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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격태격' 카카오-SK플래닛, 얄궂은 악연

  • 2015.11.03(화) 15:57

1년전 모바일 상품권 사업 놓고 충돌
신사업 사사건건 맞붙어…라이벌 관계

SK플래닛이 카카오가 최근 인수한 내비게이션 '김기사' 운영업체 록앤올을 상대로 지적재산권 침해 소송을 제기함에 따라 과거 SK플래닛과 카카오간 얄궂은 악연에 새삼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카카오의 택시서비스 '카카오택시' 일부에는 김기사 내비게이션이 사용되고 있기도 하다.

 

두 회사는 1년 전에도 모바일 상품권 사업을 놓고 한차례 충돌한 적이 있고, 택시 등 이른바 'O2O(online to offline)' 사업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는 등 분쟁과 경쟁을 오가는 미묘한 사이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SK플래닛과 카카오의 불편한 관계가 시작된 것은 작년 하반기 모바일 상품권 협력 사업이 틀어지면서 부터다. 당시 SK플래닛은 카카오톡에 빵이나 커피 등의 상품 교환권을 공급하는 업체 가운데 하나였다.

 

카카오톡이 모바일 메신저라는 이전에 없던 새로운 서비스로 급부상하면서 모바일 상품권 시장이 덩달아 커졌는데(당시 연간 3500억원 규모) 주요 공급 업체인 SK플래닛도 이 덕에 한창 재미를 봤었다. 이 때만해도 카카오와 SK플래닛은 공생 관계였다.

 

하지만 카카오가 작년 6월말로 SK플래닛을 비롯한 공급 업체 4곳과 계약이 만료되자 상품권 사업을 직접 운영한다고 선언하면서 관계가 틀어졌다. SK플래닛을 비롯해 협력사들은 카카오가 시장 지배력을 앞세워 이른바 '갑(甲)' 행세를 벌인 것이라며 반발했다. 한발 더 나아가 카카오가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한 불공정행위를 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SK플래닛은 카카오와 거래를 종료하고 발을 뺐으나 일부 다른 업체는 신고를 취소하고 협력 관계를 유지하기도 했다. 카카오 제소건은 1년이 지난 현재도 공정위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등 아직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한차례 분쟁을 거친 이후 두 회사는 각자의 길을 가면서 택시와 결제 등 신규 사업을 놓고 경쟁을 벌이는 맞수 관계로 발전하고 있다. 카카오가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결제(카카오페이)와 택시(카카오택시)를 하나둘씩 붙이고 있다면, SK플래닛은 통합 상품 브랜드 '시럽'을 중심으로 쿠폰(시럽월렛)과 선주문(시럽오더), 결제(시럽페이), 택시(T맵택시)를 추가하면서 두 회사가 겹치는 서비스를 놓고 엎치락뒤치락 경쟁을 벌이고 있어서다.

 

사실 온라인과 오프라인 영역을 연결하는 O2O 서비스는 카카오보다 SK플래닛이 한발 앞서 시작했다. 상점 밖에서도 음료 등을 미리 주문할 수 있는 오더(Order)나 모바일 쿠폰과 할인카드를 한곳에 모아 놓은 앱 등은 SK플래닛이 이미 지난해 먼저 선보인 것들이다. 카카오도 관련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으나 아직 내놓진 못했다. SK플래닛은 포인트 서비스 'OK캐쉬백'을 통해 쌓은 온오프라인 통합 인프라와 관리 노하우를 바탕으로 국내 O2O 시장을 먼저 개척한 셈이다.

 

하지만 카카오가 지난해 다음커뮤니케이션과 통합하면서 O2O를 미래 먹거리로 제시한데다, 올 3월 내놓은 '카카오택시'가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면서 'O2O'라는 낯선 정보기술(IT) 용어는 점차 카카오의 전유물이 되가는 분위기다. 택시만 놓고 봐도 카카오택시가 출시 200일만에 '누적호출수 3000만건을 돌파'하며 국내 최대 택시 호출 서비스로 부상한 반면, T맵 택시는 출시 한달 동안 '승객용 앱 다운로드 100만건 돌파'에 그치는 등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관련 업계에선 "카카오가 O2O 이슈를 선점하면서 SK플래닛의 한발 앞선 행보가 묻혀 버렸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번에 SK플래닛이 카카오의 자회사 록앤올을 상대로 지적재산권 침해 소송을 제기한 것은 두 회사가 각종 사업으로 맞붙으면서 쌓인 갈등이 표출된 것으로도 풀이된다. 두 회사의 큰 사업 방향이 각각 O2O에 맞춰진 이상 앞으로도 사사건건 붙으면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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