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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산 타고 온 원장님들

  • 2015.10.28(수) 10:24

[위기의 조세연구원]② 권력 인맥 있어야 원장 발탁
조세연구기관장에 거시재정 전문가들만 내려 앉아

대한민국 국책연구기관의 기관장 자리는 정치적인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자리다. 외형상 독립된 공모절차가 진행되는 것 같지만 결과를 보면 독립성에 대한 신뢰는 크게 떨어진다. 대통령이나 정권과 가까운 인물이 후보군에 합류하는 순간 게임은 끝난다는 얘기가 사실에 더 근접해 있다. 연구원장으로 정권의 뿌리인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출신이 많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조세전문 국책 연구원인 한국조세재정연구원도 마찬가지다.

 

▲ 박근혜 대통령이 2013년 3월 25일 청와대에서 새로 임명된 조원동 경제수석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사진=청와대)

 

# 청와대 끈 없으면 연구원장 못했다

 

참여정부에서 임명한 첫 번째 조세연구원장인 최용선씨는 노무현 대통령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재정분과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최 원장 시절 조세연구원은 또 다른 특혜시비에도 휘말렸는데, 2006년 1월, 허성관 당시 행정자치부 장관이 개각으로 물러난 바로 다음날 허 장관을 초빙연구원으로 위촉, 연구원 예산으로 집무실과 고급승용차, 운전기사까지 제공했다가 비난을 샀다.

 

이명박 정부에서도 ‘권력형’ 원장의 릴레이가 이어졌다. MB정부 첫 원장인 원윤희씨는 대선 과정에서 이 전 대통령의 경제정책 자문역할을 담당했고, 그 다음인 조원동 원장은 MB정부에서 국무총리실 사무차관을 지내며 세종시 수정안을 추진한 인물이다.

 

특히 MB정부와 박근혜 정부의 원장들은 유기적으로 연결됐다. 조원동 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첫 번째 경제수석으로 발탁됐고, 후임인 옥동석 원장은 박 대통령의 인수위에서 정부 조직개편안 작업을 맡는 등 권력의 중심에 있었다. 인수위가 끝나자 마자 두 사람이 바통터치하듯 자리를 옮긴 셈이다. 옥 원장은 현재 정부 중앙공무원교육원장으로 있다. 지난 5월 취임한 박형수 원장(現) 역시 박 대통령 대선캠프 행복추진위와 인수위에서 활동한 인연으로 통계청장까지 지낸 인물이다.

 

 

# 조세연구원에서 찾을 수 없는 조세브레인 원장

 

이러다 보니 역대 조세연구원장 중 조세분야 전문성을 가진 원장을 찾아보기조차 어렵다. 조세연구원은 현재까지 12명의 원장을 배출했는데, 대부분 재정분야나 사회경제, 대외경제 전문가다.

 

초대 원장인 정영의 원장은 재무부장관과 산업은행총재를 지낸 재정전문가이고, 고인이 된 박종기 원장(2대)은 재정과 사회보장을 전공한 교수출신이다. 3대 원장은 현재 내부 인사문제로 사의를 표시한 최광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다. 최 이사장도 경제학 전공이다.

 

MB정부에서 청와대 경제수석과 한국은행 총재를 지낸 김중수 원장(4대) 역시 거시경제 전문가이고, 새누리당 의원으로 현재 국토부 장관을 역임하고 있는 유일호 원장(5대)과 감사원 평가연구원장을 지낸 송대희 원장(6대) 등도 조세전문가는 아니다. 서울시립대 세무대학 교수를 지낸 7대 최용선 원장과 같은 대학 세무대학장을 지낸 원윤희 원장이 그나마 조세분야에서 이력을 쌓은 인물로 꼽힌다.

 

조세연구원장 공모 때가 되면 연구원 내부출신 후보자들도 있었지만 이들이 최종 문턱을 넘지 못했다. 한 조세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원장 공모에 세 번 넘게 출사표를 던졌지만 매번 고배를 마시기도 했다. 정권의 입김이 작용하는 공모절차에서 내부출신이 포함된 후보군은 들러리에 불과했다.

 

# 유사한 연구 방향..KDI와 중복 많아 

 

조세연구원이 조세재정연구원으로 명칭을 바꾸고, 재정과 공공기관 등의 연구센터을 추가하는 쪽으로 조직을 개편하면서 같은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과 성격이 유사해 진다는 지적도 있다. 상당수 역대 원장들이 KDI 경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도 KDI와의 차별성을 희석시키는 요소로 작용한다. 최광, 송대희, 황성현 원장이 KDI출신이고, 조원동 원장도 총리실에서 퇴직한 뒤 KDI국제정책대학원에서 초빙교수역할을 하며 대기하다 조세연구원장을 꿰찼다.

 

조 원장 시절 재정연구원으로 명칭을 변경하려 하자 KDI원장 출신인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반대로 '조세'를 남겼다는 얘기는 KDI와 조세연구원간의 연구영역다툼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국책연구원간 연구방향의 중복은 불필요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구조조정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조세연구원 관계자는 "KDI와 조직구성이나 연구방향 등이 중첩된다는 지적에는 공감한다. 공공연구부분은 일정부분 정리가 되기도 했다"면서도 "조세를 세입과 지출을 함께 봐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재정도 함께 연구하는 것이며 재정연구는 조세연구원의 설립이념에도 부합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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