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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다시 달리자!]현대제철, 車 강판은 내가 1등

  • 2015.11.02(월) 14:05

현대·기아차 판매 부진에 차 강판 가격 등 난제 산적
기술력으로 위기 돌파..고부가가치 강종 개발에 전력

세계 경제가 여전히 불안한 가운데 한국 기업들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정부의 전방위적 지원에 힘입어 부활하고 있는 일본기업과 가격과 기술 모두 턱 밑까지 추격한 중국기업 사이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절체절명의 과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한국 기업들은 부단한 혁신을 통해 위기를 퀀텀 점프의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주요 기업들의 전략과 사업을 점검해 본다. [편집자]
 
 
자동차 강판은 현대제철에게 숙명과도 같은 사업이다.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자부터 아들인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에 이르기까지 '철(鐵)'을 갈망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이 현대제철부터 시작해 현대·기아차로 이어지는 단단한 수직 계열화를 완성한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올해는 명실상부한 수직계열화가 완성된 해다. 현대하이스코를 합병하면서 현대제철은 자동차 강판 시장의 강자로 부상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상황이 좋지 않다. 현대·기아차가 판매 부진에 시달리고 있고, 철강업 자체도 장기 불황이 지속되고 있다. 현대제철은 이 위기를 기술로 뚫는다는 전략이다.

◇ 닥쳐온 위기
 
현대제철은 지난 3분기 부진한 실적을 거뒀다. 추세적으로 꾸준히 성장하던 모습을 보여줬던 과거와 달리 영업이익(연결기준)이 전년대비 11.98%나 감소했다. 개별기준으로도 1.0% 줄었다.

실제 지난 3분기 현대제철의 판재류 판매량은 전년대비 4.34% 감소한 299만5000톤을 기록했다. 생산량도 전년대비 4.22% 줄었다. 판재류는 자동차 강판, 후판 등을 말한다. 판재류의 판매가 감소했다는 것은 그만큼 수요가 줄었다는 이야기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3분기까지 누적 판매량은 전년대비 감소한 상태다. 현대차는 전년대비 2.4%, 기아차는 3.2% 줄었다. 현대·기아차에 자동차 강판 등을 공급하고 있는 현대제철에게 현대·기아차의 판매 감소는 큰 타격이다. 여기에 국내 조선업체들은 현재 수주 부진과 해양플랜트 부문 부실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 11월 중 결정되는 자동차 업체들과의 강판 가격 협상도 관건이다. 자동차 업계에선 철강제품 원료인 철광석과 석탄 가격이 하락한 만큼 강판 가격도 인하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미 일본 철강업체들은 자동차 업체들과 톤당 6000엔을 내리기로 합의한 상태다.

현대제철 이익의 60% 가량이 자동차 강판에서 나온다는 점을 감안하면 강판 가격 인하는 현대제철에게 큰 타격이다. 현대·기아차는 톤당 10만원 인하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현대제철 등 철강업체들은 일본과 비슷한 수준인 톤당 5만원 인하를 주장하고 있다. 톤당 5만원만 내려도 현대제철은 분기 영업이익의 10% 가량을 잃게 된다.
 
◇ 기술력만이 살 길

현대차그룹은 궁극적으로 자동차를 중심으로 한 수익구조를 가지고 있다. 자동차의 품질은 양질의 소재와 부품에서 시작된다. 현대제철이 현대차그룹 내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그 중 자동차 강판은 최근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서도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부분이다. 초고장력 강판 확대와 차량 경량화라는 글로벌 자동차 트렌드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는 현대제철의 기술력이 담보돼야 한다.

이에 따라 현대제철은 그동안 자동차 강판 분야에 대한 기술 확보에 주력해왔다. 현대제철은 지난 5년간 총 87종의 자동차용 강판을 개발했다. 특히 지난 2012년에는 100~120K급 초고장력강 등 10종을 개발해 현재 자동차에 적용되는 81종의 전 강종에 대한 개발을 완료했다. 작년에는 고강도 열연도금강판 등 6종의 강종 개발도 완료했다.
 

▲ 현대제철은 87종에 이르는 자동차용 강판에 대한 기술 개발을 모두 완료했다. 최근에는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트렌드에 맞춰 현대·기아차에 초고장력강판을 공급하고 있다. 현대·기아차가 글로벌 시장에서 품질로 인정 받을 수 있었던 데에는 현대제철의 기술력이 한몫했다.


최근 현대차와 기아차가 내놓는 신차의 공통점은 초고장력 강판의 비중이 종전에 비해 크게 확대됐다는 점이다. 가장 최근에 선보인 기아차의 신형 스포티지는 초고장력 강판 비중이 종전 18%에서 51%로 높아졌다. 또 현대·기아차의 모델들이 각종 해외 자동차 전문기관으로부터 품질로 인정 받고 있는 것도 모두 현대제철의 기술력이 뒷받침 됐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현대제철이 특수강과 핫스탬핑 공법 관련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것도 자동차 품질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다. 현대제철은 현재 당진 특수강 공장의 시험 가동에 들어간 상태로 내년 2월부터 생산에 들어간다.
내년 제품 승인이 끝나면 오는 2017년부터는 자동차 업체에게 안정적으로 자동차용 소재를 공급할 수 있게 된다.

