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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de Story] ‘우물 안 제왕’ 삼성생명의 굴욕

  • 2015.10.22(목) 13:40

중항삼성인수 경영권 넘기면서 중국시장 전략 수정
태국삼성생명 성적표도 처참…국내 보험산업 현주소

국내 독보적인 1위 생명보험사인 삼성생명이 중국시장에 진출한 지 10년 만에 결국 백기(?)를 들었습니다.

삼성생명은 전날 기존 중국 합작회사인 중항삼성인수(中航三星人壽)가 중국 4대 은행인 중국은행을 새로운 주인으로 맞아 중은삼성인수(中銀三星人壽)로 사명을 바꾸고 새롭게 출범한다고 발표했습니다.

 



◇ 삼성생명 10년 만에 중국시장 전략 수정


중은삼성인수의 출범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기존 중국시장 진출 전략의 총체적인 실패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선 독자경영을 포기한 겁니다. 중항삼성인수는 삼성생명이 공동 최대주주로서 50%의 지분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반면 중은삼성인수의 삼성생명 지분율은 25%에 불과합니다. 최대주주인 중국은행의 지분율이 51%에 달해 삼성생명은 사실상 경영에서 손을 뗄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사명엔 삼성이 들어갔지만 단순한 지분투자자로 지위가 격하된 겁니다.

삼성생명은 2005년 중국국제항공과 50%씩 투자해 중항삼성인수를 설립하면서 야심 차게 중국시장에 진출했는데요. 10년간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하고 돈만 까먹다가 결국 경영권마저 넘긴 것으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2013년엔 삼성전자 중국 본사 사장을 역임한 중국통인 박근희 부회장을 구원투수로 투입해 반전을 노리기도 했는데요. 이마저도 여의치 않자 결국 백기를 든 겁니다. 

 

김창수 삼성생명 사장 역시 삼성화재 사장 당시 중국통으로 꼽혔지만 일련의 과정에서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했는데요. 오히려 일부에선 김 사장이 중항삼성인수의 경영권을 넘기고, 일본 도쿄사무소도 대폭 축소하는 등 해외 진출보다는 구조조정을 통해 수익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두 번째론 영업 전략 측면인데요. 중은삼성인수는 지점만 1만 1000개에 달하는 중국은행을 최대주주로 맞으면서 앞으로 방카슈랑스 채널을 통한 영업에 집중할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중국 보험시장에서 방카슈랑스 채널이 차지하는 비중은 48%에 달하는데요. 그동안 국내에서 하던 대로 설계사 채널을 통해 중국시장 진입을 노렸던 삼성생명이 기존 영업 전략도 사실상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 김창수 삼성생명 사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지난 21일 중국 베이징 중국은행 본사에서 열린 중은삼성인수의 공식 출범식에 참여하고 있다. 가운데는 중은삼성인수의 최대주주인 중국은행의 천스칭(陳四淸) 은행장.


◇ 중국은 물론 태국 성적표도 처참

 

삼성생명 측은 이런 평가에 대해 방카슈랑스 보험시장이 훨씬 더 큰 만큼 전략 수정이 필요했고, 중국 4대 은행인 중국은행이 대주주로 참여하면서 확실한 판매망을 확보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는 해명을 내놨습니다.  


사실 삼성생명은 가장 현실적인 대안을 선택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독자적인 경영과 영업 전략으로는 중국시장 공략이 어렵다고 보고 적절한 최대주주를 끌어들이면서 일종의 출구전략을 마련한 건데요.

 

문제는 이 과정에서 삼성생명의 실력과 함께 국내 보험산업의 수준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겁니다. 삼성생명은 국내 생명보험시장 점유율이 30%에 달하는 독보적인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삼성전자라는 든든한 배경을 등에 업고 지난 10년간 중국시장에 공을 들였는데요.

 

그런데도 성적표는 처참했습니다. 2013년 말 현재 중항삼성인수의 중국 내 시장점유율은 0.03%에 그쳤는데요. 물론 중국 보험시장은 텃세가 심해 외국계 보험사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긴 합니다. 일부에선 보험상품의 다양성이나 판매 채널 등을 고려할 때 중국 보험산업의 경쟁력이 이미 우리나라를 따돌렸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는데요.

그런데도 중국시장을 만만하게 보고, 차별화한 현지화 전략 없이 국내 영업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다 보니 실패로 귀결될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삼성생명이 2011년 6527억 원을 투자해 설립한 부동산 개발·임대업체인 북경삼성치업유한공사도 여전히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삼성생명은 중국은 물론 태국시장에서도 헤매고 있는데요. 삼성생명은 1997년 합작법인을 설립해 태국 보험시장에 진출했는데요. 시장점유율은 0.29%에 불과합니다. 태국은 중국과는 달리 외국계 보험사의 점유율이 70%가 넘는데요. 그런데도 지난 18년 동안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아시아 시장에서 10~20년간 성적표가 이렇다 보니 선진시장 진출은 현실적으로 엄두를 내기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 삼성생명이 한국 보험산업 현주소

삼성생명의 처참한 해외 진출 성적표는 한국 보험산업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줍니다. 물론 국내 보험산업의 후진성은 꽉 막힌 규제가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힙니다. 금융당국이 보험상품 내용은 물론 보험료마저 틀어쥐고 있다 보니 삼성생명도 어쩔 수 없었다고 항변할 수 있는데요.

그렇다고 하더라도 금융당국조차 눈치를 보고 있는 삼성생명이 깃발을 들고 나섰다면 상황은 많이 달라질 수 있었습니다. 삼성생명도 기존의 독보적인 시장에 만족하면서 현실과 타협한 측면이 다분하다는 겁니다.

금융당국은 최근 ‘보험산업 경쟁력 강화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뒤늦게 보험상품 개발과 보험료 자유화를 선언했는데요. 과연 20년간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했던 국내 보험사들이 제대로 된 보험상품을 만들고 또 경쟁을 통해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까요? 국내 대표 보험사인 삼성생명의 해외 진출 사례를 보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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