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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은행장 과욕…은행 대출 경쟁 괜찮을까

  • 2015.11.04(수) 13:51

우리은행 원화대출 10%, KEB하나 소호대출 18% 급증
경제성장률은 2%대 불과..경기 위축되면 치명타 될 수도

KEB하나은행 소호(SOHO)대출 18.4%, 우리은행 가계대출 11.9%, 국민은행 중소기업대출 9.7% 성장.

대출 부문별 은행권 최고 증가율 기록이다. 바닥을 기고 있는 경제성장률을 고려하면 놀라운 성적표다. 잘했다고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한국은행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7%에 불과한데 은행들의 3분기까지의 원화대출 증가율은 최고 10%를 넘어섰다.

 

실물경기가 좋지 않고, 앞으로도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경제성장을 뛰어넘는 급격한 대출 성장은 자칫 은행에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잠재 부실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경고음도 들린다.

 


◇ 놀라운 대출 성적표

대형은행 중에선 우리은행이 유독 대출 전 부문에서 급증세를 보였다. 전체 원화대출은 작년말보다 10% 넘게 증가해 은행을 통틀어 최고 수준을 보였다. 3분기말 잔액도 211조 7660억 원으로 국민은행의 203조3000억 원을 넘었다. 가계대출도 11.9%로 가장 높은 증가율을 나타냈고, 중소기업대출 8.1%, 이 가운데 소호대출은 13.7%나 증가했다.

소호대출의 경우 KEB하나은행은 올해들어 3분기까지 무려 18.4%나 늘렸다. 신한은행이 9.7% 늘린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은행이 10% 넘는 성장세를 보이기도 했다. 국민은행의 경우 안심전환대출에 따라 무려 8조5000억 원의 대출자산이 주택금융공사로 넘어가면서 잔액의 변화는 크지 않았다.

 


 


◇저금리에 새 행장님 과욕까지?

대출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은 초저금리 환경의 영향이 컸다. 부동산시장 활황에 따라 가계대출이 증가했고, 싼 이자에 기업대출도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금융당국과 정부의 '비 올때 우산 뺏지 말라'는 정책기조까지 한 몫했다.

게다가 1년새 주요 은행의 행장이 모두 바뀐 점 또한 큰 영향을 미쳤다. 새로운 성장전략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자산성장을 통해 취임 첫해 실적을 내기 위한 경쟁이 치열했다. 실제 소호대출이나 집단대출 등에선 과열되는 모습도 보였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겸 국민은행장은 취임 초부터 리딩뱅크 탈환을 목표로 했고, 중소기업과 소호대출 확대를 주문했다. 이광구 우리은행장도 민영화를 위한 공격적인 자산확대를 내걸었다. 조용병 신한은행장도 전임 행장에 대한 부담감을 씻고 1위를 지키기 위해 자산확대에 뛰어들었다.

전영교 신한금융지주 재무팀 상무는 최근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실물 경제성장률에 대비해 대출이 초과성장한 측면이 있고, 과한 것이 사실"이라고도 언급했다. 

◇정말 괜찮을까?

 

대출이 초과성장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선 시장의 관심과 우려도 커지고 있다. 최근 각 금융지주사의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이와 관련한 질문들이 쏟아진 점 역시 이를 방증한다.


은행 한 고위관계자도 "경제성장을 초과하는 대출 성장은 기업들이 대출을 받아서 공장을 돌리고 투자하는데 쓰는 게 아니라 싼 대출로 이자를 갚거나 인건비 등의 운영비로 쓰고 있다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경우 이자가 조금만 올라도 기업을 연명하기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산업은행은 올해 3분기 기업금융 조기경보 리포트를 통해 "기업대출시장의 팽창이 지속되면서 잠재적 부실압력이 증가하고 있다"며 "실물 위축에 따른 기업 부실화 가능성에 유의하고, 취약업종과 한계기업에 대한 여신관리의 강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중소기업대출 중 소호대출 역시 담보가 충분히 확보돼 있다곤 하지만 경기 위축기에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가계대출 증가를 주도하는 집단대출 역시도 올해들어 9조 원 넘게 증가하며 당국이 잇따라 모니터링 강화를 주문하는 상황이다. 어느 하나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김우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몇 년 간 은행 대출성장률이 지나치게 낮아서 상대적으로 성장 폭이 큰 것처럼 보이는 것도 있지만 경기회복이 가시화되지 않은 상태에선 리스크관리를 강화하고 쏠림현상도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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