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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플랜트 늪' 조선 빅3 누적적자 10조원

  • 2015.10.27(화) 18:09

작년 손실액 3,2조..올해 3분기까지 6.8조 손실
해양플랜트가 손실 원인..추가 부실 가능성 높아

조선 빅(Big) 3의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작년 약 3조원의 손실을 기록했던 조선 3사는 올해 3분기까지 벌써 6조8000억원 규모의 손실을 입었다. 2년간 입은 손실액만 10조원대다.

 

그동안 수면 아래에 숨겨져 있었던 해양 플랜트 부문의 부실이 대거 드러나고 업황 부진에 따른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이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꼽힌다.

◇ 2년간 손실액만 10조원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 빅 3의 올해 3분기까지 손실액은 총 6조8818억원이다. 현대중공업이 1조418억원, 삼성중공업이 1조5481억원, 대우조선해양이 4조2919억원을 기록했다. 이미 작년 한해 동안 조선 빅3가 입었던 손실액의 2배를 넘어섰다.

작년 한해동안 조선 빅3의 손실액은 현대중공업의 약 3조2000억원이 대부분이었다. 당시 현대중공업은 조선과 플랜트 부문에서 예상되는 손실에 대규모 충당금을 쌓았다. 이 여파로 2분기 1조1037억원, 3분기 1조9346억원 등을 포함해 작년 한해 동안 총 3조2495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반면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손실을 기록하지 않았다. 삼성중공업은 작년 1분기 해양플랜트 부문의 손실에 대비해 충당금을 쌓으며 3620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하지만 2분기부터 4분기까지 영업이익을 내면서 전체 실적에서는 손실을 입지 않았다. 대우조선해양도 매분기 이익을 내며 손실구간에 진입하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해양플랜트 부문에서 충당금을 대거 쌓았고, 현대중공업도 작년 대규모 적자를 낸데 이어 올해도 여건이 나아지지 않고 있다. 그 탓에 삼성중공업은 지난 2분기에 1조5481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대우조선해양은 2분기 3조318억원에 이어 지난 3분기에도 1조2171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작년부터 올해 3분기까지 조선 빅3가 입은 손실액은 총 10조1313억원에 달한다. 지난 3분기 현대중공업의 매출액과 맞먹는 규모다. 조선 업황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수주 상황도 좋지 않다. 4분기도 암울하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생각이다. 손실 규모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이야기다.

◇ 끝나지 않은 '해양플랜트 악몽'
 
조선 빅3가 이처럼 큰 폭의 손실을 입은 것은 해양플랜트 탓이 크다. 상선에 특화돼 있던 이들은 업황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고가(高價)의 해양플랜트 부문에 무분별하게 뛰어들었다. 살아남기 위해 해양플랜트 부문에 진출했지만 대가는 혹독했다. 기술과 경험 부족은 조선 빅 3를 실적 부진의 늪에 빠뜨렸다.

해양 플랜트는 설치되는 장소와 기후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세심하고 고난도의 기술이 요구된다. 극소수의 엔지니어링 업체들이 해양 플랜트를 독점해 온 이유다. 그만큼 설계 변경도 잦다. 하지만 상선에 특화된 국내 빅3에게 이런 시스템은 생소했다. 설계 변경 요구가 있을 때마다 비용이 발생했다.
 
▲ 조선 빅3의 대규모 손실은 해양플랜트 탓이 크다. 상선에 특화돼있던 국내 조선 빅3는 경험과 기술 부족으로 해양플랜트에서 대규모 손실을 내고 있는 상황이다.

기술과 경험이 부족하다보니 대부분의 핵심 기술은 모두 비싼 비용을 들여 해외에서 들여와야 했다. 또 공사기간이 늘어나면서 납기도 지연됐다. 모든 것이 비용으로 연결됐다. 해양플랜트 수주와 동시에 오일 메이저들과 극소수 엔지니어링 업체들의 하청 업체로 전락한 조선 빅3들은 이 비용을 감당할 수가 없었다. 작년부터 지금까지 조선 빅3가 대규모 손실을 입고 있는 이유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조선 빅3가 기록한 손실액의 대부분이 해양플랜트 부문의 부실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3분기 678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현대중공업의 경우도 이중 약 6000억원 가량이 해양플랜트 부문의 손실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도 3분기 1조2171억원의 손실액중 상당 부분이 해양플랜트 부문에서 나온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 대형 조선업체 관계자는 "해양플랜트 부문의 부실이 워낙 광범위하고 규모가 커서 전체 손실액의 대부분이 이곳에서 나왔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각 프로젝트별로 중도에 계약이 취소되거나 공사 기간이 늘어나면서 손실폭도 커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 손실구간, 벗어나려면 멀었다

조선·해운 분석 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지난 2010년부터 작년까지 국내 조선 빅3가 수주한 해양플랜트는 수주액은 980억9000만 달러(112조8000억원)에 달한다. 여전히 조선 빅3의 조선소 도크에서는 해양플랜트 건조작업이 진행 중이다. 추가 손실 부담을 안고 있다는 이야기다.

최근에는 해양플랜트 건조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분쟁이 일어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런던해사중재인협회에 노르웨이의 프레드 올센 에너지 자회사인 볼스타 돌핀을 상대로 1억6700만달러(1884억원)의 대금을 추가로 받아야 한다며 중재 신청을 한 상태다.
 
▲ 현재 조선 빅3의 조선소 도크에서는 해양플랜트 건조작업이 한창이다. 이는 곧 해양플랜트 부문에서 추가적인 부실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8월 미주 지역 선주와 맺은 7034억원 규모의 드릴십 1척 수주 계약을 해지했다. 선주사가 중도금 지급을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지난 2011년 노르웨이 송가로부터 수주한 반잠수식 시추선 4척에 대해서도 송가의 기본설계 오류 등으로 추가 비용이 발생했다며 최근 영국 런던해사중재인협회에 중재를 신청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2013년 30억달러에 수주한 나이지리아 에지나의 FPSO 프로젝트와 지난 2012년 27억달러에 수주한 호주 익시스 해양가스처리설비(CPF) 사업 등의 공기가 지연됐다. 아울러 올해 말 오세아니아 지역 선주사에 인도할 예정이었던 7000억원 규모의 드릴십 1기의 인도 시기를 오는 2017년 6월로 연기했다.

업계에서는 앞으로도 이런 사례들이 더욱 많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12년과 2013년에 수주한 해양플랜트 프로젝트들의 납기일이 올해와 내년에 집중돼있는 만큼 해양부문의 부실이 더욱 가시화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해양플랜트 부실은 아직 모두 드러나지 않았다"면서 "업황 부진까지 겹치면서 한동안 조선업체들에게는 힘든 시간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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