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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대출, 2~3년 지나 또 폭탄 될라㊦

  • 2015.10.08(목) 11:36

[묻지마 집단대출] ㊦
분양가보다 시세 떨어지면 중도금대출 연체 현실화
금융위기 이후 집단대출 연체 급증 악몽 되풀이

#김포에 1억 5000만 원짜리 주택에 전세 사는 김전세 씨는 내 집 마련을 위해 서울 외곽에 있는 5억 원짜리 아파트 분양을 받았다. 은행 집단대출을 받아 여섯 차례에 걸쳐 중도금도 냈다. 그렇게 2년 6개월이 지났다. 완공시점이 다가왔고 잔금대출로 전환하려는데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은행의 감정평가 결과 분양가 5억 원짜리였던 아파트가 몇 년 새 4억 원으로 떨어졌다는 것이다.

#4억 원에 LTV(담보인정비율) 70%를 적용하면 대출받을 수 있는 돈은 2억 8000만 원에 불과하다. 전세금 1억 5000만 원을 더해봐야 4억 3000만 원이다. 7000만 원이나 모자란다. 잔금을 치르면서 후불제로 내기로 했던 중도금 대출 이자까지 생각하면 돈을 더 끌어와도 모자랄 판이다. 결국 입주를 미루게 되고 잔금대출로 전환하지 못하면서 중도금 대출은 연체되기 시작했다.



◇ 지금은 좋은 부동산 시장, 불안 불안

은행들이 집단대출을 하면서 가장 우려하는 시나리오다. 김전세 씨의 경우 시세가 분양가보다 20%나 떨어지는 등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하긴 했다. 하지만 시장은 어떻게 변할지 모르고, 완전히 불가능한 일이라고 장담하기도 힘들다.

실제 그 가능성을 짚어 볼 수 있는 징후들은 곳곳에서 포착된다.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과 불황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국내 경제, 부동산 과열 등으로 불안한 마음을 떨쳐버릴 수 없다.

특히 부동산 시장의 경우 공급 과잉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셋값이 올라 내 집 마련을 하려는 실수요도 많지만, 최근 들어 분양시장엔 가수요(투기목적)가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부산(해운대자이2차), 광주(어둥산 한국 아델리움 1단지) 등에선 분양물량의 절반, 많게는 3분의 2 이상 분양권 전매가 이뤄졌다는 점은 이를 방증한다. 

부동산 시장이 조정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2~3년 후엔 조금 외진 곳이나 안 좋은 위치에 있는 곳들은 집값이 10~20% 떨어질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 금감원, '11.1월말 국내은행 연체율 현황 보도자료 내용 中
▲ 금감원, '11.5월말 국내은행 연체율 현황 보도자료 내용 中


◇ "입주 리스크 현실화되면…" 과거 악몽 되살아날라

앞서 김전세 씨와 같은 사례가 속출하면 어떻게 될까. 당장 은행은 중도금 대출 연체가 발생한다. 물론 중도금 대출은 보통 시공사의 연대보증이 이뤄지고, 주택도시보증공사와 주택금융공사의 보증이 있어 최종적으로 원금을 떼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하지만 연체 발생과 연체율 상승에 따라 은행 건전성이 위협받고, 연체 정리 과정이나 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건설업체의 시공능력에 따라 공사가 지연되거나 혹은 현금흐름에 문제가 생기면 은행과 시공사 혹은 분양자 사이에 분쟁의 소지도 생긴다. 이미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겪었던 문제이기도 하다.

A은행 여신담당 부장은 "한때 부동산 거품이 잦아들면서 분양 당시보다 아파트 시세가 떨어져 중도금 대출을 연체하는 사례가 많았다"며 "일시적으로 집단대출 연체율이 크게 올랐던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B은행 여신담당 임원도 "언뜻 보면 일반 주택담보대출보다는 리스크가 덜한 것 같지만 이런 복잡한 상황들을 고려하면 리스크는 오히려 높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금감원 집계를 보면 집단대출 연체율은 지난 2010년~2013년 말까지 2%(2012년 8월 1.9%, 2013년 2월 1.99%)에 육박했다. 당시 집단대출을 뺀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이 0.3~0.4%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매우 나쁜 수준이다. 집단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9월 말 이후에야 1% 미만으로 떨어졌다. 여전히 집단대출을 제외한 연체율(2014년 9월 0.42%, 2014년 12월 0.29%)과 비교하면 높다.

 


◇ 금융당국 심사강화 주문, 증가세 꺾긴 역부족

금융당국도 최근 분양 물량 급증과 집단대출 확대에 모니터링 강화를 주문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집단대출이 나가기 전에 혹시 분쟁 사업장이 있는지, 앞으로 관리상 문제의 소지가 없는지 등을 살피고, 이미 대출이 나간 사업장에 대해서도 사업(공사)이 잘 진행되고 있는지 등 사후관리를 면밀히 하도록 얘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들도 자체적으로 중도금 시장 진입 전 업체의 시공능력이나 등급 심사, 사업장 입지조건 등을 꼼꼼하게 심사하고 선별해서 들어가고 있다고 말한다.

금융당국의 주문과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모니터링을 강화한다고 하지만 신규 분양에 은행 대출이 끼지 않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분양 시장 호조세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여 집단대출 증가율 자체를 꺾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는다.

게다가 내년부터 상환능력에 따른 심사가 이뤄지면서 대출 한도가 줄어들 수 있고, 원리금 분할상환으로 전환되는 점 또한 분양시장의 변수가 되고 있다. 집단대출엔 이런 정책을 적용하지 않기에 투자 수요들이 분양시장으로 몰릴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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