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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히어로즈가 끄집어낸 '불편한 이야기'

  • 2015.11.03(화) 08:54

이미 자본 성격 무관한 '광고·마케팅' 성행
국내 재벌 총수들도 '이미지 세탁' 애용

Japan Trust.


프로야구단 히어로즈와 메인 스폰서 계약을 맺으려는 일본계 금융그룹 J트러스트. 대부업도 아닌 데다가 일본이라는 국적을 따지다 보면 다른 기업도 자유롭지 않다는 글에, 한 네티즌이 단 댓글이다.

배우 고소영 광고 논란으로 주목받았던 J트러스트가 이번에는 프로야구단 메인 스폰서 계약으로 다시 사람들의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미 계약 성사 단계까지 간 것으로 알려졌지만, '반일 감정' 탓에 'JT히어로즈' 탄생은 쉽지 않아 보인다. 사실 J트러스트의 J는 Japan이 아니라 정의를 뜻하는 Justice의 약자다.

 

▲ J트러스트의 히어로즈 메인 스폰서 논란에 한 네티즌이 만든 로고.


◇ 국민 정서 '일본은 안돼'

국민 정서법은 이미 '일본은 안 된다'로 결론이 난 분위기다. '팬심'을 먹고사는 야구단이 이 정도 반감을 무릅쓰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3년 반 만에 한·일 정상회담이 열리면서 아베 총리에 대한 반감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시점이라 더욱 어려워 보인다.


이번 논란에 대한 여론은 완전히 '반대'로 기울었다. 유명 야구 게시판이나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만 봐도 알 수 있다. 여론조사 결과까지 나왔다. 24일 리얼미터 조사에 따르면 반대 의견이 64.0%, 찬성이 11.6%를 기록했다.

히어로즈와 J트러스트는 물밑에서 계약을 추진하다가, 이달 말쯤 '깜짝 발표'를 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중간에 협상이 알려지면서 지금은 잠정 중단 상태다. 추이를 조금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이 정도면 정말 '큰 결심'을 하지 않고서는 안 된다고 봐야 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J트러스트는 히어로즈에 100억 원 이상의 파격적인 금액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오히려 이런 금액이 더욱 큰 반발을 샀다. '돈이면 다 되느냐'는 지적이다. 두 기업의 계약이 끝내 성사하더라도, 반감을 불식하기엔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한다.

◇ 광고·마케팅 넘쳐나는 야구장

명실상부한 '국민 스포츠' 프로야구에서 '팬심'은 구단이 가장 신경 써야 할 요소라는 점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요즘 같은 '글로벌 시대'에 자본은 국적이 없을지 몰라도, 스포츠에는 여전히 국적이 있다. '반일 감정'에, 대부업 이미지에 대한 반감까지 더해지니 '벽'을 깨기가 쉽지 않은 것은 당연해 보인다.

그러나 이런 '팬심'이나 반일 감정, 즉 정서의 영역을 걷어 내고 논리의 영역에서 하나하나 따져보면 조금 불편한 얘기들이 나온다. 일본 금융사의 스폰서 문제가 옳으냐, 또 성사되느냐 마느냐를 떠나서 오히려 이런 문제를 따져보는 게 의미가 있다.

스포츠 마케팅과 광고 문제를 짚어보자. 대부업체라는 '꼬리표'로 비난을 받는 J트러스트와 비교해보면, 사실 대부 이미지가 있는 업체가 스포츠 선수나 구단을 지원하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OK저축은행 배구단을 운영하는 아프로서비스그룹이 대표적이다. 아프로 그룹도 처음엔 대부업 이미지 때문에 시련이 있었지만, 이제 대부업체라고 '시비'를 거는 경우는 거의 없다. 골프나 핸드볼 등 다양한 스포츠 분야에서 대부업체나 일본계 제2 금융사들이 지원을 하는 경우도 많다. 아무리 국민 스포츠라고 하더라도, 다른 스포츠는 되는데 프로야구에서만은 안 된다는 논리는 사실 힘이 없다.

야구장에는 이미 일본계 금융사나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 간판 광고 등도 넘쳐 난다. J트러스트의 메인 스폰서 계약이 '강력한 광고'이긴 하지만, 사실 스포츠 구단들이나 KBO가 그동안 국적이나 자본의 성격을 따져가며 돈을 벌어왔던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일본계 금융사가 메인스폰서가 되지 말란 규정도 없다. KBO도, 야구 관계자들도 반대하기 위해 기댈 곳은 '국민 정서'밖에 없다.

◇ 국내 기업은 오케이?

국내 기업은 어떨까. 재벌 총수들이 프로구단을 '이미지 제고'용으로 애용한 것은 오랜 이야기이다. 최근 '일본 기업' 논란에 휩싸였던 롯데 신동빈 회장이 그랬고, 이전에도 재벌 총수들은 안 좋은 일이 있을 때마다 야구장을 찾아 '소탈한 모습'을 보여주곤 했다. 어쩌면 이런 모습이 J트러스트에게 좋은 선례였을지 모른다.

국내 기업의 '구단주 횡포'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선수단과 구단의 갈등, 또 팬들과 구단의 갈등은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J트러스트가 제안한 '수평적인 관계'가 히어로즈에 매력적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는 그동안 히어로즈가 메인 스폰서의 '간섭'에 시달려왔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J트러스트가 국내 프로야구단 메인 스폰서로 언급되는 것은, 반대로 생각해보면 국내 기업이 스포츠 구단에 너무 인색하거나 과도한 요구를 해왔기 때문일 수 있다.

 

금융산업의 측면에서 보면 과연 우리나라는 외국 자본에 마음이 열려 있느냐는 문제도 짚어볼 수 있다. 파산하는 대부업체나 저축은행을 사겠다는 곳이 마땅치 않아 J트러스트같은 일본 자본에 넘겼는데, 이들의 '사업 확대'를 마음 편히 바라보지는 않는다. 사실 스포츠뿐 아니라 금융산업 내에서도 '벽'이 존재한다. 제2금융권은 되는데, 은행이나 증권사엔 아직 보이지 않는 차별이 존재한다.


이런 얘기도 나온다. 이번 논란으로 야구팬들이 들끓고 있지만, 사실 당사자들은 그렇게 불편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J트러스트는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면서 '유명세'를 타서 좋고, 히어로즈의 경우 J트러스트를 비롯한 기업들과의 협상 테이블에서 유리해졌다는 이야기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J트러스트가 이 만큼 제시했으니 다른 기업도 더 제시해야한다는 메시지가 되지 않겠느냐"며 "아무튼 야구 팬들에게는 이래저래 씁쓸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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