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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분기 배당제는 '조삼모사'

  • 2015.10.21(수) 17:21

주주가치 제고·주가 부양 등 긍정적 평가
실제 주주들 이익 제고로 이어질지는 의문

포스코가 적극적인 주주 친화정책을 내놨다. 그동안 일년에 두 번 시행했던 배당을 내년부터는 분기마다 한 번씩, 일년에 총 네 번에 걸쳐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사회 결의와 주주총회를 거쳐야하는 사안이지만 시장과 내부 반응이 긍정적인 만큼 내년 시행이 확실해 보인다.

하지만 포스코가 이처럼 적극적인 주주 친화정책을 내놓은 데는 사정이 있다. 현재 포스코에 대한 투자자들과 주주들의 시선은 곱지 못하다. 올해 초부터 계속되고 있는 검찰 수사와 실적 부진 탓이다. 이에 따라 포스코는 성난 주주들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 '분기 배당제'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분석이다.


◇ 땅에 떨어진 신뢰

포스코는 올해 그 어느 때보다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전임 정준양 회장 시절 펼쳤던 무분별한 확장 정책의 후폭풍을 고스란히 맞고 있다. 올해 초부터 시작된 검찰의 포스코 비리 수사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이미 전직 포스코 고위 임원들의 비리가 드러났고 정준양 전 회장도 이미 검찰 조사를 받은 상태다.

이 때문에 포스코에 대한 이미지는 과거 '깨끗한 기업'에서 '비리의 온상'으로 추락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도 직접 과거에 있었던 불공정 관행을 바로 잡겠다고 나섰을 만큼 포스코의 부패는 심각했다. 여기에 계열사와 본사 간의 내부 충돌이 대외적으로 공개되는 등 포스코의 위상은 점점 추락하고 있다.

 

 
업황 침체에 따른 실적 부진과 함께 주가도 계속 내리막 길이다. 지난 20일 발표된 포스코의 3분기 실적에 대해 시장에서는 '어닝 쇼크'라고 평가할 만큼 좋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3분기 포스코의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25.8% 감소했다.

주가도 마찬가지다. 최근 두 달간 포스코의 주가는 5.29%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는 6.53% 올랐다. 포스코 주가가 하락한 것은 실적 부진과 우울한 전망 탓이다. 이와 함께 최근 일련의 사태를 겪으며 포스코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함께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포스코에 대한 시장의 시선과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다"며 "이미 각종 비리로 대외적인 이미지가 크게 실추된 데다 공급 과잉 등에 따른 업황 침체로 실적도 부진한 상태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 '투심(投心)' 다시 잡는다

포스코가 빼든 '분기 배당제'는 투자자들과 주주들의 돌아선 마음을 잡기 위한 특단의 조치다. 포스코 스스로도 시장의 신뢰가 심각한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다.

 

'분기 배당제'는 통상 국내 상장 기업들이 사용하는 방법이 아니다. 국내 상장 기업들은 대부분 1년에 한 번 배당을 실시한다. 중간 배당을 실시하는 기업도 있지만 그 수는 많지 않다. '분기 배당제'는 지난 2004년 국내에 처음 도입됐다. 이후 몇몇 중소기업들이 '분기 배당제'를 실시하기도 했다. 대기업 중 '분기 배당제'를 실시하겠다고 나선 곳은 포스코가 처음이다.

 

▲ 포스코가 국내 대기업 최초로 '분기 배당제' 카드를 빼든 것은 땅에 떨어진 신뢰를 되찾기 위해서다. 포스코는 이를 통해 주주가치 제고와 주가 부양, 시장의 신뢰 회복을 노리고 있다.


'분기 배당제'는 매분기 배당을 실시하는 만큼 투자자 입장에서는 일년에 한 번 받았던 배당금을 총 네 번에 걸쳐 받을 수 있게 된다. 배당금의 지급주기가 단축됨에 따라 배당에 대한 불확실성이 축소되고 실질 배당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일단 시장의 평가는 긍정적이다. 포스코가 적극적으로 주주가치 제고에 나서는 한편 주가 부양 의지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실제 이날 포스코의 주가는 3분기 실적 부진에도 불구, 전일대비 5.85% 상승한 19만원에 장을 마쳤다. '분기 배당제' 추진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박종국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분기배당제 도입은 재무적인 측면에서의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으나 책임경영 강화와 배당 불확실성 감소라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 '조삼모사(朝三暮四)' 지적도

하지만 포스코의 '분기 배당제' 추진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도 있다. 배당은 기본적으로 실적에 연동된다. 따라서 실적이 좋지 않을 경우 배당금은 줄어들 수 있다. 현재 포스코는 업황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앞으로도 단기간 내에 철강 업황이 살아나기는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

실제로 시장에서는 향후 철강 업황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현재 철강 제품 가격 상승의 열쇠를 쥐고 있는 중국 철강 기업 중 91%가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또 중국발(發) 공급 과잉 현상도 여전히 진행형이다. 여기에 원재료인 철광석 가격 약세도 철강 제품 가격 상승을 제한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실적이 나아질 만한 요소가 거의 없는 셈이다.

 

▲ 일각에서는 포스코의 '분기 배당제' 추진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놓기도 한다. 실적 부진이 지속될 것인 만큼 실적에 연동되는 배당금의 규모가 실질적으로는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포스코가 대외적인 이미지 쇄신에만 치중하기 보다는 확실한 구조조정 등을 통해 내실을 다지는 것이 진정한 주주가치 제고라는 의견이다.

 

또 두 번에 걸쳐 받던 배당금을 네 번에 걸쳐 받는다고 해서 주주들이 받는 배당금의 규모가 커지는 것은 아니다. 아울러 분기별로 배당을 실시하게 될 경우 재무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다. 현재 포스코는 비핵심 자산 매각 등을 통해 재무구조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여기에 분기별 배당까지 더해질 경우 재무 쪽에 걸리는 부하가 커진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포스코의 '분기 배당제' 추진은 '조삼모사(朝三暮四)'라는 지적도 나온다. 포스코가 실제 주주들에게 돌아가는 이익을 높이는 것보다 대외적인 이미지 개선에만 신경 쓰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다. 외부에 비쳐지는 모습에 신경쓰기 보다는 현재 진행 중인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 내실을 강화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지적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분기 배당제'를 실시한다고 해도 재무적 부담은 감당할 만한 수준이라는 것이 내부의 결론"이라며 "'분기 배당제' 실시로 책임 경영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회사의 내실을 키우는 것이 곧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것이라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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