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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관광산업에 빨간불" 위기론 꺼낸 신세계

  • 2015.10.26(월) 17:20

"관광객 이탈로 도심공동화(空洞化) 우려"
"명동을 '면세특구'로 키워야 경쟁력 확보"

"이미 한국 관광의 적신호가 켜졌다. 면세점이 황금알을 낳는 시대는 지났다."

서울지역 면세점 입찰에 뛰어든 신세계그룹이 국내 관광산업 위기론을 들고 나왔다. 연간 10조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국내 면세점산업이 이대로 가다가는 일본에 밀려 주저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신세계그룹의 면세점법인 신세계디에프는 26일 서울 소공로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서울지역 면세점 운영전략을 언론에 소개하는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성영목 사장, 정준호 부사장 등 신세계디에프 임원진이 참석했다. 신세계그룹이 면세점 전략을 공개적인 자리에서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성영목 신세계디에프 사장은 26일 서울 소공로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신세계그룹의 면세점 운영전략을 발표했다.


◇ "韓 관광산업은 위기"

"우리는 그동안 조심하고 말을 아껴왔다. 그런데 그 조심스러움이 우리의 의지와 진정성을 가리는 것 같아 이 자리를 준비했다."

성 사장은 작심한듯 이 같은 인사말를 꺼냈다. 롯데·SK·두산 등 경쟁사들이 장밋빛 전망을 쏟아내면서 국내 면세산업의 위기와 그 해법이 제대로 조명받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묻어났다.

곧이어 발표에 나선 정 부사장은 신문기사 하나를 프레젠테이션 화면에 띄웠다. 일본관광청 등의 자료를 인용한 기사에는 올해들어 일본을 방문한 관광객은 약 1450만명으로 전년동기대비 50% 가까이 늘었지만, 한국은 약 960만명으로 8% 가량 감소했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정 부사장은 "메르스를 감안해도 매우 심각한 문제"라며 "도쿄로 가는 관광객을 서울로 끌고오는 게 지금 해야할 시급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 불편한 관광객, 재방문율 '뚝'


신세계그룹은 ▲한국 면세점산업이 더이상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니며 ▲이미 관광객 감소라는 위험신호가 켜졌다고 분석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간한 '2014년 외래 관광객 실태조사'에 따르면 '큰 손' 관광객인 중국인들의 한국 재방문율은 20%에 불과하다. 5명이 방문했다면 4명 정도가 더는 한국땅을 밟지 않는다는 얘기다. 정 부사장은 "외국인들의 관광불만족은 쇼핑의 불만족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중국인 관광객 절반 가량은 쇼핑을 목적으로 한국을 찾는다. 그런데 국내 면세점들은 백화점이나 로드숍과 별로 다를 게 없는 상품을 팔면서 이들을 계산대 앞에서 30분 넘게 줄세우는 등 손님 대접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는 게 신세계측 설명이다. 이 같은 현상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명동에서 더욱 심각하게 나타난다.

정 부사장은 "지금은 면세산업의 양적 성장보다 질적 경쟁력을 우선해야 한다"며 "자칫 도심포화보다 더 무서운 도심공동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신세계그룹은 서울 명동 부근의 신세계 본점을 시내면세점 후보지로 정했다.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명동에 면세점을 허가해야 한다는 게 신세계측 주장이다.


◇ 신세계 "양보다 질"로 돌파구


신세계는 대안으로 신세계 본점이 있는 명동에 일종의 면세특구 개념을 도입해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결 편안한 쇼핑을 즐기게끔 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반경 500m 안에 롯데면세점 소공점이 있지만 수용인원에 한계가 있는 만큼 추가적인 면세점을 명동 인근에 허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서울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10명 중 8명(77.6%)이 명동을 찾았다.

신세계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경쟁사(롯데면세점 소공점) 매출이 다소 줄어들 순 있지만, 명동 일대에 면세타운이 조성되면 장기적으로는 관광객 증가로 얻게 되는 실익이 더 클 것"이라며 "이렇게 면세타운이 조성되면 침체된 남대문시장 상권까지 살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세계그룹은 또 신세계 본점 신관 바로 옆에 위치한 '메사빌딩'을 중소·중견기업 전용공간으로 활용하겠다는 방침도 발표했다. 여기에는 ▲이마트가 토종브랜드 육성을 위해 시작한 '국산의 힘' 판매공간 ▲패션디자인 창업센터 ▲한류스타 발굴을 위한 공연장 등이 들어선다. 정 부사장은 "중소·중견기업에서도 '제2의 설화수'가 나올 수 있도록 지원프로그램을 확실히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신세계디에프 서울지역 시내면세점 입찰개요

*위치: 신세계 본점 신관 7개층 (보세창고 등 포함, 연면적 2만3200㎡)

*상생방안: 본점 옆 메사빌딩에 '국산의 힘' 센터 조성 등 향후 5년간 총 2700억원 집행

*매출목표: 총 10조원 (5년간)

*기대효과: 관광객 655만명 추가 유치 (5년간)

 

◇ "명동을 '면세특구'로 육성해야"

신세계그룹은 이날 간담회에서 '시내면세점을 왜 명동에 열어야하는가'에 상당시간을 할애했다. 명목상으로는 명동 외 다른 지역으로 관광인프라를 확대해야한다는 '균형발전론'이 그럴듯해보여도 명동마저 지키지 못하면 한국 관광산업이 후퇴할 수 있다는 위기론을 앞세웠다. 따라서 숙박시설의 40%가 서울 도심에 밀집해있고, 고궁이나 박물관과 같은 문화시설에 대한 접근성이 좋은 명동의 지리적 강점을 충분히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게 신세계측 논리다.  

성 사장은 "뉴욕의 맨해튼, 일본의 긴자, 홍콩의 침사추이 등은 그 나라를 찾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방문하는 도시의 중심에 있다"며 "전통시장과 같은 중요한 관광 인프라를 재정비하고, 다양한 관광진흥 프로그램을 개발해 서울의 도심이 가지는 매력을 향상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모 대학 교수는 "상업지구에 면세점이 들어와야 불편함이 없다는 신세계측 논리는 설득력이 있다"며 "외국인 관광객을 얼마나 성공적으로 유치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관전포인트가 될 것 같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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