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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이중근 부영 회장 숨겨온 주식 '덜미'

  • 2015.10.21(수) 15:34

1983년부터 친인척·임직원이 주식 차명 관리
국세청, 주식 명의신탁에 세금 260억 부과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거액의 주식을 일가친척에게 맡겨놓고 증여세 납부를 회피하다 덜미를 잡혔다.

 

국세청은 이 회장이 자신의 주식을 친인척과 임직원 명의로 돌려놓고,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고 260억원의 세금을 추징했다.

 

부영 일가는 주식 명의신탁 후 증여세를 제대로 신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신고 가산세와 납부불성실 가산세까지 물게 됐다. 이들은 국세청 과세에 불복해 심판청구를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1일 조세심판원에 따르면 국세청은 지난 2013년 11월 부영그룹 일가를 상대로 부당무신고 가산세와 납부불성실 가산세를 포함한 증여세 260억원을 통보했다. 이중근 회장이 배우자와 장남, 사돈 등 일가친척에게 부영 주식을 명의신탁한 것으로 국세청은 판단했다.

 

이 회장은 1983년 부영의 전신인 삼진엔지니어링을 설립하면서 친인척과 임직원, 협력업체 직원 등의 명의로 회사 주식을 취득했다. 종전에 운영하던 회사의 부도로 본인 명의의 사업을 할 수 없게 되자 주식을 차명으로 관리해온 것이다. 이후에도 부영 계열사의 유상증자 과정에서 친인척과 임직원을 동원한 주식 명의신탁은 꾸준히 계속됐다.

 

이 회장은 주식 명의신탁 문제로 국세청이 과세에 나설 조짐을 보이자 회피할 방법을 찾았다. 맡겨놨던 주식을 찾아오고 증여세를 낸 것이다. 이 회장은 2010년 12월 명의신탁했던 주식 494만주를 친족으로부터 자신이 증여 받은 것으로 꾸며 세금을 냈다. 그러나 얼마 후 원래 자신의 소유였던 명의신탁 재산을 환원했다고 주장하면서 불복에 나서 증여세를 돌려받았다.

 

이 회장은 2011년 12월에도 임직원 등 32명 명의로 보유하던 주식 400만주를 되찾아온 후, 명의신탁 환원임을 인정 받아 증여세를 내지 않았다. 국세청의 과세행정과 세법의 빈틈을 파고들어 세금을 교묘하게 피한 것이다.

 

부영 측에 세금을 돌려주게 된 국세청도 반격에 나섰다. 이 회장이 자신의 주식을 광범위하게 명의신탁한 것으로 보고, 부영의 주식변동 내역에 대해 다시 조사에 착수했다.

 

주식변동 조사 과정에서 국세청은 가산세 과세 논리를 개발했다. 부영 일가에서 증여세 신고의무를 다하지 않았으니 가산세를 내라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부영은 국세청의 가산세 부과가 부당하다며 법무법인 화우를 대리인으로 선정해 심판청구를 냈다.

 

부영이 제기한 심판청구에 대해 조세심판원은 지난 2일 국세청 과세에 문제가 없다며 '기각' 결정을 내렸다. 심판원은 "이 회장이 차명으로 주식을 관리하면서 문서를 허위로 작성하고, 부영의 주주 변동 상황을 숨겨왔다"며 "명의신탁 주식에 대한 증여세를 의도적으로 회피해 왔기 때문에 가산세 부과에도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 명의신탁 주식의 증여세

주식의 실제 소유자와 명의자가 다른 경우, 해당 주식은 명의자가 증여 받은 것으로 보고 증여세를 내야한다. 다만 실제 소유자가 명의신탁했던 주식을 환원했다는 사실을 인정받으면 증여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물론 이름을 빌려준 명의 수탁자들은 원칙적으로 증여세를 납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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