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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반격준비 끝`..폭풍을 예고한 신동주

  • 2015.10.08(목) 17:09

 

8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 마련된 기자회견장에서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은 한국어를 못한다는 세간의 비판을 의식한 듯 마이크를 멀리했다. 롯데그룹의 경영권을 가져오겠다며 나선 자리에서 신 전 부회장은 시종일관 목소리를 낮췄다.

 

머리를 말끔하게 빗어올린 그는 기자회견장에 들어서자 허리를 꼿꼿이 세운 후 45도로 깊이 숙여 인사했다. 이어 일본어 말투가 섞인 어눌한 한국어로 "제가 답변을 준비했으나 우리말이 부족해서 아내가 대독하겠습니다"라며 인사말을 건넸다. 신 전 부회장은 그 후 다시는 마이크를 잡지 않았다.

 

부인인 조은주 씨가 대독으로 나온다는 말에 기자회견장은 잠시 술렁였다. 일부에서는 '조은주 씨가 통역으로 나왔느냐'는 질문이 나오기도 했다.

 

마이크를 건네 받은 부인 조은주 씨는 신 전 부회장 대신 발표문을 읽었다. 그는 부인이 발표문을 읽는 사이 옆에 서서 입을 한일자로 다물고 정면을 응시했다.

 

이어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도 신 전 부회장은 마이크를 잡지 않았다. 자문단으로 참석한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 조문현 법무법인 두우 대표변호사, 김수창 법무법인 양헌 대표변호사 등이 그의 귀와 입을 대신했다.

 

 

조 변호사는 기자의 질문을 일본어로 통역해 신 전 부회장의 귀에 대고 나직이 전달하는 모습이었다. 신 전 부회장이 조 변호사에게 대답을 조용히 읊조리면 조 변호사의 입을 거쳐 기자들에게 답변이 전달됐다. 현장에서는 '신 전 부회장이 마이크를 들고 직접 말을 해달라'는 요구와 불만이 빗발쳤다.

 

그는 아버지인 신격호 총괄회장과 동생 신동빈 회장 등 일가에 대한 질문에만 짧은 대답을 이어갔다. 법적 소송과 회사 지분에 대한 문제는 신 전 부회장 대신 그의 자문단이 나섰다.

 

자문단은 일본 롯데홀딩스의 최대주주인 광윤사의 영향력을 설명할 때 '경제적 지분가치'라는 생소한 개념을 꺼냈다.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않는 지분, 이를테면 종업원지주회나 임원지주회 등의 지분을 빼고 계산하면 광윤사가 50% 이상의 영향력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교과서에나 나올 법한 '경제적 지분가치'는 형과 동생이 첨예하게 맞선 지금의 상황에선 별 의미가 없다. 과거에는 어땠는지 몰라도 종업원지주회나 임원지주회도 주주총회에선 신 전 부회장과 똑같은 의결권을 가진 주주로서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신 전 부회장조차 "이번 기자회견 이전까지는 그렇게 (경제적 지분가치로) 계산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특히 롯데그룹이 한국기업인지, 일본기업인지를 묻는 질문에 신 전 부회장은 "롯데는 글로벌 기업"이라고 답변했다. 동생인 신 회장이 "롯데는 한국기업"이라고 선언한 것과 차이가 있다.

 

기자회견 내내 그는 허리를 꼿꼿히 세우고 부동자세를 취했다. 눈을 감고 생각에 골똘히 잠긴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롯데그룹을 뒤흔들만한 '폭탄'을 안고 온 사람치고는 지나치게 차분했다고 할까? 수많은 기자들 속에서 신 전 부회장은 태풍의 눈처럼 조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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