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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 60세 연장, 재계는 왜 반발하나?

  • 2013.04.23(화) 14:02

임금 등 경영상 부담 증가..신규채용 감소도 우려

정치권이 지난 22일 근로자들의 정년을 60세까지 연장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300인 이상 사업장은 2016년부터, 그 이듬해에는 모든 사업장에 적용된다.

 

임금피크제 등에 대한 조정과 함께 상임위, 본회의 등의 절차가 남아있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이면서 여야가 합의한 만큼 입법화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다.

 

그동안 경영 부담 가중을 이유로 정년 연장에 반대해온 재계는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공정거래법 개정안 논의, 대체휴일제 추진 등 기업들을 옥죄고 있다는 인식이 강한 모습이다. 일부에서는 "포퓰리즘적인 정책"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정년, 왜 연장하나

 

정년 60세 연장 의무화는 상당기간 전부터 이미 예고돼 왔다. 지난해 총선부터 여야 모두 정년 연장을 공약으로 제시해 왔고,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에서도 제시됐기 때문이다.

 

정년 연장은 우선 고령화 시대에 따른 생산가능인구 감소라는 현상에 대처하기 위한 차원이다.

 

한국은 오는 2017년에는 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65세이상 고령인구의 비율이 14%를 넘어선다. 반면 15세이상 64세이하인 이른바 경제활동인구는 2016년을 정점으로 감소하기 시작할 것으로 예측된다.

 

문제는 이같은 고령화에 따라 파생되는 문제들을 정부가 감당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고령자에 대한 사회적 기반이 아직 취약한 상황에서 정부 재정만으로 고령자들을 지원하기는 불가능한 구조다. 이에따라 정년을 늘려 고령화에 따른 부담을 민간에 분산시키겠다는 의도다.

 

한국보다 고령화가 먼저 진행된 일본 등 다른 국가들도 이미 60세 혹은 65세까지 정년을 늘려놓은 상태다. 일본은 지난 1998년 정년을 60세로 연장했고, 지난 2006년에는 65세까지 고용을 권고하기도 했다. 2012년에는 올해부터 61세 고용 의무화를 실시하고, 3년마다 1세씩 상향해 2025년에는 65세 정년 의무화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은 연령을 이유로 한 해고를 금지하고 있고, 독일이나 프랑스도 65세 정년이 최소한이다. 반면 우리나라 기업의 평균정년은 57.4세, 명예퇴직 등을 감안한 실제 퇴직연령은 53세로 추정되고 있다. 이른 정년퇴직으로 인해 소득이 감소하고, 결국 소비 감소로 연결되는 구조다.

 

◇재계, 왜 반대하나

 

하지만 주요 당사자인 재계의 반발은 만만치 않다. 정년연장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무엇보다 경영부담이 늘어난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전체적인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는 구조에서 정년 연장은 청년층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재계는 우선 임금부담이 늘어난다는 점을 지적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한국기업에서 20년이상 근무한 직원의 임금수준은 1년미만 신입사원 대비 218%인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126%), 영국(101%), 스웨덴(112%) 등 유럽 국가보다 2배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한국 기업이 고령자를 고용하는 부담이 다른 주요국에 비해 훨씬 크다는 의미다.

 

임금대비 고령자들의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견해도 있다. 노동연구원은 55세 이상 고령근로자의 임금은 34세 이하 근로자의 3.02배지만 생산성은 34세 이하 근로자의 60% 수준이라는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이와관련 대한상공회의소는 적절한 임금체계 조정없이 정년이 연장될 경우 고연령 직원들의 생산성과 임금간 괴리가 심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행시기도 불만이다. 상의에 따르면 2010년 300인 이상 기업중 정년이 60세 이상인 기업은 23.3%에 불과했다. 이후 기업들의 자율적인 정년 연장 결과 2012년에는 37.5%까지 비율이 올라갔다.

 

하지만 일본의 경우 정년을 60세로 연장할 당시 이 비율이 93.3%에 달했다는 설명이다. 상의는 "정년 연장은 개별기업의 여건에 따라 자율적으로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여건이 성숙된 이후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년 연장이 세대간 갈등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2011년 기준 300인 이상 사업장의 임금 근로자는 625만명 가량이며 이중 60세 정년을 시행하는 비율은 20%를 조금 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나머지 근로자들중 정년 연장의 혜택을 받는 인원만큼 신규 고용이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재계에서는 연간 약 10만~14만명 가량이 정년 연장으로 고용을 유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임금체계 개편..노사간 협의로 결정

 

재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여야는 일단 23일 법안심사 소위원회에서 이른바 '정년연장법'에 최종 합의했다.

 

관심을 모았던 기업의 임금 체계 개편에 대해 노사간 협의에 맡기기로 했다. 전날까지 여당은 임금체계의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보인 반면 야당과 노동계는 임금체계 개편이 자칫 임금삭감의 이유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을 했었다.

 

또 분쟁 발생시 가이드 라인에 대해서도 합의에 이르지 못했었다.

 

여야는 이날 합의에서 임금체계 개편과 관련한 분쟁이 일어날 경우 노동조합이 있는 사업장은 기존 노동위원회의 조정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노조가 없는 경우는 노사간 원활한 협의를 위해 근로감독관을 통한 행정지도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밖에 정부가 원활한 임금체계 개편을 위해 고용지원금 제공과 함께 실태조사, 컨설팅 및 가이드라인 제시 등의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여야는 오는 24일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를 열어 이 법을 통과시킨 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심의를 거쳐 본회의에서 처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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