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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다시 달리자!]SK이노베이션, 글로벌 파트너링은 나의 힘

  • 2015.10.26(월) 09:31

윤활유·석유화학 합작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
최태원 회장 복귀로 신사업 기대감

세계 경제가 여전히 불안한 가운데 한국 기업들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정부의 전방위적 지원에 힘입어 부활하고 있는 일본기업과 가격과 기술 모두 턱 밑까지 추격한 중국기업 사이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절체절명의 과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한국 기업들은 부단한 혁신을 통해 위기를 퀀텀 점프의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주요 기업들의 전략과 사업을 점검해 본다. [편집자]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나자’

 

SK이노베이션의 ‘글로벌 파트너링’ 프로젝트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이 같은 생각에서 시작됐다.

 

SK이노베이션은 국내 정유사 가운데 사업 규모가 가장 크다. 석유 정제능력 기준으론 국내 1위고 에틸렌 생산능력으로는 국내 석유화학사 가운데 3위다. 최근 정유사들의 알짜 사업으로 급부상한 윤활기유 부문 역시 생산량이 가장 많다.

 

하지만 글로벌 석유화학기업들과 비교하면 경쟁력이 떨어진다. 산유국 기업들에 비해 원가 경쟁력에서 뒤쳐지고, 글로벌 석유화학기업들에 비해선 고부가가치 제품이 적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인지도 역시 낮다. 

 

이런 이유로 최태원 회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 SK이노베이션의 취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파트너를 찾고, 합작법인을 세워 사업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로 결정한다. 글로벌 파트너링 프로젝트가 본격화된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SK이노베이션의 수출 성과는 빠르게 신장됐다. 지난 2005년 기준, 전체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했던 비중은 48.7%였지만 지난해에는 75.42%까지 올랐다. 내수중심 사업에서 벗어나 수출기업으로의 변신에 성공한 것이다.

 

 

◇ 합작으로 효자된 윤활유

 

SK이노베이션은 글로벌 파트너링의 첫 사업으로 윤활유를 선택했다. 자동차 연비 및 환경 규제가 강해지면서 선진국을 중심으로 윤활유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서다. 지난해 국내 정유사들이 정제마진 하락으로 실적 부진의 늪에 빠진 상황에서도 윤활기유 만큼은 성장세를 유지했다. 올 들어 글로벌 경기둔화로 이익이 전년에 비해 줄었지만 향후 성장성이 가장 큰 사업으로 평가받는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005년 인도네시아 국영 석유회사인 페르타미나와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이후 2008년에 합작법인을 설립한 뒤 인도네시아 두마이 지역에 제3 윤활기유 공장을 세웠고, 현재 하루 7500배럴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이를 통해 SK루브리컨츠(윤활유 담당 자회사)는 페르타미나로부터 저가의 원료를 공급받아 원가경쟁력을 높이고, 페르타미나는 SK루브리컨츠의 기술력으로 만든 윤활기유를 통해 세계 시장에 진출하는 효과를 거뒀다.

 

지난해에는 스페인의 렙솔과도 합작법인 일복(ILBOC)을 세웠다. 윤활유 최대 수요처 중 하나인 유럽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이 법인은 스페인 카르타헤나에 윤활기유 생산 공장을 짓고 하루 1만3300배럴의 윤활기유를 만들고 있다. 현재 유럽 윤활유 생산업체들에게 원료인 윤활기유를 공급하고 있다.

 

지난 달 열린 카르타헤나 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최태원 회장은 “SK와 렙솔은 글로벌 석유업계가 주목하는 합작모델을 만들어냈다”며 “앞으로 석유와 에너지를 비롯해 다양한 사업 영역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협력사업 발굴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 사빅·시노펙을 동반자로

 

글로벌 파트너링 프로젝트는 석유화학 사업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글로벌 기업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사빅(SABIC), 중국의 시노펙(Sinopec)과의 합작이 대표적이다.