핫스탬핑 공법에 대한 투자도 마찬가지다. 현대제철은 기존 울산과 중국 텐진에서 운용하고 있는 5기의 핫스탬핑 설비를 확대하고 있다. 이미 예산 1공장에 10기의 핫스탬핑 설비를 확충했고 내년 2월에는 예산 2공장과 중국 텐진공장에 각각 2기씩을 추가할 계획이다. 당진에 내년 1월 완공을 목표로 준비중인 #2CGL(용융아연도금라인)도 모두 자동차용 강판 경쟁력 확보를 위한 포석이다. 
 
◇ 車 수직계열화 완성
 
현대차그룹은 그동안 철(鐵) 사업과 관련해 '투 트랙' 전략을 취해왔다. 한 축은 현대제철, 또 다른 한 축은 현대하이스코에 뒀다. 현대하이스코는 냉연을 바탕으로 현대·기아차에 자동차 강판을 공급하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현대·기아차가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현대하이스코는 현대·기아차의 수요를 맞출 수가 없었다. 또 자동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니즈가 올라가면서 더욱 가볍고 단단한 자동차 강판이 필요했다. 현대차그룹이 현대제철의 고로 사업을 강력하게 추진했던 이유다. 양질의 쇳물이 확보된다면 현대하이스코를 통해 고품질의 자동차 강판을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 현대제철이 최근 세계 최초로 개발한 32㎏급 고강도 강판 적용 자동차 사이드 아우터.
 
그리고 그런 생각은 현실이 됐다. 총 3기의 고로를 갖춘 현대제철을 중심으로 현대차그룹의 철 사업은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그 화룡점정이 현대제철의 현대하이스코 합병이었다. 현대차그룹은 이를 통해 전 세계 어느 자동차 업체도 갖추지 못한 고품질의 자동차 강판을 직접 공급 받을 수 있는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
 
자동차 강판에 대한 현대차그룹의 열정은 이미 오래 전부터 시작됐다. 현대제철이 자동차 강판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6년 한보철강 인수 이후 기술연구소를 설립하면서부터다. 그 덕에 지난 2010년 현대제철이 첫 고로 쇳물을 생산했을 때 바로 자동차 강판을 내놓을 수 있었다. 고로 건립과 동시에 자동차 강판을 생산한 것은 세계 철강업체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었다.
 
라인업 제대로 갖췄다

현대제철은 기본적으로 종합제철업체로의 성장을 지향하고 있다. 고로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이미 방향성은 정해졌다. 
현재는 가장 공급이 시급한 양질의 자동차용 강판 공급에 집중하고 있지만 지향점은 포스코와 같은 종합제철업체다. 
 
이를 위해 현대제철은 철강 품목별로 시장 대응력을 강화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차근 차근 입지를 닦겠다는 것이다.
 
조선 업황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후판 부문은 비 조선 분야로 수요처를 다변화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국내 정유업체의 저장탱크용 QT재와 말레이시아 정유화학단지의 후육관을 수주한 것이 대표적이다.
 
▲ 현대제철은 자동차용 강판을 중심으로 후판과 각종 봉형강은 물론 고부가가치 강종 개발을 통해 점차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이밖에도 ▲선체구조용 50㎏급 고강도 후판 ▲극저온(-60℃) 보증 후판 ▲고부가재 API 라인파이프 강종 등을 개발했다. 이들 제품은 모두 해외 틈새시장 공략을 위한 전략 제품이다. 고부가가치 제품들인 만큼 수익성이 높다. 현대제철의 기술력을 알릴 수 있음은 물론 매출처 다변화에도 도움이 된다.

봉형강류의 경우 최근 되살아나고 있는 건설 경기와 맞물리면서 철근과 H형강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 3분기 현대제철의 봉형강류 판매량은 전년대비 17.7% 증가한 185만6000톤을 기록했다. 앞으로도 대형 프로젝트에 대한 공급을 확대해 가격을 앞세워 내수 시장을 노리고 있는 중국 업체들을 제치고 판매를 확대하겠다는 계산이다.

해외 시장 확대에도 나서고 있다. 현대제철은 현대·기아차의 해외 공장 신설에 발맞춰 해당 지역에 SSC(스틸서비스센터)를 확충 중이다. 지난 10월 멕시코에 4400만달러를 투자해 SSC를 건설했으며 내년 8월에는 중국 충칭에, 9월에는 중국 텐진에 SSC를 신설할 계획이다. 현대제철은 이들 SSC를 거점으로 냉연 제품 이외의 다른 제품을 해외 시장에 선보여 판매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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