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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소프트, 넥슨과 ‘선 긋고’ 넷마블 ‘곁으로’

  • 2015.10.16(금) 16:10

글로벌 협력성과 없고 경영권 분쟁으로 갈라서
‘백기사’ 3대주주 넷마블과 협력은 공고해질 듯

국내 1, 2위 게임업체인 넥슨과 엔씨소프가 마침내 3년간의 '불편한 동거'를 청산했다. 넥슨의 엔씨소프트 지분 전량 매각은 양사간 사업 협력이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오히려 경영권 분쟁 등으로 관계가 틀어진 데서 비롯된 예고된 수순이다. 이에 따라 엔씨소프트는 경영권 분쟁 당시 '백기사'로 나서 준 넷마블게임즈 곁으로 한 발 더 다가설 전망이다.

 

 

▲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왼쪽)와 김정주 NXC 대표.

◇ "3년 동안 뚜렷한 시너지 없어"

 

넥슨(옛 넥슨재팬)은 16일 엔씨소프트 보유 지분 15.08% 전량을 매각한다고 밝혔다. 넥슨은 매각 이유에 대해 "2012년에 엔씨소프트에 투자한 후 3년이 흘렀으나 두 회사 사이에 뚜렷한 시너지가 나지 않았다"라며 "넥슨은 자본의 효율성을 높여 주주 가치에 기여하자는 기본 원칙에 따라 엔씨소프트 지분을 매각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지분 매각에도 불구하고 엔씨소프트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매각 이유에서 밝혔듯 넥슨은 3년전 8045억원이라는 거액을 들여 엔씨소프트 지분을 사들이고 최대주주로 올라섰으나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당초 넥슨이 엔씨소프트 지분을 인수한 이유는 두 회사 역량을 끌어모아 글로벌 게임 시장에 나아기기 위해서였다. '리니지' 시리즈 등 역할수행게임(MMORPG) 장르에서 국내 최고 수준인 엔씨소프트의 개발 역량과 캐주얼을 비롯해 다양한 장르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넥슨의 서비스 경쟁력을 합쳐 글로벌 시장에 통할만한 히트작을 내놓기 위한 차원이었다.

 

이를 위해 두 회사 인력이 한데 모여 온라인게임 '마비노기2' 공동 개발을 추진했으나 결과물을 내놓지 못했다. 각각의 기업 문화가 달라 서로 융합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이후 몇번의 협업이 시도됐으나 문화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번번히 실패했다.

 

오너간 '의기투합' 說도..결국 불발 

 

일부에서는 넥슨의 엔씨소프트 지분 인수 배경을 두 회사 오너간 두터운 친분 관계에서 찾기도 한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와 넥슨 창업주 김정주 NXC 대표는 서울대 공대 선후배 관계다. 둘 다 국내 1세대 벤처 기업인이자 대표 게임사 오너라는 점에서 유대감이 남달랐고, 이를 기반으로 사업에 대한 비전을 같이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배경으로 3년여 전(前) 시장에 매물로 나온 미국의 유명 게임사 '일렉트로닉아츠(EA)'를 두 회사가 공동으로 인수하기 위해 오너끼리 의기투합했다는 것이다. 김택진 대표가 보유 지분 일부인 14.68%를 넥슨에 넘기고 8045억원을 현금화, 이 돈과 넥슨의 여유 자금을 합쳐 EA를 인수하려 했다는 시나리오다.

 

하지만 EA 인수가 불발되면서 두 회사 관계가 서먹해졌다. 여기에 엔씨소프트의 '또 다른 이름' 김택진 대표가 보유 주식 상당수를 처분하자 '경영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면서 주가도 가라앉았다.

 

김 대표 지분 매각 시기(2012년 6월) 27만원에 달했던 엔씨소프트 주가는 이후 하향 추세를 보이면서 작년 10월 12만2000원까지 떨어져 반토막 나기도 했다. 이번 넥슨의 엔씨소프트 지분 매각 가격은 주당 18만3000원. 인수 당시 주당 25만원을 주고 샀던 넥슨 입장에선 지분 가치가 크게 깎인 셈이다.

 

◇ 넷마블게임즈의 견고해진 입지

 

두 회사 관계는 올해 3월 엔씨소프트 주총을 앞두고 넥슨이 돌연 '경영참여'를 선언하면서 급속하게 나빠졌다. 그동안 '경영 불개입' 원칙을 지켜온 넥슨이 2년 반만에 경영에 간섭하겠다고 하자 엔씨소프트측은 "신뢰를 무너뜨렸다"며 격렬하게 반발했다.

 

넥슨이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나서자 엔씨소프트는 넷마블게임즈를 '구원 투수'로 끌어들여 경영권을 방어했다. 올해 2월 엔씨소프트가 지난 2월 자사주 195만8583주(8.93%)와 넷마블게임즈 주식 2만9214주(9.8%)에 맞바꾸는 주식스왑을 단행했던 것. 

 

이로 인해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경영권 분쟁은 싱겁게 끝났고 이후 9개월 넘게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다 이번 블록딜 추진으로 완전히 남남이 됐다. 넥슨의 이번 지분 매각은 어느 정도 예견된 수순이었던 셈이다.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관계 청산으로 엔씨소프트로서는 넥슨과 관계를 말끔히 해소함과 동시에 새로운 파트너이자 3대주주인 넷마블게임즈와 관계가 더욱 공고해지게 됐다.넷마블게임즈의 영향력 확대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앞서 엔씨소프트와 넷마블게임즈는 지난 2월 주식 스왑과 함께 두 회사 대표 지적재산권(IP)를 활용한 게임 개발 등을 골자로 한 제휴를 체결했다. 넷마블게임즈는 엔씨소프트의 간판 게임 '리니지2'의 지적재산권(IP)을 활용한 모바일 버전 '프로젝트 S' 등을 선보일 계획이다. 

 

다만 넷마블게임즈는 엔씨소프트 보유지분으로는 별 재미를 보지는 못하고 있다. 넷마블게임즈는 지분 인수 당시 총 3911억원(주당 20만573원)을 주고 샀으나, 현재 가치는 3832억원(16일 종가 19만6500원)에 머물고 있다. 아직은 본전도 못뽑고 있는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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