하는 목적이 크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자산관리 노하우나 투자 상품 개발 역량을 활용해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신청했다"고 말했다.

 

◇ 증권사 주도권 물음표

 

하지만 실익과 주도권과는 별개의 문제다. 현재 3개 컨소시엄의 인터넷은행 신청 주체를 보면 ‘카카오뱅크’는 한국금융지주, ‘K-뱅크’는 현대증권, ‘I-뱅크’에는 NH투자증권이 모두 이름을 올려놓고 나름 대표성을 갖는 양상이지만, 향후 주도권에는 물음표가 붙는다.   

 

 

'금융과 IT의 융합을 통해 금융산업을 혁신한다'는 인터넷은행 도입 취지 아래 카카오와 KT, 인터파크 등 대형 IT기업들이 컨소시엄을 주도하고 있는데서 비롯된다.

 

뿐만아니라 주요 은행들도 각각의 컨소시엄에 참여해 증권사들의 입지는 상대적으로 좁다. 이번 예비인가 신청에서 KB국민은행(카카오뱅크)과 우리은행(K-뱅크), IBK기업은행(I-뱅크)이 주주로 각각 참여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인터넷전문은행이 대형 상업은행보다 찰스스왑이나 이트레이드 등 비은행 금융사들이 주도한 것과 다른 양상이다.

 

인터넷은행이 먹거리가 변변치 않은 증권사의 사업영역 자체를 확대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주목받고 있지만, 최근 컨소시엄 구성을 보면 당장은 증권사의 역할이 금융 서비스 연계 정도에 그치고, 증권업 위주의 혁신을 꾀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는 얘기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이미 인터넷뱅킹이 일반화되고 증권사의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이 활성화된 상황에서 정보기술(IT)과 금융의 융합이 크게 새로운 일은 아니다"며 증권사가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역할이 많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 지배구조의 불확실성

 

인터넷은행 지배구조의 불확실성도 문제다. 이번 인터넷은행 사업자 선정은 현행 은행법상 ‘은산분리’ 규제 아래서 이뤄진다. 컨소시엄을 주도하고 있는 카카오, KT, 인터파크 등 비금융기업(산업자본)은 지분을 4%(금융위의 승인을 받으면 4% 초과분에 대해 의결권 포기 조건으로 10%까지 보유 가능)밖에 보유할 수 없다는 얘기다.


예컨데 카카오뱅크의 경우 초기 주주 구성은 한국금융지주가 최대주주로서 지분 50%, 카카오와 국민은행이 각각 10%, 이외 컨소시엄 구성 8개 IT·금융업체가 각각 4% 미만으로 30%를 소유하는 구조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카카오가 주도하는 인터넷은행임에도 지분을 최대 10% 밖에 소유하지 못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향후 금융당국의 시범인가를 받게 되는 컨소시엄의 주도 IT기업은 향후 은행법이 개정되면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를 위해 향후 지분 인수 및 유상증자 등을 통해 최대 50%까 지분 확보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이 또한 현재로서는 미지수다.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사공들이 워낙 많은 까닭에 은행법 개정후 지분 확대 과정에서 주주들간에 갈등을 빚을 소지가 없지 않다. 은행법 개정이 늦어지거나 무산되면 더 큰 혼란을 불러일으킨다. 사업 주도자와 최대주주가 일치하지 않는 불안한 현 지배구조가 장기간 이어지고 사업 전략에도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있다. 또한 자본확충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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