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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증권 삼국지]②미래에셋, 대형화…명분이자 ‘큰 산’

  • 2015.11.02(월) 17:50

강력한 오너쉽, 선제적 1兆 유상증자 강점
KB금융 겸업화 맞선 명분 싸움 승산 미지수

‘겸업화 vs 대형화’. 국내 자기자본 2위 증권사 대우증권 인수전의 핵심 키워드다. 은행 중심의 금융그룹 KB금융지주와 증권 위주의 미래에셋·한국금융지주의 명분이 맞서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자본 10조원의 대형 증권사로 키워 글로벌 IB들과 맞선다는 박현주(57) 미래에셋그룹 회장의 비전이 칼자루를 쥔 정부의 코드와 맞아 떨어질지가 대우증권 인수전의 관전포인트 중 하나다.

 

◇ 승부사 박현주의 '10조 증권사' 비전


 

▲ 박현주 미래에셋증권 회장.

경쟁자의 약점은 곧 자신의 강점이다. KB금융이 정권 교체기마다 수장(首長)이 바뀌는 불안정한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면, 미래에셋증권과 한국금융지주는 오너그룹으로 KB금융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박현주 회장과 김남구(52) 한국금융지주 부회장의 강력한 오너쉽과 추진력이 무기다.

 

통상의 M&A가 그러하듯 오너쉽을 가진 주인은 과감하게 베팅을 할 수 있다. KB금융이 막강한 자금력을 갖고 있다고는 하지만 오너의 결심과 한마디면 가뿐히 넘을 수 있는 벽이다.

 

사실 자금 조달도 문제될 게 없다. 산술적으로 외형이 KB금융의 8분의 1(자기자본 기준) 정도 밖에 안되지만 자기자본 3조원이 넘는 대형 금융사에서 3조원 정도의 자금조달은 큰 문제가 되지 않다고 보는 게 맞다. 외부차입을 해도 이를 전공으로 하는 금융사인 만큼 흠이 될 여지는 별로 없다. 오히려 의지의 문제다.

 

명분도 충분하다. 안정된 포트폴리오의 금융지주 구축을 내세운 KB금융의 겸업화에 맞서 박현주 회장과 김남구 회장의 비전은 자기자본 10조원의 대형 증권사로 키워 글로벌 IB들과 맞선다는 것이다.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나 국제금융시장에 내놓아도 큰소리 칠 수 있는 증권사를 만들기 위해 우선 몸집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KB금융이 대우증권(6월 말 연결 자기자본 4조3000억원)을 인수하면 자회사인 KB투자증권(6100억원)과 합해 자기자본 1위(4조9100억원) 증권사가 출현하겠지만 실상은 다른 대형사들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차별성을 갖지 못한다. NH투자·삼성·한국투자·현대·미래에셋증권과 더불어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빅6’ 중 한 곳일 뿐이다. 


반면 미래에셋증권(2조4800억원)이 9560억원의 유상증자와 30% 무상증자를 마무리하고 대우증권 인수에도 성공하면 자기자본 7조8800억원의 증권사가 탄생하게 된다. 현재 자기자본 1위인 NH투자증권(4조5000억원)을 압도한다. 올 상반기 합산 순이익 역시 3550억원(미래에셋 1260억원+대우 2290억원)에 달한다.

 

미래에셋증권이 대우증권을 탐내는 이유는 상대적 약점인 소매금융과 투자은행(IB)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연금과 자산관리(WM) 부문의 강점을 가진 미래에셋증권이 대우증권을 합병하면 모자라는 분야를 채울 수 있어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IB와 연금, 자산관리를 발판으로 국내 시장을 평정하고 해외로 뻗어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이미 미국과 홍콩, 브라질, 베트남 등에 진출한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여기에 미래에셋생명까지 연계하면 시너지가 더 막강해질 수 있다. 대우증권을 해외 진출을 위한 강력한 플랫폼으로 만들 수 있다는 계산이다.

 

 

◇ 정부 대형화 공감 변수

 

당초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준비하던 박 회장이 이를 과감히 포기하고 대우증권 인수를 위해 1조2067억원에 달하는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하며 승부수를 띄우기는 했지만 승기를 잡기란 만만치 않다.

당초 1차 관문으로 여겨졌던 유상증자의 성공 여부는 비교적 선방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 공모금액이 9561억원으로 비록 당초보다 2056억원 감소하기는 했지만 오는 4~5일 주주청약에서 비교적 무리 없이 마무리될 것으로 점쳐진다. 대우증권 인수를 위한 실탄을 확보하는 데 한결 수월해지는 액수다.

그 다음 문제는 대형화에 대한 정서다. 김남구 부회장에게도 동일한 사안이겠지만, 박 회장이 지금 하려는 대우증권 인수는 성공할 경우 자기자본 8조원에 가까운 대형 증권사가 출현하는, 금융권의 판도를 바꿀 ‘큰 사건’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대형화에 대해 쉽게 공감해 줄지는 미지수다. 

 

일부에서는 뚜렷한 전략 없이 자본금만 큰 대형 증권사가 출범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클 것이라고 지적한다. 실제 금융위가 2011년 한국형 IB 육성을 기치로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5개 증권사에 IB 라이센스(종합금융투자사업자) 면허를 내줬지만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별다른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시기상조라고 못박을 개연성도 없지 않다.

 

대우증권 노동조합의 반발도 변수다. 대우증권 노조는 지난달 27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대형 증권사 간 M&A에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미래에셋증권 및 한국투자증권 등 대형사와 합병이 이뤄질 경우 중복되는 점포나 인력이 적지 않아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반면 KB금융지주에 대해서는 별다른 반대 의사를 표시하지 않고 있다. 상대적으로 덩치가 작은 KB투자증권과 합병할 경우 중복되는 부분이 적어 인력 조정 위험도 크지 않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이 같은 정서를 금융당국이 마냥 무시할지 현재로서는 장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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