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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점 삼국지' 롯데·신라·신세계 시나리오는?

  • 2015.11.16(월) 16:21

롯데, 코엑스 면세점을 롯데월드타워로
'남의 일 아니다' 경쟁 직면한 호텔신라
신세계, 첫해 1.5조 매출..사업확대 속도

 

16일 오전 9시 신세계·두산, 롯데쇼핑·SK네트웍스의 주가는 뚜렷한 대비를 이루며 출발했다. 관세청의 서울시내 면세점 특허심사에서 신세계와 두산이 롯데(월드타워점)와 SK(워커힐)를 제치고 5년간의 면세점 사업권을 따냈기 때문이다. 증권사들도 목표주가를 조정하느라 바빴다. 이번 결과로 국내 면세점시장의 판도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 롯데, 코엑스점 이전 추진할 듯

 

면세점 1위업체인 롯데는 국내 시내면세점에서 3번째로 매출이 큰 월드타워점(4820억원)을 잃었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탈락으로 롯데호텔의 기업가치가 10% 정도 떨어질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올해 2월 인천공항 면세점 4개 구역을 5년간 이용하는 대가로 3조6000억원을 써내 낙찰받은 롯데는 이번 탈락의 결과가 더 쓰리다. 공항면세점은 면세점의 얼굴로 상징성이 크지만 높은 임차료 부담으로 수익성은 저조한 편이다. 롯데의 경우 지난 2011~2014년 공항면세점 매출은 연평균 0.5% 성장한데 비해 시내면세점은 연평균 22.8% 늘어 공항면세점의 부진을 시내면세점이 보완하는 역할을 해왔다.

월드타워점을 빼앗긴 롯데는 코엑스점을 잠실 롯데월드타워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관련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코엑스점의 지난해 매출은 1732억원으로 월드타워점의 절반에도 못미친다. 이를 근거로 롯데는 강남권을 대표할 면세점으로 롯데월드타워가 코엑스보다 낫다는 논리를 내세울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의 월드타워점도 지난해 롯데월드몰이 오픈하면서 잠실 롯데월드(제1롯데월드)에서 이전해 문을 열었다. 면세점업계 관계자는 "월드타워점은 롯데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라며 "(면세점을 이전한) 전례가 있는 만큼 정부도 롯데측 요구를 들어줄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 강건너 불구경 할 수 없는 호텔신라

면세점 2위업체인 신라면세점(호텔신라)은 신세계와 두산의 등장으로 바짝 긴장하고 있다. 호텔신라는 지난 7월 현대산업개발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서울 용산에 신규면세점(HDC신라면세점) 특허를 받았지만, 명품 브랜드 유치에는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지난 9월말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비통 모에 헤네시(LVMH) 그룹 총괄회장을 만나려고 프랑스 파리로 찾아간 것도 명품 유치가 쉽지 않은 속사정이 있기 때문이라는 게 유통업계의 관측이다. 

이런 가운데 자신의 안방인 서울 장충동 본점 근처에 새로운 경쟁자(신세계·두산)의 등장으로 호텔신라는 달갑지 않은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지난해 장충동 본점의 매출액은 1조1500억원으로 전국 시내면세점 가운데 두번째로 많은 매출을 올렸다. 이번에 새로 문을 여는 신세계면세점과 두산면세점은 신라면세점 장충동 본점에서 거리가 2㎞ 안팎에 불과하다.

더구나 이번 관세청 심사결과는 기존 면세점 사업자라도 언제든 특허를 박탈당할 수 있다는 전례를 남긴 것이라 신라면세점의 사업영속성에 의구심을 갖는 시각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면세점 운영능력이 최고로 평가받는 롯데면세점도 특허를 빼앗기는 마당에 신라면세점이라고 안심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신라면세점 장충동 본점과 제주 시내면세점의 특허는 오는 2019년 만료된다. 유안타증권은 이날 "시내면세점 특허권 연장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 부각을 반영해 호텔신라의 목표주가를 기존 21만원에서 15만3000원으로 하향조정한다"고 밝혔다.

 

◇ 신세계, 면세점 통합 속도 낸다

시내면세점이라는 새로운 엔진을 탑재한 신세계와 두산은 공세적인 입장이다. 특히 신세계는 개점 첫 1년간 매출 1조5000억원을 올린다는 청사진을 발표했다. 신세계의 연간 총매출액이 5조원인 점을 감안하면 그 3분의 1 가량을 면세점 한 곳에서 올린다는 목표인 셈이다.

이번 시내면세점 특허권 획득을 계기로 신세계가 면세점사업 강화를 위한 내부 교통정리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신세계는 신세계디에프(서울시내 면세점 운영)와 신세계조선호텔(부산시내면세점, 김해공항면세점, 인천공항면세점)을 양대축으로 면세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중 신세계조선호텔은 이마트 계열사인데, 올해 면세점사업에서 300억원 이상의 적자가 예상된다. 따라서 신세계조선호텔의 면세점 사업부를 신세계디에프로 떼어주면 이마트는 적자사업을 정리하는 동시에 본업에 더욱 집중할 수 있고, 신세계디에프는 그룹의 면세점사업 전체를 아우르는 통합법인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신세계 관계자는 "사업통합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두산은 사업 첫해 500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잡았다. 외국인이 선호하는 방문지인 동대문시장의 유일한 면세점이라는 점이 무엇보다 장점으로 꼽힌다. 전용기 현대증권 연구원은 "두산의 자체 사업부들의 매출성장률이 최근 낮아지고 있었고, 수익성도 악화되고 있는 추세에서 안정적인 매출과 이익창출이 가능한 면세점 사업에 진출했다는 점은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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