 

SK종합화학은 2013년 중국 최대 국영 석유기업인 시노펙과 우한 에틸렌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SK는 이 사업에 총 3조3000억원을 투입해 연산 에틸렌 80만톤과 폴리에틸렌(PE) 60만톤, 폴리프로필렌(PP) 40만톤 등을 생산할 수 있는 나프타분해설비를 지었다.

 

이 프로젝트는 진입장벽이 높은 중국 시장을 뚫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동안 중국은 원유와 자체 기술력을 보유한 서구 메이저 기업이나 중동 산유국 기업에 대해서만 에틸렌 합작사업을 선별해 허용해 왔다.

 

최태원 회장은 2006년 합작을 추진한 이후, 10여 차례 중국 정부 및 시노펙 관계자를 만나 사업에 공을 들였고, 결국 중국에 ‘제2의 SK’를 건설한다는 ‘차이나 인사이더’ 전략의 발판을 마련하는데 성공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우한 프로젝트의 성사로 중국에 석유화학 생산기지를 확보, 글로벌 시장 공략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다”고 말했다.

 

 

최근 마무리된 사빅과의 합작도 마찬가지다. 당초 SK종합화학은 100% 독자 기술로 넥슬렌(고성능 폴리에틸렌)을 개발했고, 합작보다는 자체적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설 계획이었다. 하지만 최태원 회장은 엑슨모빌이나 다우케미칼 등 글로벌 메이저 기업들이 장악한 고성능 폴리에틸렌 시장에 뛰어들기 위해선 글로벌 톱 플레이어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최태원 회장이 직접 나서 사빅에 넥슬렌 기술을 소개하며 합작사업을 이끌었다. 사빅의 알 마디 부회장과 친밀한 교류를 이어왔던 최태원 회장은 사빅 경영진을 10여 차례 만나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SK종합화학은 이달 초 울산에 넥슬렌 공장을 준공하고 본격적인 상업생산에 들어갔다. 5년 이내에 사우디와 미국 등에 제2, 제3 공장을 짓고 생산규모를 키워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할 계획이다. 특히 넥슬렌은 현재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범용제품이 아닌 기술을 기반으로 한 고성능 제품이라는 점에서 향후 미래 성장동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넥슬렌 공장 준공식에서 “중국의 경기둔화와 범용 제품의 공급과잉으로 국내 석유화학산업이 구조적 위기에 직면했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넥슬렌 같은 고부가가치 기술을 확보해야 신흥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최태원 회장의 다음 행보는

 

최태원 회장이 추진했던 4대 글로벌 파트너링 프로젝트가 완성됐고, 최 회장이 경영일선에 복귀한 만큼 업계에선 다음 프로젝트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실제 최태원 회장은 국내 사업장은 물론 해외로 보폭을 넓히며 새로운 합작 및 협력사업 찾기에 집중하고 있다. 카르타헤나 윤활기유 공장 준공식 이후 최 회장은 네덜란드 반도체장비업체인 ASML과 스위스의 원유 및 석유 트레이딩 기업인 트라피규라 최고경영진을 만나 협력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이 가운데 석유광구 투자와 정유사업에서의 협력을 통한 판매처 확보 등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최근 최태원 회장이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사절단에 포함돼 미국을 방문하자 최 회장 주도의 자원개발 사업 가능성이 언급되기도 했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 1996년 페루 8광구 개발사업 참여를 시작으로 자원부국 경영을 펼치고 있다.

 

다만 석유광구 투자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계획이 없는 상태고 정유사업에서 주요 경쟁기업들과의 협력 관계를 맺는 과정이 복잡하다는 점은 풀어야 할 숙제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크게 떨어졌다고 해서 매입할만한 광구가 시장에 나오는 것은 아닌 만큼 광구 투자는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각국 석유기업 간 이해관계가 복잡해 단기간에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최태원 회장이 직접 나선다면 예상보다 빠르게 사업이 진척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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