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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걸그룹 데뷔"..소주에 취한 태국

  • 2015.10.11(일) 12:01

하이트진로, 태국 소주 판매 3년새 63%↑
한류열풍 확산.."소주, 내년 사케·보드카 제칠 것"

태국에서 하이트진로 소주 유통을 맡고 있는 주류회사 분럿그룹은 진로의 이름을 딴 4인조 아이돌 JRGG(JinRo Girl Group, 진로걸그룹) 데뷔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 = JRGG 페이스북) 

 

[태국 방콕 = 안준형 기자] “소주는 도수가 낮아, 마시기 편하다. 보드카보다 가격도 싸고, 다음날 머리도 덜 아프다.”

지난 5일 태국의 수도 방콕에 위치한 창고형 대형마트 마크로(Makro)에서 만난 푸이(Puii, 27세) 씨는 소주 애주가다. 이날도 그는 쇼핑카트에 ‘진로24’ 2병을 담았다. ‘진로24’는 하이트진로가 수출용으로 만든 알코올 도수 24도짜리 소주. 진열대위의 ‘진로24’(750ml) 가격은 270바트(약 8700원)로, 같은 용량의 보드카보다 절반가까이 저렴하게 판매되고 있었다.

태국에서 한국 대표 주류인 소주가 한류 열풍을 타고 확산되고 있다. 태국으로 수출되는 하이트진로 소주 매출은 2011년 265만8000 달러에서 지난해 433만5000만 달러로 3년새 63% 늘었다. 2011년 태국 최대 주류회사인 ‘분럿(Boonrawd)과 협업하면서, 판매량이 한 단계 뛰어 올랐다.

소주는 태국의 화이트 스피릿(white spirit·투명한 증류주) 시장에서 사케, 보드카, 진(Gin), 럼(Rum) 등에 이어 5위에 올랐다. 분럿의 잉용(yingyong) 진로 브랜드 매니저는 “내년에 소주를 태국 1위 화이트 스피릿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여기에 최근 태국에 한류 열풍이 불면서, 시장 1위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지난 6일 찾은 '배낭족의 성지'인 카오산(Khaosan) 거리에서도 한국 음악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내년엔 동남아 현지 자본으로 조성되는 한류쇼핑몰(K타운)이 방콕에 들어설 예정이다.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는 “최근 한류 영향으로 동남아 시장 매출이 매년 두 자리 이상 성장하고 있다”며 “동남아는 일본과 중국에 이어 아시아 3대 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태국의 한 대형마트에서 하이트진로 소주가 세계 각국의 주류와 함께 매대에 진열돼있다.


특히 방콕은 유행에 민감한 도시로, 소주 문화 확산속도가 빠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강현순 하이트진로 해외사업본부장은 “동남아중 인구가 많은 곳은 인도네시아, 국민소득이 높은 곳은 싱가포르이지만, 태국은 동남아 한류의 중심지”라며 “방콕은 페이스북 사용자가 가장 많은 도시로 유행의 속도가 아주 빠르다”고 말했다.

태국 주류 시장은 중심은 맥주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맥주는 태국 주류 시장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태국 최대 맥주 회사는 싱하(Singha) 등 맥주 브랜드를 보유한 분럿으로, 맥주 시장의 58%를 점유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강력한 분럿의 맥주 판매망을 활용해, 소주 판매를 촉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분럿은 소주 판매 활성화를 위해 4인조 여성 아이돌그룹 'JRGG'을 태국에 데뷔시킬 예정이다.

맥주에 비해 태국 증류주 시장 규모는 작지만, 칵테일 시장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시장으로 갖고 있다. 소주를 그대로 마시는 국내와 달리, 태국은 소주 원액에 주스 등을 섞어 칵테일을 만들어 마신다.

칵테일로 만들 때 소주의 장점은 저렴한 가격과 낮은 알코올 도수다. 방콕의 한 주점에서 만난 샷나하 (CHATNAPA)씨는 “소주 그 자체의 맛은 쓰지만 칵테일로 먹으면 달고 쓰지 않아 맛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삼겹살에 소주 한잔’이 태국에선 ‘칵테일 소주’로 변형된 것이다.

태국에서 ‘서민 소주’로 알려진 ‘라오카우’는 소주의 또 다른 경쟁자다. ‘진로24’ 가격보다 절반 가량 저렴한 ‘라오카우’는 태국에서 한해 5000만 상자(1상자 = 20병)가 팔릴 정도로 대중적인 술이다. 하이트진로 측은 “소주가 ‘라오카우’ 시장의 10%만 차지할 수 있어도 한해 500만 상자를 팔수 있다”며 태국 시장의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

소주는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증류주임에도 불구하고, ‘국내용’에 머물고 있는 게 현실이다. 영국 위스키, 러시아 보드카, 일본 사케, 중국 백주 등 각 나라를 대표하는 술은 이미 세계 주류 시장에서 확고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강현순 본부장은 “‘참이슬’은 14년 째 가장 많이 세계 증류주 브랜드”라며 “해외 시장에서 한국 소주가 정착하는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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